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Hatfelt
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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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기술적 실업’의 시대
    모든 것을 바꿀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다. 2016년 우리 사회를 ‘알파고 쇼크’로 몰아넣었던 이세돌과의 세기의 대결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렇듯 기계는 물리적 힘은 물론이고 인지적 능력에서까지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곧 인간의 노동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이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그런 미래는 반드시 온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주어진 다음의 임무는 무엇일까? 이제 첨단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과 기계가 야기할 우리 삶과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가 우리에게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되었다.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는 현대 과학 기술과 인공지능, 경제 전반에 정통한 작가이자 강연가, 컨설턴트인 케일럼 체이스가 인공지능의 진화로 인해 인간이 더 이상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기술적 실업’의 시대, 즉 ‘경제의 특이점’ 이후 인류가 직면하게 될 막대한 기회와 위험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특이점singularity은 본래 수학과 물리학에서 함숫값이 무한이 되는 변숫값, 혹은 중력의 고유 세기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시공時空의 영역, 즉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을 뜻하는 과학 용어다. 그런데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2005년 《특이점이 온다》에서 이 개념을 비非생물이 생물의 지능의 총합을 뛰어넘는 지점을 의미하는 ‘기술의 특이점’으로 확장해 사용하면서 특이점은 대중적 용어로서의 지위를 얻었다. 체이스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술의 특이점이 오기 전에,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기존의 경제 법칙이나 상식으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세계가 도래해 인류를 혼란에 빠트릴 것이라 경고한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체이스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 체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제1차 산업혁명부터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기술 패러다임 변화의 역사, 오늘날 과학 기술과 인공지능의 현주소, 인공지능 혁명에 따른 대변화에 대한 유력 인사들의 전망을 다각도로 점검한 뒤 2021년부터 2041년까지 인류가 마주하게 될 구체적인 미래상과 그 시나리오, 사회에 던지는 조언과 경고까지 미래 경제와 사회 체제에 대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린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사회 혼란이나 물리적 충돌 없이 우리가 꿈꾸는 풍요로운 경제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인가? 체이스는 기계와 로봇이 인간의 모든 일을 대신 하게 되더라도 결국 인류의 미래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미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만 하고, 특히 오늘날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그 계획은 빨리 세울수록 좋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이 책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다, 이번에는 다르다
    노동의 종말 이후 인류의 과제

    한눈에 보는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정말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새로운 질문은 전혀 아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소개된 이래, 세계 각국의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이 질문을 두고 논쟁을 벌여왔고 정·재계를 뜨겁게 달궜던 ‘제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 아래 그들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로봇의 부상》을 쓴 마틴 포드, 《제2의 기계시대》를 공동 집필한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의 저자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 부자, 《인간은 필요 없다》를 출간한 제리 카플란 등 내로라하는 이들이 인공지능 발전이 불러올 대변화를 예측했고 그 변화가 야기할 문제와 그에 따른 해결책도 내놓았다. 케일럼 체이스는 그들의 주장과 논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한편 어떤 점에서 그들이 공통된 합의에 이르는지 분석한다. 인공지능의 완성이 도래할 시점과 그것이 수반할 문제, 해결 방안 등에서 다소 의견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 모두 인류가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하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컴퓨터가 대체할 영역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가리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인간의 삶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말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한번 거짓말쟁이라는 평판을 얻고 나면 후에는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에게 불신당하는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전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다른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틀렸던 주장이 미래에는 사실이 되기도 하며, 그것을 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자동화는 지난 수세기 동안 계속되었으며, 자동화가 실업이 만연하는 사태를 영구화할 것이라는 과거의 주장은 잘못되었음이 이미 입증되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짐작할 충분한 이유가 있음에도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86쪽)

