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블레이징
1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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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서 언급되는 기관과 국가, 직급 등은 모두 허구이며,

만일 실존하는 기관이나 국가가 있다 하여도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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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본부 지하.)

 

 

어두운 방 속에 화상회의 스크린이 켜져 홀로 이질적이게 빛나고 있었다. 어색한 동양식 발음의 영어와 북미, 유럽식 영어가 오가고 있었다.

 

 

“계약 이행의 시간이 왔소, 김 원장. 키타조센의 분위기도 무르익었고, 동북아 평화 진흥 위원회 또한 결론 내렸소, 키타조센 군의 공격을 유도하여 기습 남침을 빌미로 임무를 수행하면 될 것이오.“

 

 

김승규 국정원장은 조용히 팔짱을 낀 채 살짝 의자를 기울여 그들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기존의 시나리오와는 다릅니다만…”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금, 북측의 포격을 유도하라는 것이 얼마나 큰 피해를 일으킬 지는 감안하고 있으신 겁니까?”

 


한껏 가라앉은 회의장을 명확하고 당당한 부원장 최원호의 목소리가 압도해 갈 때 즈음 다시 국정원장이 그를 제지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정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며 임무 수행을 강요하는 것이야 말로 지극히 한국 스럽다고 했던 여러분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이런 무리수를 강요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이건 통과의례 같은 것이지, 지난 70년간 폐색되어 온 이 한반도를 일격에 종말을 고하며, 살아남은 강한 자 들을 규합하여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의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오.”

 

 

“뉴턴의 운동 제 3 법칙, 나아가기 위해 무엇인가를 버려야 하는 법. 죽음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니 말일세.”

 


국정원장은 그들의 발언이 매우 기분이 상했다, 자신을 새로운 세계의 중책으로 앉혀주겠다던 그들은 온데간데 없고 사람의 목숨을 쥐고 뒤흔들며 마치 신이라도 된 양 이 땅 위에 군림하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 만을 갈취하여 도주하려는 영악하고 간사한 그들의 본색을 본 그는 분노 그 이상의 감정이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으나 조용히, 하지만 강력하게 그들에게 주장했다.

 

 

“죽음은 아무것도 낳지 않습니다.”

 

스크린 속 인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입꼬리가 올라간 표정이었다, 국정원장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죽음은, 자네들에게 베풀어주도록 하지.”

 

"아 물론 우리가 베풀어 준다는 뜻은 아니네, 조만간 귀한 손님들이 자네들을 찾아갈걸세."

 

"자네들의 상관이기도 하니 잘 대접하길 바라네."

 

 

뚜-뚜-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저런 놈들하고 거래를 하다니, 이거 큰일입니다 원장님.”

 


"고생 좀 해야 겠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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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집무실.

 

 

여느때와 같이 삼엄한 경계와 적막감이 감도는 집무실, 어느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사무실의 적막을 조용한 노크소리가 걷어내고 있었다.

 

 

"각하, 시우쇠 이 팀장입니다."

 

 

몸집이 좀 있는 사내였다, 대단한 몸을 가진 사내는 아니었으나, 그의 몸집이나 눈빛, 복장은 청와대에 흔히 드나드는 그런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들어오게."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각하."

 

 

"그 고생했다는 양반 보려고 드레스 코드도 안 지키고 오는 구만 허허...미국물을 먹어서 그런가?"

 

 

이 팀장의 모습은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물론 딱히 흠잡을 데 없는 캐주얼한 스타일이었으나, 청와대는 그러한 복장의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드는 곳은 아니다, 그의 복장은 넥타이는 고사하고 와이셔츠, 정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활동이 편한 스판 소재가 들어간 청바지에, 튀지 않는 차분한 파란색의 깃이 있는 셔츠, 올리브 드랩 색 야상 한 벌, 전술화 한족이 전부였다.

 

 

"아, 죄송합니다, 브리핑 자료 받고 급히 올라오느라..."

 

 

"괜찮네 괜찮아, 일단 보고부터 하게."

 

 

이 팀장은 서류가방에서 봉인된 문서를 꺼내 공손히 보고서를 올렸다. 보고서를 쥐어들고 한장씩 넘기며 정독을 시작한 대통령의 손이 알듯 모를 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분노와 기대감이 모두 가득 찬 복잡한 감정이었다.

