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네요. 저는 그래도 한국에선 이름있는 대학교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했었습니다.
네 과거형입니다. 생명공학계열이다보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방 공장 관리직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가자마자 첫날부터 8시 9시 는 기본으로 깔고가는 퇴근시간. 10시 11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곤 했습니다. 평일은 하루하루가 회사 집 회사 집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회식은 적어도 두세번이고요.
정말 괴로웠습니다. 일이 있어서 남는거라면 차라리 괜찮았을 것 같았습니다. 일이 없어도 상사가 퇴근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퇴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이, 12시간 가까이 그저 상사의 눈치만 보면서
사무실에 앉아있는 생활은 끔찍했습니다. 제 외향적인 성격은 회사에서는 독이더군요. 궁금한 점과
알고 싶은 점, 그러한 것을 입밖으로 꺼내었다가 혼났습니다. 신입사원이 말이 많다고. 입 닫고 귀막고 눈감고 1년 사는거라고.
그때 여기는 제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도 못채우고 회사를 때려치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미친놈이라고, 인내심이 부족했다고 하였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해외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려고 몇달 째 깜깜한 미래를 향해 손을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방향을 도저히 잡을 수 없겠더라고요. 이제와서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여기서 내리는 하나의 선택이 내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부담감에 무서워서 무엇하나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북미 쪽, 캐나다 미국 쪽으로 갈 때 좋은 것은 호텔 벨보이, 프로그래머, 치기공, 요리사, 용접공 등이 있다고 하는
막연한 정보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비전공자가 컴퓨터를 익히면 외국에서 써줄까...? 요리라곤 자취할때 해먹는 정도인 내가 할 수 있을까?
몸이 심하게 약한 내가 용접공이 될 수 있을까?(건강의 문제로 군대도 가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수많은 고민들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해외 취업 특강 같은 것들 정말 하나하나 다 다니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말하더군요.
꿈과 열정을 가지고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준비해서 해외로 나가라.
그런 꿈과 열정이 아니라 저에게는 간절함밖에 없습니다. 내 삶을 찾고 싶고
제 삶의 전부를 회사에 주는 것이 싫고, 서민들의 삶의 고통을 당연시 여기는 한국이 싫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급합니다.
제 친형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는데 한국의 무급 야근 문화에 질려버려서 작년 일본으로 취직했습니다.
많은 돈을 버는 직장은 아닙니다. 아주 작은 회사죠. 하지만 분기에 한 번씩 3~4일 이상의 여행을 다닙니다.
형과 일주일에 한 번씩 화상통화를 합니다. 저는 부럽다는 말만 반복하고,
형은 어서 나오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형님은 호텔쪽을 해보는게 어떠냐고 추천을 해주더군요.
두렵네요. 너무 두렵습니다. 이렇게 좀 먹어가는 한국에서,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고 방향을 못잡다가
저까지 좀 먹게 되어 그냥 여기에 남게 되서... 남들과 똑같은 쳇바퀴 속으로 다시 들어가버리는 모습이
상상되네요.
제 이 선택의 기로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큰 맘 먹고 한 가지 방향을 잡아서 그대로 나아가야하나요.
도와주세요. 이 고민을 혼자만 끌어 안고 있으려니 너무 힙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