    오늘날의 인공지능 기술과 미리 보는 타임라인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둘러싼 각기 다른 논의를 정리해 살핀 체이스는 인공지능 개발 현황을 소개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 상황을 필두로 정보 검색 및 축적,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자가 학습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오늘날의 다양한 기술 개발의 현주소를 설명하는 식이다. 이런 기술들은 모두 인간이 직업으로서의 노동을 하는 데 활용해왔던 기술들이다. 저자는 머지않아 이 기술이 인공지능의 몫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되면 운전직과 소위 맥잡Mcjob이라 불리는 소매점의 단순 판매직, 콜센터의 고객 상담원, 공장과 건설 현장 등지의 육체노동자 같은 저소득 직군부터 비교적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했던 고소득 전문직, 이를테면 기자를 포함한 저술가, 변호사, 약사와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업계 종사자, 금융가, 교사, 기업가까지 거의 전부가 기계 혹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물론 어디선가 완벽한 로봇이 갑자기 나타나 단번에 그들의 일을 모두 대신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의 문서 검토, 약사의 처방, 의사의 수술, 교사의 학생 평가 등 이미 상용화된 기술만으로도 기계는 그들의 업무 일부를 대신 하고 있고 그 영역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며 결국에는 직업 전체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체이스가 그리는 미래의 타임라인에서도 상세히 그려진다. 2021년부터 2041년까지 운수업, 제조업, 농업, 소매업, 건설업, 금융업, 공공설비, 의료계, 경영직 등 업종별로 그가 묘사하는 미래는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당장이라도 눈앞에 선명히 펼쳐질 듯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체이스는 이런 타임라인을 바탕으로 미래에 인류가 직면할 갖가지 문제들을 살핀다. 예를 들면 경기 위축과 침체가 대표적이다.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처럼 돈을 쓸 수 없게 될 테니, 경기 위축과 침체는 거의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고 나서 저자는 많은 미래학자, 경제 전문가들에게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보편적 기본소득’과 ‘역소득세’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보편적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어떻게 조성하고 그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사회주의의 악몽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현재 사람들이 소유한 자산의 가치는 어떻게 변화하고 한정된 재화는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수없이 쏟아질 질문 세례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체이스는 ‘경제의 특이점’ 이후의 세계상을 차근차근 구축해나간다. 사회주의의 낌새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바로 반감을 갖는 미국일지라도 국민 대다수가 급여로 생계를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여론은 급변할 것이다. 그 재원은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생산 수단을 소유한 최상위 부유층에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비트코인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인공지능을 포함한 생산 수단의 소유권을 정부나 특정 소수가 아닌 다수 국민으로 분권화하면 과거 사회주의 체제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된다. 또한 가상현실 기술과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한정된 재화를 배분하는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다. 이미 많은 국가 및 공동체가 대규모 기본소득 실험을 시행해왔고, 그 결과에서 이미 많은 것들이 입증되었다. 구성원이 나태해지거나 술이나 마약에 중독되어 사회가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렇게 저자를 따라 닥쳐올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다 보면, 그가 제시하는 긍정적인 미래상인 ‘프로토피아’, 즉 점진적인 발전을 거듭해 좋고 유용한 것들의 총합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세계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기계지능의 발전으로 실제로 많은 이들이 갈수록 일자리에서 밀려난다면 사람들의 구매력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생산하는 쪽의 경우 그저 인간 대신 기계가 일하는 것이므로 생산력에는 변함이 없다. (…) 그러나 실업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효율성을 증가시켜서 생산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는 수요의 계속되는 감소를 벌충하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경기 위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문제가 아주 심각해져서 무언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270쪽)

    “나는 유토피아를 꿈꾸기보다는 프로토피아를 꿈꾼다. 나는 매년 그 전년보다는 조금 나아지지만 그 차이가 아주 급격하지는 않은 점진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기술 덕분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유토피아가 존재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모든 신기술은 그 기술이 해결해내는 것 못지않게 많은 문제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신기술은 결정적으로, “전에 없던 선택지를 제공하고, 좋고 유용한 것들의 총합을 서서히 아주 조금씩 채워나간다”. (337쪽)

    기계는 인간의 일을 맡고,
    인간은 미래를 맡는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기계가 인간이 하던 일들을 대신 해오는 동안 인간은 보다 더 중요한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인류는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과학 기술 덕분에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과 무제한적인 여가를 얻을 수도, 그로 인해 유례없는 풍요와 자유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에 등장할 과학 기술에 알맞은 사회 시스템을 새로이 발전시키지 못하면 ‘모든 것’이 잘못될 수 있다. 이것이 저자 케일럼 체이스가 말하는 핵심이다. 기계가 인간의 모든 일을 대신 하게 되더라도, 인간이 어떤 미래를 맞을지는 전적으로 인간이 결정해야 하고, 인간만이 결정할 수 있다. 
    이 책이 결론적으로 제시하는 미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경고하는 수많은 위험들을 모두 극복하고 최종적으로 긍정적인 결과에 다다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좋든 싫든 인간은 꽤 오랜 세월 돈을 받는 일자리에 의존해 생존과 번영을 누려왔다. 그러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의 수가 가까운 미래에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다. 체이스는 궁극적으로 노동이 삶에 꼭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수단이 되지 못할 경우 사회를 어떻게 조직해야 할지를 모두에게 질문하는 동시에 닥쳐올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을 찾으면 우리 인류의 삶이 개선되지만, 찾지 못하면 사회가 붕괴한다. 이렇듯 경제의 특이점과 기술의 특이점을 무사히 통과하는 일 자체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조언과 경고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기대 수명, 건강, 부, 교육과 정보, 오락거리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기도 하다. 좋든 싫든, 이들에게는 경제의 특이점으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기술의 특이점으로 초지능이 실현되는 과정을 이끌어나갈 임무가 맡겨졌다. 이들이 맡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믿기 힘들 정도로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아주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그 과정을 구상하고, 필요한 부분을 조정하고, 암초와 위험 신호를 피하면서 안전하게 항해해나가는 과정의 대부분이 이들 손에 달려 있다. (368쪽)
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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