 

 

"양재동*(국가정보원) 놈들이 손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대부업, 건설, 유통, 제조업, 엔터테인먼트, 관광업, 운송업까지...타이틀만 양우공제회지 사실상 기업형 조폭 단체나 다름이 없습니다. 특히나 요청하신 대부업 쪽은 훨씬 심각합니다."

 

 

이 팀장의 브리핑이 계속 될 수록 대통령은 분노가 차오르고 있었다. 대통령이 된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 업무를 처리하고자 하니 온갖 부처와 장/차관급 관료, 국회의원들까지 모조리 모여 자신의 정책에 반하고 방해만 줄창 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으니 이것보다 답답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시우쇠 이 팀장의 보고는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 이 모든 상황의 답변과도 같았다. 소보루 빵을 먹다가 갑자기 눈 앞에 시원한 우유가 한잔 나타난 것과 다름없었다.

 

 

"이 양재동 놈들은 해외 자금을 이용하여 국내에 침투하여 이를 이용하여 자본금을 불려 나가는 방식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저희 공사 사업단 2팀의 희생으로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이 해외 자본의 공급처는 일본 대장성 과 중국 재무부입니다, 이 자금들을, 현재 경북지역과 서부산 지역 개발,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 등의 신생 사업단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처럼 들여와서 조직적으로 자금세탁을 감행한 후, 이를 대부업의 명목으로 서민경제에 들어가 부동산이나 갖가지 자산들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돈을 불려 해외로 빼 나가는 방식으로..."

 

 

"그래서 신도시 개발사업이나 관광단지 조성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거군. 마치 티스푼 공사를 보는 것 처럼..."

 

 

"예 그렇습니다 각하."

 

 

“내 예상이 결코 틀리지 않았군…”

 

 

“현재까지 밝혀낸 이들이 국내에서 유동하고 있는 자금은 53조 7800억원 이며, 이쪽 저쪽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해외 투기자본세력 발 뇌물 수수 혐의가 드러난 인원은 371명으로, 여 야를 막론한 전/현직 국회의원, 장,차관급 관료 모두가 다 연관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은 잠시 책상 밑으로 고개를 떨구더니 바로 일어서서는 세면대로 향했다, 구역질을 하며 저녁에 먹은 것들을 모조리 게워내고 있었다. 자신은 이 나라의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할 정도로 자신을 견제하는 이 나라의 모든 행정, 입법, 사법 체제 모두가 명백한 적으로 밝혀진 지금,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늘이 노래졌다. 그에게 있어 믿을 것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제길, 속부터 완전히 썩어 문드러진 거 였구만… 놈들이 이렇게까지 일을 칠 때 까지 아무도 몰랐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군...”

 

 

“무엇보다 그들은 일개 국가의 정보기관이자 방첩기관이니...당연한 것 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70년간 국가정보원은 북괴로부터 국가를 지킨다는 명목 하에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며 거침없이 부를 쌓아왔다, 초기엔 그다지 문제점은 없었다. 자신들의 성과를 빌미로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중 한 명을 포획하여 고문하고 이미 작성해 둔 진술서나 각본대로 진술하게 하여 그들을 본보기로 삼아 국민들을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은 물론이요, 정치적 이슈가 필요할 때는 거침없이 국민들을 수장시키는 등 온갖 악랄한 만행을 서슴 치 않았다. 대한민국을 서서히 죽이고 있는 독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들을 견제할 기관이 필요했고, 독은 독으로 맞서야 한다는 사상 아래 법을 초월하는, 아니 정확히는 법의 보호를 받지 않고, 법을 지키지도 않는 특무기관이 설립되었다.

 

 

전략국토방위공사.

 

 

이 기관은 외세 및 내부의 적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를 지키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수호함에 있어 국가기관, 공공기관과 협조, 혹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하는 국가기관을 제압, 정상화 시키는 업무를 수행하는 단체이며,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 기반하여 임무를 수행한다. 국민의 권리를 위해하고,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되는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집단을 정상화 하는데 중점을 두고 활동한다.

