1.독일 경제의 강한 경쟁력
보면 알겠지만 독일 경제는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세계 4위 수준이며 1위인 스위스 역시 인구의 2/3가 독일어를 상용하는 독일어권 국가이다.
물론 유로에 편입되면서 독일 경쟁력이 더욱 올라간 측면도 있겠지만 독일의 경쟁력이라는 게 단순히 유로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며 대단히 복합적인 산물로 보인다..최악의 경우 EU가 소멸된다고 해도 독일이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을 거 같다.
2.독일 문화의 포용력
나찌에 대한 반성으로 독일인들은 어릴 때부터 철저한 反 국수주의 입장을 교육받으며 이게 지나쳐서 심지어 월드컵 경기에서 독일국기를 흔드는 것에도 죄책감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분명한 것은 독일은 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고 있으며 이것은 독일의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시리아 내전에서 유입된 난민 숫자만 100만명을 넘어선다. 더구나 현재 십여년 째 총리인 메르켈은 원래 독일 우파인 기민당 출신인데도 저렇게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고 탈원전을 선택했다. 이런 정서는 외국인에게 비교적 유화적인 문화를 가져오고 나중에 직업을 찾는데 있어서 최소한 국적과 인종에 의한 차별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3.무상 대학교육
사실상 이게 제일 큰 이유이다. 몇몇 대학은 조금씩 등록금을 받는 쪽으로 가고 있으나 대부분 대학교는 아직도 등록금이 무상이며 이것은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등록금뿐만 아니라 학생비자를 받으면 교통비 역시 무상, 주거의 경우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나? 대체로 지방에서 인서울대학교로 유학을 가는 것보다 더 싸거나 동급이라는 게 중론이다.
단점
1.독일어는 글로벌 언어가 아니다.
독일은 식민지를 가졌으나 1차 대전 결과 모두 잃었고 결국 유럽의 지방어(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인 상황이다. 다시 말해서 국내에 리턴하거나 유럽을 벗어난다면 독일어의 효용가치는 매우 떨어진다. 또한 학문세계에서도 이공계는 대부분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상황에서 독일어에 최소한 2천 시간 이상은 투입해야 한다는 것은, 만일 독일에서 취업을 포기한다면 심각한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2.독일 대학은 졸업이 힘들다.
입학은 누구나 받아주나 졸업은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며 독일에 관한 최대 한글사이트인 berlinreport를 검색한 결과 입학해서 졸업까지 완료하는 경우는 대략 30-40%선인 것 같다. 만약 중도포기하고 리턴한다면 한국에서는 짤없이 고졸백수에 불과하다.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하겠다.
3.학문세계에서의 정점이 아니다.
이미 학문세계에서 탑클래스는 영미권이다. 독일대학은 평준화되어 있으며 한국의 탑클래스 대학보다 더 낫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기계 자동차쪽의 경쟁력은 미국보다 낫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전기차로 전환이 이뤄져가는 시점에서 이런 비교우위가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 없다. 한국으로 리턴하는 경우 더 이상 '선진국의 선진학문'을 배웠다고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시절을 선진국에서 보낼 수 있다는 점
양질의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점
영어와 독일어를 모두 공부한다는 것은 언어감각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리 불리하지는 않다는 점
어차피 이공계 커리큘럼은 한 독 미영 일..모두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일유학은 분명한 대안으로 보인다..
나는 중3아들이 있는데 이 아이는 이공계..정확히 말하면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물론 저 나이때 생각이 얼마나 갈까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열렬하게 하고 싶어하며(물론 그런다고 해서 코딩을 미리 배우거나 한 것은 아님)
수학 과학 과목을 비교적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는 독일 유학도 충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이유를 든다면..내 생각에는 아이가 언어감각이 좀 있는 거 같다. 나는 이곳 시골의 몇 안 되는 영어사교육 기관인 '잉글리쉬 무무'에서 4년 정도 학원을 보냈는데..종종 상도 타온다. 초6때부터 '해리 포터' 시리즈를 나와 함께 영문으로 읽었는데 잘 따라온다..뭐 대략 이 정도의 이유로..
'아마도 언어감각이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섞인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또 아이가 대학을 한국보다는 선진국에서 다니고 싶어한다..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조건이 어떻건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랴.
