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한국은 거지를 벗어나기 위해 일본의 A to Z를 모방했습니다. 가부장적인 관습, 전후 상황, 인구밀도 등 여러면에서 유사한 국가 모델을 참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따라하지 않았다면, 진정 인페르노 조선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헬조선은 어딘가 부족합니다. 보고 베끼는것도 버거웠나봅니다. 거기에 더해 똑같은 문제를 겪은 아주 좋은 모델을 옆에 두고도 학습하질 못합니다.
한국은 일본을 대략 20-30년을 두고 쫓아갑니다.
헬조선은 전후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옮겨갑니다. 일본의 경제와 같습니다. 그 결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과 한국의 상품군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헬조선은 일본의 상품과 경쟁하기 위해 기술 카피와 인건비로 밀어부쳤습니다. 이제는 중국이 그 역할을 하고있습니다. 여기서 일본과 헬조선이 갈립니다. 일본은 R&D와 기초과학에 투자를 꾸준히 해오면서 원천기술 및 상당한 수준의 지적 집약을 이루어냈습니다.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던 헬조선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곤 여전히 암울합니다. 지금 잘나가는 분야마저도 중국에게 언제 털리든 이상하지 않습니다.
인구문제 역시 똑같습니다. 일본 역시 이미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겪었고 현재도 진행중입니다. 1990년대 일본 인구피라미드와 2010년 한국의 인구피라미드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인구감소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내수감소, 노인부양금 증가를 답습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인구는 감소되어야 하지만, 연착륙이 바람직합니다. 낙차가 클 수록 과도기는 고통스럽습니다. 헬조선의 인구감소 낙폭은 일본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경제 체질 개선을 미처 대비하지 못한채 큰 낙폭을 경험하고 있으니 어디 하나 성한곳 찾기 어려울 듯합니다.
교육 역시 똑같습니다. 일본으로부터 근대교육학제를 들여왔고, 평가방식도 그대로 들여옵니다. 둘 다 공교육의 최종목적지는 대입입니다. 암기위주의 교육이며, 노트필기가 강조됩니다. 도쿄대생 노트 비법 같은게 인기리에 팔립니다.
하지만 대입이후로는 양상이 다릅니다. 헬조선의 대학은 취업학교로 전락한지 오래지만, 일본의 대학은 기초학문에 꾸준히 투자해왔습니다. 노벨상이 보여줍니다.
결정적으로 영어에 대한 접근법이 다릅니다. 인류가 쌓은 위대한 지식과 지혜는 대부분 라틴어 계열의 언어로 쓰여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어는 세계공영어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많은 지식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일본어와 한국어 모두 고립된 언어입니다. 한국어는 사용인구도 적기때문에 고립성이 더 심각합니다. 허나 고립을 탈출하기 위한 방법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헬조선은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전국민 영어학습을 내세우지만, 일본은 오역없이 뉘앙스를 살리는 철저한 번역정책을 시행합니다.
그 결과 헬조선에는 영어유치원같은 기형적인 학습기관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근원적인 차이에서오는 한계에 부딪히는 반면, 일본인은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서양 사상과 기술, 교양, 문화를 아주 잘 해석된 일본어판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배울시간에 더 중요한 지식을 습득합니다. 배움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지적 향상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기초학문 투자와 함께 다수의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도시 역시 같습니다. 도쿄는 그야말로 서울 확장판입니다. 아니 서울이 도쿄의 도시계획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니 더 정확한 표현은 소도쿄 서울이 되겠군요. 거리, 빌딩, 상가, 지하철 등등 더 규모가 크고 발전된 모습이기는 하나 풍기는 분위기가 크게 이질감이 없습니다. 도시계획을 그대로 가져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헬조선은 더 암울합니다. 땅떵이도 작은데 그마저도 산악지형이 많고 거기에 부동산 이기심까지 더해져 카오스 서울을 만들어냅니다.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한다고 했을때 각종 이유로 게거품 물던 이기적인 서울시민들이 오버랩되네요. 실상은땅값 떨어지는 것 때문에 반대하면서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일본의 인구밀도가 높다는 건 유럽이나 미국을 비교 했을 때 얘기고, 한국에 비해선 널럴합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도 비슷하지만 도쿄는 서울의 1/3 수준입니다. 서울의 기능들을 분산시켜야되는데 그놈의 땅값때문에 이젠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으로 세계최고수준인데, 땅값이 떨어진다는 건 곧 가계자산의 급격한 감소, 그에따른 소비위축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 뇌관을 건들지 않으면서 인구절벽으로 올 부동산 쇼크를 연착륙 시킬 방법이 절실합니다. 개인으로서는 투기성 부동산 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헬조선은 일본의 경제계획, 도시계획, 교육제도를 그대로 가져와서 만들었지만 어딘가 어설픕니다. 철저히 따라한 주제에 일본을 따라잡느냐 마느냐는 어처구니 없는얘기가 나오고, 삼성이 소니를 이겼다며 자위하는걸 보면 웃음만 나옵니다. 바로 옆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있음에도 참고하질 못합니다. 대처도 안합니다.
1990년 일본의 재무성이 주택담보대출 총액제한을 걸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지 26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닛케이 지수는 최고점에 1/6 수준입니다. 헬조선은 일본을 보고도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슬슬 디플레이션 얘기가 나옵니다. 필연적으로 잃어버린 20년이 올겁니다. 다들 열심히 살아남으실 바랍니다. 답은 일본에 있습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에서 히트한 상품이나 안정된 직군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여유와 능력이 되어 탈조선이 가능하다면 탈출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