 

 

이들은 어떤 정부 집단에도 속한 집단이 아니며, 따라서 어느 누구도 이 집단에 대해 직접적 명령을 내릴 법적인 권한은 없다. 하지만 국가안보에 직접적 위험요소가 발견되고 무력집행기관이 이 위험요소를 제거하는데 상당한 위험에 처하여 있을 때는 이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외에 국가적 재난사태에 국민들을 보호하며, 국가 기관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원칙적으로 정부의 명령을 받지 않으며 국가 수장의 명령을 받지 않으나, 정부기관에 협조한다. 국가시스템이 위기에 처하고 국민의 안위가 위협당할 때, 시스템을 복구하고 국민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인원선발은 세계 어느 국가의 군사/준군사 조직보다도 더 철저한데 이들은 주로 대한민국 국군 현역 전역자를 기반으로 선발한다. 신분상 가족들 중 정치권, 대 내외 포함 이적행위, 범죄행위에 연루된 자가 있는 경우 자동적으로 탈락된다. 이후 선발된 인원을 중심으로 장기간에 걸친 심리조사, 신체검사, 체력테스트 등을 받으며, 이에 합격한 인원들에 한하여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선발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합격한 인원들은 다시 사회로 돌아간다.

 

 

사회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며 훈련을 받는다, 각종 전술사격, 유격, 게릴라 전술, 중화기 집체교육, 응급의료지원 등에 대한 교육을 장기간에 걸쳐 받으며 숙달한다, 1년에 최소 3개월은 해당 훈련에 매진하며 주말을 포함하여 훈련을 나눠서 받도록 하여 사회 본연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해당 훈련을 받는 자립통제형 전술요원은, 국가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수 없을 때는 국가를 지원하여 국민을 보호하며 국가가 국민을 적대시 할 경우, 국민을 지원하며 공권력을 제압, 정상화 시킨다.

 

 

따라서 그들은 보급품이 없는 상황을 가정하여 훈련을 받으며, 주로 시가지에서 민간인의 틈에 섞여 사제 물건들을 활용하여 필요한 물품을 보급하고 무장한다. 만 26세 이상부터 만 50세 이전 까지만 요원으로서 생활이 가능하다. 이후에는 요원의 자격을 상실하며 더 이상 업무수행을 할 수 없다.

 

 

급여는 부사관 하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지급한다. 24시간 365일 대기 체제이며, 주말을 포함한 휴일에 전술훈련을 받고, 보급품을 사비로 구매해야 하는 요원 특성상 가장 합리적이며, 그 이상 지급이 된다면 요원들이 본인의 생업에 종사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략국토방위공사 소속의 자립통제형 전술요원은 모두 피아식별 및 상황전달을 위한 암호화된 단말기를 지급받는다. 이들은 존재 하지도, 보호 받 지도 않는 존재이며, 전술 한 대로 이들은 중앙통제 시스템으로도, 자립통제체제로도 언제든 변화하여 적응하고 활동할 수 있는 존재다. 이들의 설립 이후 기존의 정부 기관들의 정당하지 못한 행동과 활동들이 모조리 탄로나고 있었고, 대통령 또한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청해진 해운 세월호 침몰사건의 조사 결과, 공식적 침몰원인은 과적 및 조타 미숙이었으나, 전략국토방위공사의 재조사 결과, 테르밋 기뢰를 이용한 선박 하부 파공으로 인해 발생한 침몰이었다, 이를 필두로 전략국토방위공사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북풍 조작 사건, 공적자금 불법 유동, 횡령, 배임, 살인, 증거인멸 등 수많은 공공기관 및 정부 기관들의 비리 사건들을 모조리 밝혀내어 언론에 흘리는 등 정부 기관들의 치부를 들추는 얼굴 없는 비리 폭로자로서, 개인이나 기관, 정치인으로서는 살해 위협을 받아야 할 수준의 거사를 치뤄내며 이 나라를 한바탕 뒤집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가용병력은 어느 수준인가?”

 

 

“소프트, 하드, 전부 가능하며 하드는 대략 1개 사단 수준의 병력입니다.”

 

 

“좋아, 놈들이 이딴식으로 나온다면 다 방법이 있지… 지금부터는 공식 발언일세."

 


"예 각하."

 


"내일 06:00분부터 지난 70년간 대한민국 국민과 대통령인 나에게 끊임없이 적대감을 표출해 온 국가정보원에게 일방적으로 전쟁을 선포합니다. 전략국토방위공사 전 병력 가동시키세요 선전포고 따위의 자비는 베풀지 않습니다. 전략국토방위공사 또한 해당 내란집단에 대해 일체의 자비를 베풀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시우쇠 이 팀장의 입에 알 듯 모를 듯 미묘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1차적으로 국가정보원에서 얼마 전 제 승인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가동한 양자컴퓨터 나이트 쉐이드 MK.1 을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알겠습니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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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0

 

(국가정보원 본청)

 

 

 

"오, 김 실장님 오늘도 일찍이시네요."

