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프리글루텐
18.02.01
조회 수 260
추천 수 4
댓글 1








독일 의사는 미국 수술환자에게 진통제를 주지 않았다


'진통제를 캔디처럼 먹던' 미 작가 피루제 뒤마 경험담
독일 의사들 "진통제 먹으면 고통 잊고 무리하겠죠
필요한 건 휴식입니다..몸이 하는 얘기를 들으세요"
두 나라 의료철학 차이 담은 칼럼 미국서 작은 파장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스뱅크.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스뱅크.

한 미국인의 독일 의료 경험 수기가 미국 사회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민자를 향한 미국 사회의 편견에 대한 에세이를 써온 이란 출신의 미국 작가 피루제 뒤마는 지난 27일 〈뉴욕타임스〉 에 독일에서 외과 수술을 받았던 경험을 기명 칼럼으로 실었다. 이를 보면, 두 나라 사이에 의사와 환자의 의약품 사용에 대한 인식 등 의료철학에 큰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뒤마는 ‘독일에서 수술을 받은 뒤 난 허브차가 아닌 바이코딘을 원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은 경험을 설명했다. 그녀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독일로 이주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 1년 전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다행히 독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의사는 개복 수술이 아닌 복강경 수술(개복하지 않고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 비디오카메라와 각종 기구를 넣어 시행하는 수술 방법)을 받고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뒤마는 퇴원 뒤 찾아올 통증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뒤마가 미국인으로서 황당하게 여겼던 경험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뒤마는 수술을 받기 전 산부인과 의사에게 수술 뒤 통증 관리에 관해 물었다. 독일 의사는 뒤마에게 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약은 아이들의 감기약 시럽에도 들어가는 매우 약한 수준의 진통제다.

뒤마는 말했다. “그건 두통 정도의 가벼운 통증에 쓰는 약 아닌가요? 신체 기관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는데 그것보다는 강력한 진통제를 줘야죠.” 뒤마는 이후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이 수술 이후에는 마취 성분이 포함된 진통제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마취과 의사에게 “이부프로펜을 처방받게 될 거라는 건 알지만, 수술 뒤 며칠 정도는 코데인 성분이 든 진통제를 두 세알 정도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마취과 의사는 뒤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통은 삶의 일부입니다 . 우리는 이를 없앨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 고통이 당신을 이끌 것입니다 . 고통은 당신이 얼마나 더 쉬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지금 낫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겁니다 . 바이코딘을 먹으면 고통은 느끼지 않겠지만 , 당신의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됩니다 . 그러면 진통제에 의존해 무리하게 될지 모릅니다 . 당신에게 필요한 건 휴식입니다 . 이부프로펜도 조심하세요 . 신장에 좋지 않습니다 . 먹어야 할 때만 드세요 . 쉬기만 하면 당신의 몸은 저절로 나을 겁니다 .”

- 〈뉴욕타임스〉에 실린 피루제 뒤마의 글 일부

뒤마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의사에게 (그동안) 이부프로펜을 캔디처럼 먹어왔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나의 몸을 믿으라는 의사의 온화한 충고에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썼다. 이부프로펜을 한 두알 먹고 의사의 권유대로 휴식을 취한 뒤마가 별 탈 없이 회복한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에 뒤마는 “보편적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Care) 제도에 대해 얘기하려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낸 돈은 택시비 25달러가 전부”라고 밝혔다. 이 글이 실린 뒤 뒤마의 트위터 계정에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한편에선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댓글에 대해 “이 주제의 여러 측면을 다룬 기사는 단 하나도 없다. 나는 나의 진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의료 경험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마약성 의약품을 대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마약성 진통제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동반하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아편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계열 성분의 80%를 미국인들이 소비하고 있다는 2015년 통계 결과가 있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2015년 3만3000명, 2016년 6만4000명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뒤마가 언급한 바이코딘(Vicodin)은 하이드로코돈 성분이 포함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의 상품명이다. 오피오이드 계열 의약품에는 코데인(Codeine), 모르핀(morphine), 옥시코돈(oxycodone), 펜타닐(fentanyl) 등의 성분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통증 치료는 두 나라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현직 의료인의 경험을 들어보면, 한국은 중간 쯤에 자리하고 있다. 유명 대학 병원의 마취과 전공의는 <한겨레>에 “두 나라에서 환자의 의료 경험이 차이 나는 이유는 의료 철학과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의사 개인의 선호 때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복강경으로 자궁근종 제거수술을 받은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은 통증자가조절장치(PCA, Patient Controlled Analgesia)를 통해 마약성 진통제의 투여량을 환자가 조절할 수 있게 한다. 통증은 주관적이고, 고통을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도 고통을 너무 심하게 느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환자의 건강에 좋지 않다. 물론 이 경우 한계 투여량을 제한한다. 퇴원 뒤에도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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