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의 조카 집에서 며칠 쉬던 중 어느 날 아침 그 집 아이(고등학생)를 학교에 태워줄 일이 있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나온 참이라 생각나는 대로 한 마디 했다. “며칠 사이에 나라가 홀랑 뒤집어지고 있네?” 아이 대답이 절창이었다.
“뭐 지금 뒤집어지고 있는 건가요? 실컷 뒤집어져 있던 게 며칠 사이에 드러나고 있는 것일 뿐이죠.”
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오다 그 말을 다시 생각하니 정말 큰일이다. 나라가 뒤집어진 채로 몇몇 해를 지내온 게 아닌가. 그 동안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보며 속만 끓이고 있던 것이 아,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였구나, 확인하는 것은 시원한 일이다. 그런 일들 저지른 자들이 얼마간이라도 응징당하는 꼴을 보는 것도 통쾌한 일이다. 하지만 시원하고 통쾌한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까지 잘못된 일들을 얼마나 바로잡을 수 있을지, 이 사회의 역량을 생각하면 마음이 밝아질 수 없다. “結者解之”란 말이 왜 있겠는가? 저지른 놈이 수습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수습하려면 힘이 몇 배나 들기 마련이고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기도 쉽다. 저지른 게 누군가? 통용되고 있는 “최순실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게이트”라고 하는 말이 당연히 옳다. 공권력의 사유화가 문제의 핵심인데, 최순실은 공권력 가진 자가 아니지 않은가? 비서실장은 박근혜도 “피해자”라 했는데, 그건 정신과 의사가 할 소리지, 비서실장 할 소리가 아니다. 박근혜가 저지른 일인데 박근혜가 수습할 수 없다는 데서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아마 정신과 의사들도(백선하 같은 가짜 의사들 말고) 진찰할 기회를 가진다면 박근혜에게 수습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해 줄 것 같다. 설령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럴 ‘의지’가 있으리라고 국민 다수를 납득시킬 길이 없어 보인다. 그 동안 “배신의 정치”니 뭐니 하면서 너무나 바닥을 드러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