 

 

 

"어? 박 주사님 제가 오늘 첫 출근입니까??"

 

 

 

아직 불이 켜지지 않아 어둑어둑한 본청의 로비에 정장을 차려입은 깔끔한 스타일의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아예 퇴근하시지 않은 분들을 제외하면 처음이십니다. 아무래도 출근시간까진 아직 4시간이나 남아있으니까요."

 

 

 

"허허, 하긴 그렇네요, 고생하십니다, 먼저 본청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이구 별 말씀을, 고생하십시오."

 

 

 

저 멀리로 미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직도 하늘은 검푸른 색, 이른 시간이었지만 국가정보원 본청의 사무실에는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었다. 새벽부터 직원들이 출근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전날부터 지금껏 작업을 하고 있었던 사이버 심리전 담당 단기근로직과 일부 기술팀 팀원들이 그 불빛의 주인공이었다.

 

 

 

"좋은아침입니다, 식사부터 하시고 업무 지속하시지요."

 

 

 

넉살좋아 보이는 김 실장의 양 손에는 금방 싼 김밥과 따끈한 시래기 된장국이 들려있었다.

 

 

 

"이야, 김 실장 늘 고마워, 우리 일정 확인해서 꼬박꼬박 이렇게 아침까지 준비해주고..."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설탕을 넣었다고 해도 믿을법한 겨울 시금치, 아삭한 단무지, 달콤 짭짤한 햄과 어묵조림이 잘 어우러진 맛있는 김밥과 살짝 칼칼한 맛이 올라오는 얼큰한 시래기 된장국은 아직 추운 3월 초의 새벽, 배고픈 직원들의 배를 든든하게 해 주고 있었다.

 

 

 

"에이~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여러분들은 이렇게 새벽까지 나라 위해 고생하시는데, 제가 이정도는 해야지요."

 

 

 

"봐라 봐라, 김 실장 인성도 끝내주는거 봐, 야~ 니들 이런사람 못만난다 진짜, 실장님 실장님 하지말고 오빠~ 오빠~ 하면서 점수도 따고 해 봐라 응?"

 

 

 

"하긴 그렇지요, 김 실장님 직장도 안정적이지, 실력도 좋으시지...어 근데 그거 여가부에서 금지한 사항 아닙니까? 사내 성희롱..."

 

 

 

"거 참, 뭘 그런것 가지고도 다 시비를 걸고 넘어지냐 걔들은."

 

 

 

여느 때와 별 반 다를 바 없는 평화로운 날이었다, 사이버 심리전단 1팀의 여명은 그렇게 밝아오고 있었다. 사이버 심리전단 1팀은 우리가 말하는 흔한 댓글알바와 같은 조직이었다. 인터넷 상의 여론을 형성하고 조작하며 국가 내부에서 불온 데이터를 살포하며 이적행위를 하는 자 들에 맞서 동일한 방식으로 살포한 데이터를 조작하고 공격하는 방식의 작업을 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였다. 그들은 대통령의 승인조차 받지 않고 제멋대로 가동한 양자컴퓨터 나이트쉐이드 MK.1 의 압도적인 연산처리능력에 힘입어 사이버 상에서 압도적인 전력차를 보이며 상대진영의 세력을 밀어내고 있었다.

 


물론 심리전단의 적이라는 것이 사실 자국민 중 정부의 무능함과 부당함에 반해 일어서는 국민들이라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말이다.

 

 

 

"자 그럼 슬슬 작업 시작해볼까요, 한시간 정도 쉬었으니 슬슬 다시 모니터링 시작해야지요."

 

 

 

"예 물론입니다, 이 블레이징인가 뭔가 하는 또라이 새끼하고 미카엘 이 빨갱이 새끼부터 눌러버려야겠습니다."

 

 

 

"글마들 아직도 포기 안했더나? 거 진짜 끈질긴 새끼들이네...운영자 이새끼는 뭐 하는거야?"

 

 

 

"그러게요, 배후타격, 소요사태, 요인암살 및 영상올리기 등등 지껄여대는 글이 거의 뭐...빨갱이 새끼들 그 이상인데요?"

 

 

 

"뭐 그래봐야 개인인데, 우리 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너무 실망하지 말고 지속해서 작업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사이버 심리전단은 팀장급 1명과 기술지원 담당 2명 그리고 인터넷에서 포섭한 비정규직들로 구성되는 팀이다. 업무의 중요도는 낮은 편 이었지만, 문민정부 시절 이후부터는 더 이상의 고문이나 고문을 통한 진술 등을 이용하여 죄를 뒤집어 씌우는 등의 작업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후 인터넷의 발달로 익명을 이용한 소통이 활발해지자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토로하며 국가를 욕하는 자 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게 되었다.

