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지금은 나도 세상 쓴물 많이 먹고 헬조선 노비화가 상당히 되어있지만, 중고딩 시절의 나는 사사건건 교사와 맞부딪히곤 했다. 다만 양아치 짓을 하고 다닌다거나 일탈을 하는 건 또 범생이라 하지도 못하고, 주로 정치적인 문제라거나, 그 밖에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문제에 대해서 그랬다.(물론 지금 생각하면 내가 좀 허세병 걸려서 뜬금없는 것까지 걸고 넘어진 잘못한 일들도 좀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한점 부끄럼 없었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엔 무슨 학생운동은 모두 북한이 사주했다느니, 노조는 전부 빨갱이라느니 하면서 수업은 안 하고 특정 정치 사상만을 주입하는 선생에게 '선생님, 그건 말씀이 좀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증거도 없이 빨갱이니 북한이 사주했다느니 그런 말을 하시면 됩니까?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항의했다가 끌려나가서 맞을 뻔한 일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가 성적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상위권에 끼이는 축이었고, ?학교가 다 그렇듯이 우등생 쉴드를 받아 담임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이 종종 내 편을 들어주기도 해서 그럭저럭 넘어가게 되는 편이었다. 근데 이것도 지금 생각하니 좀 비겁한 측면이 있었다. 결국 나 자신이 학교에서 '성적'이라는 알량한 쉴드를 갖고 있다는 걸 무의식적으로나마 인지한 채 결국 사소한 불평꾼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한 거니깐. 다만 이건 여기서 논하려는 논지와는 다르니까 생략한다.


여하간 잡설이 길었는데, 때는 중학교 2학년 가을 중간고사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말 어이없을 정도의 거의 까까머리 수준의 두발을 요구하던 학교였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지금은 이렇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다면 정말 노답) 그 당시만 해도 두발 길이가 적발당하면 처음엔 경고를 받고 다음날까지 깎아와서 검사를 맡아야 했고, 그 다음날도 걸리면 바로 바리깡으로 고속도로 아우토반행이었다. 때로는 수업 중에 학생주임이 들어와서 기습적으로 고속도로 공사를 하기도 했다.


나는 상당히 쫄보였던 터라 사실 학교에 머리로 걸리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그때가 마침 중간고사 직전이고 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귀찮기도 해서 머리를 좀 안 깎은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지며 한소리 훈계를 듣고 깎아오라는 말을 들으니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쁠 수가 없었다. 왜 내 머리를 내 마음대로 하지도 못한단 말인가? 지금이 1970년대 장발 단속 하던 시절도 아닌데??


그래서 내 딴에는 그래도 상급 기관이랍시고 당시 관할 지역 교육청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남겼던 것이다. 이러이러한 두발단속은 부당하지 않은가, 꼭 시정해 달라는 식으로.


그리고 중간고사 기간, 시험이 끝나자마자 나는 다짜고짜 교감에게 불려갔다. 교감은 내가 쓴 글을 보여주며 이게 네가 쓴 게 맞냐고 했다. 맞다고 하자 이런 걸 니 마음대로 함부로 쓰면 되느냐 라고 하면서 학생주임에게 나를 넘겼다. 그리고 학생주임은 나를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학교에는 교칙이라는 게 있고 이건 학생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식으로 글을 남겨서 일을 크게 만드느냐는 식이었다. 사실 좀 세월이 오래 지나서 당시에 오갔던 대화의 내용까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건 내가 상당히 심하게 몰아세워졌다는 것이고, 집에 가서 분해서 눈물을 삭였다는 것만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내 손으로 해당 글을 지우고, 사죄문까지 써 내야 했다. 사실 중학생 시절이라 내가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쉽게 꺾였던 것도 있었다. 고등학생만 되었더라도 그리 쉽게 후퇴하지는 않았으리라. 결말이 허무하지만 아무튼 일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사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지금 내 직업이 교사다. 물론 현장 학교의 실무자에 불과한데다 경력이 그리 많지 않으니 이렇다 저렇다 교육계를 논평할 자격은 되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와서 깨달으면 그 당시 나의 행동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다.


