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 싫다.
그렇다고 한국을 떠날 것도 아니다. 내가 태어난 땅에서 왜 싫어하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쳐야 하나? 외국에 나가면 또 외국인에 동화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나는 그런 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이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나는 소수의 지적 호기심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친구들을 몇 명 가지고 있다. 여자친구는 2년 전에 헤어져 지금까지 없지만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더라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성욕 해소를 위해 여자친구를 만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란 육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서 오는
것이다. 나는 성욕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돈의 노예도 되지 않을 것이고 그 누구의 노예도 되지 않을 것이다.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위할 것
이고 '나와 동등한 인격적 지위를 가진 사람'으로 대우할 것이다.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에 알게 모르게 사로 잡혀 여자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던가.
나는 나와 통하는 사람들 외에 교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직업 활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싫은 사람'들을 맞닥뜨릴 때는, 적절한
'소셜 스킬'을 사용할 것이다. 매뉴얼대로, 각본에 짜여진 대로, 치고 빠지기 스킬을 시전할 것이다. 나를 모욕하고, 조롱하고, 뒷담화하는 사람들
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생각해 봤는데,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한 그들을 완벽히 피할 방법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프리랜서
가 되기로 했다. 앞으로 전도유망한 전공과 기술을 얼마 전 발견했고, 교수님들과 지식인들의 자문을 구한 뒤 이쪽으로 나가기로 결심을 했다.
이것은 내 능력만 확실하다면 프리랜서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나 또한 열정을 느끼는 일이다. 물론 내가 진짜로 관심이 있는 분야는 문
학, 음악, 신학이지만 이것으로 한국에서 밥벌이 하며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차선책으로 생각해 낸 직업이다.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
면 아주 소규모로 사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 4차 산업혁명 이후 새롭게 등장하는 '대기업- 하청' 구조가 아닌 '중소기업상생형' 산업구조 하에서,
프로젝트성으로 모였다가 일이 끝나면 휘발되는, 식의 업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하려는 일은 IT 쪽이라고만 해 두겠다).
또 나는 약 2년 전부터 '주거지' 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았다. 나는 혼자만의 완벽한 프라이빗 라이프를 즐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한 방
음 구조의, 주위에 사람이 잘 오가지 않는' 집이 필요하다. 고급 주택가나 빌라촌이 후보가 되었고, 서울에 (일을 하려면 서울에 사는게 맞다고 생
각했다) 몇몇 후보지를 알아본 상태다. 집은 방 3~4개, 4~50평 정도가 좋을 것이고 방 하나는 피트니스 룸으로, 하나는 서재로, 하나는 사무실
정도로 꾸밀 생각이다.
나는 혼자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사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건강' 이다. 부모님은 나보다 일찍 돌아가실 것이고, 나는 나를 챙겨줄 아내도, 자식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젊었을 때부터 몸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고등학교 때부터 죽마고우였던 내 친구놈을 내 주치의
삼기로 했고, 대학생이 된 지금도 가장 건강한 식단과 운동법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을 구하고 답을 얻는 편이다. 매일매일 근력과 유산소를 병행
해 1시간은 운동해야 하고, 몸의 주적인 '당'을 줄여야 한다. 성욕 뿐만 아니라 나는 식욕의 노예도 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정상으로 취급되는
'푸드 포르노'에 난 노출되지 않을 것이고 음식을 찬양하는 머저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쾌락은 적절히 주어져야 한다. 그게 진정한 행복으
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분명히 개인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하루에 업무를 8-10시간 한다고 치면 적어도 자기 전까지 대여섯일곱시간은 시간이
남을 것이고, 필요없는 인간관계에서 소진될 에너지를 아낀 상태니, 충분히 더 '생각하고 고민' 할 수 있다. 이 여섯일곱 시간을 '나의 취미 활동
시간', 사실대로 말하면 '내 삶의 이유' 라고 하겠다. 나는 이 시간에 책을 읽거나 훌륭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쓸 것이고, 예술 창작을 통해 감수성
을 갈고 닦으며, 논문 집필과 신학 공부를 하며 끊임없이 영민해져 갈 것이다.
