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 글을 읽으시기 전에 저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이고 탈조선을 희망하는 다른 분께는 적용하기 힘든 점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발견하여 매우 반가워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고 싶어 몇자 적습니다.
저는 운이 매우 좋은 편이었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박사 학위를 위해 미국 유학을 오셨을 때 저를 가지셨고 덕분에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국적 취득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기본적으로 미국 국적 취득은 '태어난 나라'기준이고 한국 국적 취득의 기준은 '부모님의 국적'입니다.
제가 잘못알고 있거나 지금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위의 이유로 저는 이중국적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박사학위 취득 이후 얻은 직장의 영향으로 저는 자주 미국-한국을 왔다갔다 하게 되었습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씩 번갈아가면서 한국과 미국에 체류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여권도 두가지 모두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도 미국에서의 삶은 매우 긍정적인 기억이 대부분이고 한국에서의 삶은 매우 부정적인 기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중학교 때는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학교생활을 해야 했을 때는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문화간의 차이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면서 중학교 말 쯤에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특정 방식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들겠다'라는 생존 본능이었을지도 모르죠.
운이 좋게도(?) 고등학교 3년 동안은 한국에 온전히 있게되어 여느 한국인 학생 처럼 수능을 보고 국내 내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 1 때는 또 미국에 가게되어 학점 교환 프로그램을 알아보아 미국 대학교에서도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나름 성인이 되었기도 해서 부모님의 출/귀국과 상관없이 계속 한국에 남아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때 국적과 관련하여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 바로 군대문제였는데요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전문연구요원 TO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여서 제가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딸 때 쯤이면 폐지 될꺼란 루머가 돌던 때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남자이고 이공계열을 전공했습니다.)
계속해서 한국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의 삶과 비교하게 되었는데 가뜩이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큰 상태에 군대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까지 많이 접하게 되어 어떻게든 군대는 뺄 생각이었습니다.
여차하면 한국 국적 포기까지 생각했었죠. (여권 2개가 매우 유용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이중국적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군대문제도 있고 해서 석사 후 전문연구원 후 박사유학을 가기로 진로를 결정하였습니다.
운이 좋게도 석사과정을 밟은 후 바로 전문연구요원으로 취직을 할 수 있었고 (TO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3년동안 일을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은 복무기간이 3년입니다.)
3년동안 일을 하면서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유학 자금을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입사 후 2.5년 쯤 지났을 때 박사 유학을 알아보고 GRE, 토플 등을 준비하였고 3.5년 쯤 지났을 때 퇴사하여 미국으로 박사 공부를 하러 왔습니다.
미국 학기제가 한국과 달라서 0.5년동안 더 일하면서 유학자금을 더 모았습니다.
정말, 군복무가 만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미국 박사과정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군복무를 완료하여 이중국적을 최종적으로 인정 받았을 때, 퇴사하고 나갈 때, 출국 비행기를 탈 때 정말 그 감격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내 평생을 족쇄처럼 차고있던 군문제를 해결하고 지긋지긋하던 한국을 벗어났을 때, 그 때 썼던 일기들을 아직도 힘들 때면 다시 읽어보곤 합니다.
지금은 미국 시민으로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매우 성과가 좋은 연구실이라서 정말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으로 돌아갈 일은 웬만하면 없을 것입니다.
가족/친척/친구 방문차, 여행차 잠깐잠깐 들를 일은 있을지 몰라도 저는 다시 돌아가서 한국에 정착하고 싶지 않네요.
이곳에서 졸업하여 취직도 하고 계속 살 생각입니다. 네임밸류가 있는 학교의 네임밸류가 있는 교수님의 연구실이고 외국인 신분도 아니니 취업에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회사 다니는 중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함께 미국에 왔습니다.
아내는 가장 영주권이 빨리 나온다는 시민권자 배우자 신분이여서 미국에 온지 6개월 이내로 영주권이 나왔습니다.
아내는 미국에서의 삶이 처음이라 초반에는 조금 힘들어하는것 같았지만 지금은 잘 적응해서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이제는 저보다도 미국인 친구가 많더군요)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지금은 전공 관련 직장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정말 전역->미국박사유학 이 시기는 제 인생에 있어서 잊지못할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끔찍했던 한국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미국에 오니 다행히도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허상이 아니라서 정말 만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탈조선을 꿈꾸시는 분들,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