 


국정원은 적을 상대하는 존재, 적의 형태가 변한 와중에 그들이 이전의 방법을 고수할 이유는 없었다. 이미 국정원은 기존과 같은 방식의 작업인 북괴를 이용한 북풍조작, 증거조작, 고문, 증거를 남기지 않는 살인 등등 수많은 심증적 요소들을 지저분하게 흘리고 다녔고, 이는 국민들에게 선한 존재로, 믿을 수 있는 존재로 비춰보이고자 노력하는 여러 정치인들의 타겟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설립된 팀이 바로 이 사이버 심리전 팀인 것이다.

 


그중 1팀은 지난 4년간의 문제를 모두 떠안은 채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이던 조직이었다, 탄핵된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결사 옹호하는 팬클럽을 형성하고 이들을 통해 관제시위 등을 하며 국내 여론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었다. 탄핵 인용 이후 통제되지 않는 관제 시위 세력들의 시위는 폭력사태로 번지게 되었고,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탄핵된 전 대통령을 옹호하지 않으면 곧바로 폭행을 하는 등, 그들의 만행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에 관제시위 세력들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병력들을 배치하고 이를 평화적 방법으로 진압을 하려 노력했으나, 의경들을 보고도 폭력을 행사하며 여론을 흉흉하게 만드는 그들에 정면으로 비폭력으로 맞서야 하는 의경들의 희생도 날이 갈 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국정원은 이를 통제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70년간 국정원의 만행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은 공격대상을 찾고 있었고, 국정원이 악의 축임이 드러나자 언론, 정치인, 국민, 교수 등 너 나 할 것 없이 국정원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06:00

 

 

 

"어? 김 실장님? 네트워크 접속이 끊겼습니다."

 

 

 

"저도요."

 

 

 

"네? 인터넷 작업공지같은건 없었는데...인트라넷은 살아있습니까?"

 

 

 

"아니요, 방금 인트라넷도 끊겼습니다. 외부로 통하는 통신이 끊긴거 같습니다."

 

 


(작전처)

 


"외부 네트워크 통신불능입니다."

 

 

 

국정원장과 부원장의 불안한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예상보다 이른 공격에 부원장도 꽤 당황한 기색이었다.

 

 

 

"좌측 회선 상태는?!"

 

 

 

"완전 불능입니다, 본청 제외 타 부서와의 연결 자체가 전부 끊겼습니다."

 

 

 

"위성통신을 개방해서라도 복구해라! 부원장 권한이다! 외부네트워크 상태는?!"

 

 

 

"외부로부터 전 네트워크가 일방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나이트 쉐이드를 목표로 하고있는건가..."

 

 

 

언제나 불안한 예감은 항상 정확히 들어맞는 법, 부원장의 예감은 정확했다. 소름돋을정도로.

 

 

 

"외부 단말기로부터의 침입 확인! 나이트 쉐이드의 해킹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군...침입자는 세종시 정부청사인가?"

 

 

 

"아닙니다, 적어도 다섯곳 이상입니다, 계룡대, 대전, 부산 등으로부터의 침입은 확인되었습니다!"

 

 

 

"망할 강대국 놈들... 아주 우리를 죽이려고 총력을 다하고 있군...현 병력차는 1대 5...승산이 없다..."

 

 

 

전략국토방위공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네트워크를 끊으며 국가정보원 각 안전가옥과 청사로부터 서로를 격리시키며 전자동화 되어있는 국정원 본청의 시스템을 장악, 직접 점거에 앞서 각종 방어시스템을 해제하고, 특정 공간에 인원들을 가둬 진입을 쉽게 하려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제 3 방화벽 돌파되었습니다!"

"주 데이터 베이스 봉인 및 기밀화 시도...불가능합니다! 침공을 차단할 수 없습니다!"

 

 

 

"21전산실이 뚫렸습니다! 예비회로로도 저지 불능입니다!"

 

 

 

"큰일이군...나이트쉐이드 시스템의 장악은 본청 점거나 다름없으니..."

 


조용히 앉아있던 국정원장이 자세를 고쳐잡으며 조용히 작전팀 전원 비상호출을 명령했다.

 


"OP 팀 불러서 대응한다. 호출해."