그러나 선진국이라고 해도 미영캐나다는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정말 탁월한 수준이라면 하버드에서도 전액 장학생으로 다닐 수 있다고 하나..내 생각에는 그 정도 영재는 아니고 외국인에게 장학금을 거의 주지 않는 영어권 대학에 자비로 다닌다면 4년간 내가 추산하는 비용은 대략 2억에서 2억 5천만원이다. 과연 내가 그 정도 돈을 부담할 수 있겠는가도 문제이지만 그런 학비를 들였음에도 한국으로 리턴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내 주위에서도 여러 명 목격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내가 한국에서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가라도 한 채 사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독일을 가는 방법은 대략 이렇게 구상하고 있다.
1.외고 독일어과에 진학한다. 내가 주변의 외고 입시설명회를 다녀온 결과 들은 설명에 의하면 외고 독일어과에 가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 있다.
첫째, 독일어를 상당한 수준까지 공부할 수 있다. 보통 독일유학을 준비하는 한국인들은 국내에서 보통 1년 이상 학원을 다니면서 어학준비를 하고 독일에 가서도 다시 1년여 학원을 다니면서 어학을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어학준비기간만 2년에 이런 과정은 모두 사교육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연간 최소 600만원 정도의 학원비를 부담해야 한다.
외고 독일어과에 가면 이런 사교육은 전혀 필요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독일유학에 필요한 어학점수(C1-C2)는 충분히 따낼 수 있고 영어도 좀 더 심도있게 배울 수 있다.
또한 국내대학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미친 듯 스트레스 받으면서 조금이라도 레벨높은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본인 미래에 좀 더 연관된 어학공부와 코딩, 수학과 과학 공부에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다.
또하나 외고의 교사수준은 공립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건 학교 입시설명회에서도 얘기가 나왔고 외고를 다닌 아이들도 여기에는 동의함)
하나 더..그럼에도 비용은 매우 저렴하다. 등록금+기숙사비를 포함해서 1년에 600만원 안쪽이 든다고 한다. 비교적 양질의 교육에 이 정도 비용이면 다닐 만하지 않은가?
2.졸업할 때까지 독일대학입학에 필요한 과학과목(그래봐야 물리 화학 이수 정도)을 따놓고 여기에 대략 수능 3등급 수준의 성적이 필요하다. (내가 들은 바로는 4.4등급이면 독일 대학이 입학하다고 하는데..유급하지 않고 졸업하려면 실제로 한국수능으로 최소 2등급 수준의 공부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1등급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3.수능성적표와 독일어성적을 갖고 곧바로 독일 대학에 입학한다.
(만약 이과부분 성적이 매우 좋다면...독일은 아니지만 이공계열 최고 명문인 ETH(취리히 연방공대) 진학까지 노려보고 그게 아니라면 독일에서 비교적 평가가 좋은 공과대학 입학을 준비한다. ETH는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데 영어로 수업하고 다만 도시 자체는 독일어권이라 독일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비슷하게 준비가 가능하다.
4.독일 대학은 군휴학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독일 유학은 제대후에 준비하던가 대학을 졸업후 입대하는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이 취업에 월등히 유리하다고 한다. 공대 대학원은..전 세계 공히 우수대학원은 등록금 내고 다닐 일은 없다. 정말 성적이 좋고 학문에 뜻이 있다면 역시 미국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고 독일내 취업을 원한다면 독일대학원에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5.it쪽은 사실 대학졸업장보다는 개인실력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 대학원 진학은 필수보다는 선택사항인 거 같다.
6.it쪽으로 공부한다면 '베를린'이 제일 낫지 않나 생각한다. 베를린은 현재 유럽에서 it가 매우 발달하고 벤쳐 기업 역시 활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대략 이렇게 생각하는데..내가 이 글을 여기에 쓴 이유는 여기에 은근히 중학생들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도 있고 또 관련경험이 있는 사람이 좋은 댓글을 써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이와는 살짝 얘기를 해봤는데 아이는 어디든 선진국이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고 얘기를 하니 독일계 게임회사를 곧바로 검색해보더라..뭐 걔 입장에서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같은 한국계 게임회사를 극혐하니(현질유도게임이라서 국산게임 절대 안함..배틀그라운드 제외) 어디든 외국으로 가고 싶은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