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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충박멸
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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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택배기사 하루는 '작은 전쟁'…"피곤한 몸 깨우려 캔커피 5개로 끼니"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것도 사치예요. 정신없이 바빠서 끼니 거르는 게 예사라, 시간 지나면 배고픔도 무뎌집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자 토요일인 지난달 26일 기자가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택배기사 배성준(35·가명)씨의 하루는 작은 '전쟁'과 같이 고되고 험난했다.?

배씨의 일과는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비슷하다. 오전 7시 택배회사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 배송지 분류와 상차(上車) 작업을 하고, 이후로는 택배차를 몰고 다니며 저녁까지 200∼300개의 물품을 배송한다.

배송이 끝난 뒤에는 택배회사 외에 자신이 영업을 뛰어 만들어 놓은 거래처를 돌며 다음날 배송할 물량을 받아 와야 한다. 퇴근 시간은 이르면 오후 8시에서 늦으면 10시, 11시까지 대중이 없다.

이처럼 바쁜 일과 때문에 음식점에서 끼니를 챙겨 먹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피곤한 몸을 깨우려고 보통 캔커피 4∼5개로 밥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이날도 틈이 날 때마다 캔커피를 들었다. 배송량이 적은 동료들은 컨테이너 박스로 된 사무소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상을 차리고 찬 바람을 맞으며 '아점'으로 자장면을 시켜먹었다.

배씨는 "커피 마시면 잠이 잘 안 온다는 사람들 이해를 못하겠다"며 "하루 다섯 잔씩 커피를 마셔도 잠만 잘 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은 물량이 평일의 반 수준인 120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전 11시에 배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영하의 날씨 속 아무 난방 기구 없는 택배 터미널에서 맨손으로 짐을 나르느라 손은 빨개져 있었다.

배씨는 "오늘처럼 그냥 춥기만 하면 조금 나은 편"이라며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젖은 발을 말릴 틈이 없어 눅눅한 채로 하루를 보내야 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매일 200건이 넘는 통화기록이 남지만 가족과 통화는 거의 없다.

택배 분류를 하면서도, 배송을 하는 도중에도 고객들에게 전화하고 전화를 받느라 바쁘지만 가족과 전화할 잠깐의 짬도 내기 어렵다.

배송은 택배차량을 주차하고 동별로 배송할 물건을 손수레에 나눠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분주히 다니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위층부터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재빨리 택배를 건네는데, 이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를 놓치지 않으려고 고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도 계속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일부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문을 계속 열고 있으면 벨 소리가 울려 그냥 내려 보내야 했다.

얼마 전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은 배씨는 짐을 옮기는 도중 잠시 틈이 날 때마다 '아이고 허리야'라는 말을 한숨 뱉듯 내뱉었다.

허리디스크와 무릎과 연골 등 부상은 온종일 몸을 쓰며 일하는 택배기사들의 훈장 같은 고질병이다. 배씨 동료 중에는 세 차례나 디스크 수술을 받고 나서도 허리에 복대를 차고 버티는 이도 있다고 한다.?

벌써 택배기사 10년 차인 그는 "너무 쉴 틈이 없이 노동량이 많다"며 "물류량은 10년 전에 비해 10배는 늘어난 것 같은데도 일이 많아진 것만큼 보상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택배회사가 받는 단가는 종전 4천원에서 2013년 2천500원으로 인하된 이후 동결이고, 자연히 택배기사들이 받는 돈도 줄었다.?

배씨는 한 건 배송할 때마다 800원 남짓을 받기로 계약돼 있지만 보험료와 기름값 등 개인이 부담하는 운영비를 제외하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건당 500원 정도다.

그는 "사실 오전 7시부터 5∼6시간 진행되는 분류 작업은 무노동 임금인데도 택배회사들은 이 돈이 800원에 포함돼 있다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자동차 운송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수도권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약 13시간으로, 이중 운행시간이 9시간, 4시간은 운행 외 업무시간으로 분류됐다. 총운송 수입은 314만원이지만 택배기사가 실제로 받는 월평균 순수입은 206만원에 불과했다.?

고객이 물품이 파손됐다며 민원을 내거나 고객이 막무가내로 택배를 못 받았다고 우기면 결국 배씨가 물어내야 해 의외의 지출도 많다.


경조사라 하더라도 회사에서 대체인력을 구해주지 않아 피치 못하게 쉬어야 할 경우 자신이 받는 일당의 배를 주고 대체인력을 구해야 한다. 배씨는 "이마저도 며칠 쉬면 수입에 큰 타격이 있어 웬만하면 일하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회사를 대하는 일뿐 아니라 고객들과 만나는 일도 고역일 때가 많다. 심할 때는 고객으로부터 맞기도 한다.

배씨는 "고객들이 반말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쌍시옷이 들어간 욕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기본적으로 본인보다 좀 부족하다고 생각해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배씨가 배송하러 들린 고객들은 대부분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물품을 받아 들거나 배씨가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말에 "네"라는 단답으로만 응했다. 100여 명 중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건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배씨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분위기가 차츰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고객들이 오가는 말 한마디를 좋게 하면 피로도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택배기사의 고충을 조금만 더 이해해달라는 부탁도 전했다.

"깨지거나 상하는 물건을 배송하면서 정확한 고지가 없을 때 고객과 배송 기사 모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으니 배송물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 주고, 택배를 일부러 지체해서 배송하는 일은 없는 만큼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달라"는 당부의 말을 이었다.

새해에는 노동환경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일본은 배송 수수료가 7천원, 미국은 1만원 선인데 우리나라는 2천500원밖에 되지 않아 택배 단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씨는 "쿠팡이 자체 배송 인력을 직접 채용하는 것은 선진국형 택배시스템"이라며 "전 기사가 직원이고 민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택배기사 혼자만이 아니라 회사가 부담을 나눠서 지는 시스템이 장기적으로는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택배 기사도 사람입니다. 가족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좀 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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