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유지의 비극 이라고 사회 구조적 문제에 관하여 누군가 대신 나서줄 것이라 생각해 자신은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누군가의 노력으로 인한 과실에 무임승차 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점차 그 사회는 공멸로 간다는 이야기인데

 

헬조선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것 중 하나가 연대, 공동체 의식 결여 이다. 즉,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과 불신 상태가 만연해 있다는 의미이다.

 

"옆에서 살아가는 서민 조선놈에 대한 분노" 란 문구에 지극히 공감하며

 

먼저 남자들은 제일 먼저 헬을 본격적으로 맛보게 되는 곳이 군대이므로... 불쾌한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폭언과 욕설, 부조리가 만연해 있던 저계급 막내 시절, 첫 후임을 받기 전까지 반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쓰래기들이 모두 나가고 내가 권력을 잡으면 반드시 바꾸리라 다짐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다. 시간은 흘러 마침내 내가 분대장이 되는 그날이 왔고, 저계급 위주로 돌아가는 과업들을 골고루 분담하게 규칙도 바꾸고, 갈등의 징조가 보이면 내 돈과 시간을 들여 서로 얘기를 듣고 해결하려 했고, 무엇보다도 내리갈굼의 속성을 잘 알던 나였기에, 간부들이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만 던져도 일과 후 집합을 걸어 분위기를 파탄내고 또 다른 내리갈굼을 유도했던 선임들과 다르게, 간부들이 아무리 나를 쪼아도  다시는 내가 겪었던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심지어 신병의 외박 지연복귀 사태가 일어나도 그저 사람이 한번은 실수할 수도 있다며 가볍게 넘어갔다.  그렇게 한동안은 간부들도 점호시 병사들 간 사이가 좋은 것 같다고 언급할 만큼 정말 내가 원하는 군대가 만들어 졌다는 생각에 뿌듯했었다. 그때까지는 이상주의자 마냥 대화와 타협, 서로에 대한 배려로 모든 것이 해결 될 줄 알만큼 나이브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맞후임과 맞맞후임이 나에게 예전에는~ 으로 시작하는 래퍼토리를 가지고 불만을 털어놓았고, 행보관은 내가 증오하다시피 했던 이전 분대장을 잘했었다고 말하며 은근히 나를 깎아내렸고, 내가 모르던 병사들 간 파벌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심지어 나의 업무상 정당한 지시에 토를 달며 한 마디를 하는가 하면, 대놓고 불만을 내뱉더니 심지어는 내가 보는 앞에서 5개월 차이인 선임에게 대드는 하극상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그리고 전역을 두어달 남기고는 내 맞후임을 제외한 절대 다수가 나를 호구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잘해주기만 하면 안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선임이 떠올랐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었다면, 내가 사비와 시간을 들여서까지 했던 모든 노력은 뭐였단 말인가, 시키는 거 다 하고 시킬 수 있는 입장이 되었을 땐 분담해 주었던 내 자신의 행동들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한마디로 헬알못 그 자체였다.

 

이후로 가족과 극소수 베프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에게는 철저하게 유물론적인 이해득실 관계로만 대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려 나설 것인가?

 

이 글을 쓰는 나 조차도 정말 비겁하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4.19, 5.18 6월혁명 시절 내 또래 젊은이들처럼 민주화, 노동, 인권운동에 참여한 혐의만으로도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맞아 죽거나,반병신 되서 나오거나, 혹은 몇 년씩 수배생활 하며 문자 그대로 본인 인생을 전부 다 희생해서라도 사회정의를 위해 의지를 관철 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못한다. 그렇게 할 용기도 없고, 의지도 없고, 여력도 없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을 감수한다 한들 무임승차차들은 나에게 감사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조롱할 것이다.

 

 

다만, 얄팍한 변명이나마 하자면 그래도 나는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 내겐 삶의 목표가 있다, 가족들이 모두 말린다, 그러니 난 나설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총대를 맨다면 기꺼이 돕겠다.

 

내가 사회변화를 위해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투표, 대기업 제품 불매,  시사이슈에 관심 가지기 및 민원 넣기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냉병기 수련 뿐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금전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소액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 그것 뿐이다.

 

그리고 가끔씩  정말 소규모지만 헬조선 사이트로 접속해 감정을 분출하는 글을 쓰거나, 글들을 보며 공감하고, 때로는 blazing님과 같은 유혈투쟁을 추구하는 분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나간다. 아니 하루하루 버틴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 VOLK
    16.06.09
    총대를 매고 변화가 일어난다 한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얻은 과실에 대한 무임승차라. 쩝.. 저도 참 우려스럽습니다. 상호간의 불신만 더욱 커져가는 것만은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그래도 저는 그 총대 매러갑니다.  저항은 자유인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저는 자유인으로서 그 권리를 차마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모쪼록 헬조선에서 조금만 더 힘내서 버티시길,
  •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오랜만에 보네요. .  그러고 보면 모든 고전의 중심에 영국이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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