우선, 한국의 교직 양성 과정은 초등학교는 교육대학교, 중학교는 사범대학교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곳에서 학부 과정을 이수하여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원임용시험을 통해 뽑혀서 교사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시험을 치지만, 과거에만 해도 우선적으로 해당 지역의 국,공립대학에 선발권이 주어지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지역의 교직에는 대개 그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교 출신들이 꽉 장악하여 포진된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가령 서울 지역은 서울대학교, 충청도 지역은 충남대와 공주사범대, 전라도는 전남대, 경북/대구는 경북대, 경남/부산은 부산대 뭐 이런 식이다.(지역의 임자가 없는 경기나 울산은 이런 점에서는 비교적 나은 편이다) 요즘은 이게 임용시험으로 바뀌면서 그나마 출신대학이 다양해져서 나아졌지만, 아직도 특정 지역에서 특정 대학 출신이 교육계를 장악하는 이런 현상은 심한 편이다. 참고로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에 비해 이게 더 심하다. 거긴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제외하면 모두 지역당 하나씩 있는 국립교육대 출신들이 해당 지역을 다 장악하기 때문에.(초등교육과 자체가 사립대에 거의 없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 이런 작자들은 사실 다 한통속이라는 거다. 교사가 장학사가 되었다가, 장학사가 교감이 되고, 교감이 교장이 되고, 장학관이 교장이 되었다가 다시 장학관으로 가기도 하고 이런 식이다. 그니까 내가 한 짓은 그야말로 바보짓이었던 거다. 아마 그 왔던 장학사는 교감과 커피나 한 잔 하면서 노가리를 까며 '그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있더라' '잘 단속하시라' 는 얘기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나온 중고등학교는 사립이었다. 사립은 공립에 비해 교육청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차피 이사장한테만 잘 보이면 되니깐. 이건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었던 거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사실 그 당시 교사들도 정말 악질적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저 관리자인 교장이나 교감의 압박 하에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은 사람들도 있었을 거다. 지금도 학교 내에서는 많은 부조리가 있다. 강압적인 단체 행사, 어떻게 해서든지 참여를 유도하려는 압박 공작. 이런 것들이 매번 담임에게 내려오는 퀘스트이다. 근데 이게 자기 혼자 안 하겠다고 저항해 봤자, 결국 누군가는 그 일을 하게 된다. 이러면 그 사람은 동료교사에게 민폐를 끼친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니 일개 교사 하나가 깨어 있다고 해도, 결국 강압적인 교육시스템 하에서는 답이 안 나오는 거다.


뭔가 글이 두서도 없고 길어졌는데, 결론은 헬조선에선 단순히 개인의 정의감에 의한 행동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을 때, 그 시스템의 톱니바퀴 하나만 신품으로 교체한다고 해 봤자 이내 다시 고장이 나고 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두발 단속이라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는 학교의 부조리 하나로도 이렇게나 많은 헬조선의 문제점을 고찰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슬플 따름이다.






  • 씹센비
    15.08.28
    제가 졸업한 중학교도 사립인데......
    애들에게 체벌 하고 때립니다.
    참고로 전 지금은 고딩
  • 일단 요즘 제가 다니는 학교는 현장 분위기가 체벌 금지쪽으로 가고 있긴 한데, 결국은 학교 분위기 나름이라 아직도 체벌이 심한 곳도 많을 겁니다. 특히 교육청의 감시의 사실상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사립 쪽이 그게 심할 확률이 높을 겁니다. 물론 공립이라도 쓰레기학교는 있고, 사립이라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곳도 있긴 하지만.
  • 죽창맨
    15.08.28
    정답은 헬조선 노예 모두가 한 마음되어서 죽창한방 날리는것. 근데 그게 가능할까..
  • 들풀
    15.08.28
    과거에는 죽창만이 답이었지만

    탈조선의 길도 있습니다.
  • ㅇㅇ
    15.08.28
    학교에서 상위 10%만 모아서 아침 6시 40분부터 0교시 받기 전에 따로 자율학습을 강제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가 당시 영어선생님에게 끌려가서 비오는 곳에서 비를 맞는 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벌써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분이 자꾸 생각납니다. 저는 항상 그 선생님이 생각나는데... .그 새끼도 비 오는 날에는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모모
    15.08.29
    현직이야? 존나부럽다. 시발 나는 3수째인데 시발 시발 시발시발시발
  • ㄴㅇㄹ
    15.09.10
    전교조로 와라
  • 씝쓰레기 헬조센징은 박멸만이 유일한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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