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직무 스트레스로 '고통'…극단적 선택도
"개인은 물론 사회적 손실…심리상담실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일선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폭언과 생떼 등 악성 민원이나 직무 스트레스 등으로 자주 우울감을 호소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허술하다.
학교나 경찰·소방 등 일부 분야는 상담사를 통하거나 심리상담실, 또는 전문교육을 받은 직원을 조직 내에 배치해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지만 일선 시·군 등의 공무원은 심적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마땅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심한 우울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동료 등 주변 사람에게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 우울감에 병가·자살·동료 살인미수까지 '분노 폭발'
지난 3월 충남도내 A시에 근무하던 40대 공무원은 직장 내에서 동료 직원을 흉기로 찔렀다. 경찰은 우울증 증세에 따른 충동적 범행으로 봤다. 그는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4월에는 30대 여성 공무원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역시 심각한 우울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에도 한 자치단체 공무원이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해 고민하다가 결혼 1개월여 만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평소 근무성적이 나무랄 데 없었지만 우울증 등 정신의학과적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2년 앞선 2012년에도 한 공무원이 팀 동료와 몸싸움을 벌인 지 며칠이 안 돼 목숨을 끊었다.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은 분노감정처리에 익숙지 못한 탓에 민원인의 언어폭력에 가까운 공격에 대응하다 정신적·심리적 상처를 입고 혼자 고통스러워 했다고 털어놨다.
C시의 공무원은 평소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데 따른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고심 끝에 6개월 병가 휴직을 신청했다.
이처럼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상당수 공무원이 대민업무를 포함한 각종 직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감 등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 증세 심각하지만 병가 내는 것도 '눈치'
문제는 우울감 등 정신적·심리적 불안에도 마땅한 상담처가 없거나 휴직이나 병가 등 적절한 치료를 위한 행동에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영훈 해운대백병원 교수의 최근 공동 연구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직장을 다닌 18세 이상 64세 이하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10명 중 7명은 치료를 위한 병가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1천명 중 7.4%(74명)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병가를 쓴 사람은 31%(23명)에 그쳤고, 그나마 우울증 사실을 숨기고 다른 이유로 얼버무리는 게 태반이었다.
그 이유로 '병명이 밝혀지면 직장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 '주변에서 이해해 줄 것 같지 않다', '개인적인 이유라 비밀로 하고 싶다' 등으로 답변했다.
각종 인허가나 사회복지 등 대민업무를 하는 행정직 공무원으로 표본을 좁히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선문대학교 손진희 교수(상담학)는 28일 "POSCO나 삼성, SK그룹 등 대부분 기업은 일찍부터 조직 내 전문상담의 필요성을 인식해 '기업상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행정직 공무원 등은 사각지대나 다름없다"며 "많은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공무원 대부분이 자기주장 통로가 막히고 분노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담요원 배치가 최선이겠지만 전문기관과 계약해 필요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상담기관 연계 '한시적이거나 미봉책'…대책 필요
천안시의 경우 직원들의 직무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민간기관과 계약해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올해도 4월부터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익명성 확보를 위해 인터넷이나 전화, 혹은 이메일로 접촉하고 필요할 경우 매월 두 차례 상담사들이 방문, 대면상담을 하는데 최근 두 달간 15명이 20여 차례 상담했다.
아산시도 지난해 외부 기관과 연계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올해는 이마저 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행정기관은 상담전용 공간이나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외부기관과 한시적으로 계약해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고충을 털어놓고 정서적 안정이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무원 박모(49)씨는 "인·허가 등 대민업무를 하다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어디에 하소연도 할 수 없는 게 공조직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진애인아동가족치료연구소 소장(1급 상담치료사)도 "대인관계뿐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심지어 가계를 이어오면서도 개인의 분노감정은 축적되는데 적절히 분출하지 않으면 자살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며 "개인과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들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으로 심리적 정서적 고충을 해소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yykim@yna.co.kr
진짜로 내가 하고싶은 말인데, 뭣하러 노량진에서 몇 년동안 썩혀가면서 공노비 준비하냐?? 공노비들도 개인시간 없는 건 마찬가진데
그냥 탈조선 준비하는 게 훨 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