 

 

 

부원장의 이마주름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운명이 어찌될 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죽음앞에서 사람은 다시 선해진다고 했었나, 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직원들의 목숨까지 한꺼번에 잃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걱정이었다. 국정원은 그런 조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조직이, 국정원이라는 울타리 안의 사람들만을 중시 했으니...직원들은 모두 분주히 움직이며 네트워크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심리전단팀)

 


흰 근무복을 입은 인원이 심리전단팀의 문을 박차다 시피 하며 들어왔다.

 

 

 

"김 실장님, OP 팀 호출입니다!

 

 

 

"이게 무슨일이죠? 네트워크 전면 차단으로 심리전단 팀 업무가 중단되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가시면서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좋습니다, 출발하시죠"

 

 

 

김 팀장은 심리전단팀에서 나서 발령소 직원과 함께 엘레베이터 홀로 뛰어가다 시피 걸어갔다.

 

 

 

"방금 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81호가 발령되었습니다."

 

 

 

"81호라 함은?"

 

 

 

"예, 국가정보원 전 부서에 대한 특혜 파기 및 지휘권 정부로의 이양 입니다. 최후 통보입니다."

 

 

 

"예? 잠시만요, 그것과 네트워크 차단이 대체 무슨 관계죠?"

 


"그 81호 명령에 의거하여 현재 나이트 쉐이드가 해킹당하고 있습니다. 꽤나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이트쉐이드? 국정원 지하에 있는 중앙통제 양자컴퓨터가 해킹당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걸 지시할 수 있는겁니까??"

 


김 팀장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의 명령쯤은 간단히 공문으로도 보낼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일방적으로 네트워크를 다 끊어버리고 외부와의 전자적 접촉을 완전히 끊고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해킹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관폐쇄라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기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그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 법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만 이것이 국회 정식승인이 있었던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기술팀 전원 호출되어 해킹 대응 및 복구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도 어차피 정부기관인데 그런 훈령쯤은 공문으로 보내도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닙니까?"

 

 

 

"예 사실상 선전포고 없이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지요."

 

 

 

"도저히 큰집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당최 알 수가 없군요. 예산삭감이나 권한을 줄이는 방법, 인원 감축 등으로도 가능한 일을 뭐가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아니 대체 이게 가능키나 한 일입니까?"


"81호에 대한 적법성은 법무팀에서 분석중이나 사장님께선 현재 전 부서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셨습니다."

"흠..."

이미 기술팀과 전산팀은 도착하여 중앙제어컴퓨터 정상화를 위해 작업중이었다, 사실상 OP팀이 활약할 이유는 없었다. OP팀은 본청방어 및 전술대응팀으로서 이들의 출동은 오프라인 상황하에서의 작전이나 본청 방어가 주된 업무였다. 국정원을 해킹했다면 그 주동자를 역추적하여 이를 포획하는 일을 하는 팀이었으나, 이미 대한민국 정부에서 81호 명령이 떨어졌다는걸 구두로 전해들은 상황에서 김 실장은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작전처)

 


"나이트 쉐이드는 전초전입니다 원장님. 녀석들의 목표는 결국 본부시설 직접 점거 및 저희의 체포니까요."

 

 

 

"하긴...현 국내의 사태는 우리 작전의 문제였으니...조만간 밀고 들어올거다, 문태훈이가 제아무리 온건파 대통령이라 한들 우리같은 부처를 온건하게 법적 절차 밟아가며 밀어버리진 않을테니..."

 

 

 

"준비하고자 OP팀 호출 및 대인요격시스템 가동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로서 루비콘 강을 건너는군..."

 

 

 

"부원장님, 나이트 쉐이드에 대한 해킹이 중단되었습니다, 트리플 V타입 방화벽을 전개, 이후 72시간은 외부 접근은 불가능합니다. 다행입니다."

 

 

 

"그리 부드러운 녀석들이 아니다, 대인요격시스템 오퍼레이터들은 정위치로, 전 시스템 가동. 총원 실전, 전투배치."

 

 

 

"예??"

 

 

 

"못 들었나? 전투배치. 실시해라."

 

 

 

"상대는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그런데도 전투배치입니까??"

 

 

 

"알고 있다. 토달지 말고 실행해!"

 

 

 

"...예, 알겠습니다."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부원장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실려있었다. 알고는 있었다, 직원들에게 소리질러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하지만 조절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국정원 전 직원 통틀어 가장 급박한 자는 단언컨데 부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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