내가 지극히 폐쇄적인 삶을 살 우려가 있다고 염려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전 친한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얻은 답변은, '당신은 인격
장애자가 아니고 지금 그대로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아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치매 방지를 위해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은
대화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또한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는 '스포츠'를 하라는 조언도 얻었다. 어울리며 경쟁하는 스포츠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나이
지만, 팀이 승리했을 때의 뿌듯함과 희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나이기에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스포츠인 '농구'를 즐겨 하기로 결심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본 바로는 '단합하여 경쟁상황'에 있는 상태에서는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협력하게 된다. 이 때는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도 한 뜻
이 될 수 있기에 나는 스포츠가 아주 긍정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시다시피 내 인간관계는 절대 폐쇄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아실
수 있으리라. '선택과 집중' 또한 내 삶의 철칙 중 하나다.
나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상태로 살 것이다. 스트레스 받지 않을 것이고 나에게 주어지는 스트레스는 오직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뿐이리라.
필요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괴로워하는 것만큼 인생의 낭비가 없고 이것만 제거해도 아주 영양가 넘치는 인생을 살 수가 있다. 밝고 긍정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차원적 쾌락을 절제하고, 오직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활동인 '정신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것 만큼
행복한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아, 그리고 난 대학원을 갈 생각인데 (고급 지식 습득을 위해서이다), 미국으로 떠날 생각이다. 가장 트렌디한 학문의 장이 미국이고, 내가 배우려
는 학문도 트렌디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교수이신 아버지께서 지원해주시겠다 하셨고, 박사학위를 권하셨지만 나는 그닥
열정이 없는 이 분야에 뼈를 묻을 생각이 없기에 (재미있긴 하지만 돈 벌 목적이 더 강하다) 석사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다. 또한 석사 졸업 후 한
동안 미국 기업에서 일하면서 미국 문화에 대해 접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또한 나는 세계 일주와 '다국적 사람들과 섞여 대화해보는 것' 이 꿈
이기에 영어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일적으로 미국에서 쌓은 외국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다. 반응 속
도가 뉴런보다 빠른 통역기계가 발명되지 않는 이상 '언어는 곧 권력' 이라는 문장은 여전히 성립할 것이다.
꽤나 완벽한 계획이라 자부한다. 물론 통제되지 못하는 변수- 내가 '인간' 이라는 것 포함-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가 약 4년간 오랫
동안 구상해 온 것이고 그렇기에 앞으로도 디테일적 변화만 있을 뿐 개괄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아, 그리고 내가 의무의식을 갖고 있는 분야는 '봉사활동' 이다. 나는 체질상 봉사에 맞지 않지만, 크리스천으로서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당연
한 의무라는 판단이 섰다. 나는 인간이고 인간은 이성 (+ 나는 크리스천이기에 영성)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지 쾌락과 그 외의 부정적 감정들 (나
태, 오만, 질투, 책임회피 등등)에 지배되어서는 안된다.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단순히 가난한 나라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어린 나이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야 하고 나의 특권들을 기꺼이 내놓아야 한다. 주말이나 휴가를
활용해서 봉사를 나갈 생각이고 2년에 한번 정도로 해외봉사에 참여할 계획이다.
내 인생계획 설계도는 여기서 끝이 난다. 나는 아직 22살밖에 안 되었고 경험이 부족하기에 내가 백 퍼센트 맞다는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은퇴한 교수님들과 티타임을 가지고, 현업 화가를 비롯해 유명 수필가들과 친분이 있다. 나는 그들의 지식과 경험이 없는 것이지 이해력과 통찰
력은 그들과 동등하다고 자부한다. 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하고,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존경하는 문화도 내가 끔찍히 싫어하는 문화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정말로 치밀하게 오랫동안 생각한 논리적 비판이 아니고서는 비판을 하지 말길 바라며, 합리적 비판은 내가 가장 사랑하
는 것으로써 기꺼이 나에게 해주길 바란다. 아, 그리고 존어체를 써야 했었는데 존어체를 쓰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제 생각이 났다. 저보
다 어른들이 계실 텐데 존댓말을 쓰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지금 전부 고치기는 힘든 상황이어서 이해 부탁드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