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fck123
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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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파는 여자 - 김기택

 

빨간 지붕,하얀 벽돌,작은 반달창,

동화 속의 집 같은 예쁜 복권 판매점에

오늘도 그 여자는 앉아 있다.

시커먼 손,누런 손,하얀 손,주름지고 딱딱한 손이

더 이상 갈 곳 없는 너덜너덜한 돈을 들고 와서

빳빳하고 깨끗하고 오색찬란한 복으로 바꾸어 간다.

복권으로 복을 받을 확률은? 십만분의 일?

백만분의 일? 천만분의 일?

오,얼마나 단단하고 두껍고 높은 희망인가.

이제 저 희망을 손에 쥐었으니

저들은 칼잠,새우잠,선잠,불안하고 얕은 잠 속에서

필사적으로 돼지꿈을 꾸어야 하리라.

복권 파는 여자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낡은 천 원짜리가 들어온다.

점쟁이처럼 그녀는 모든 걸 한눈에 보아버린다.

얼마나 불쌍한 손이 머뭇거리며 찾아왔는가를

그 돈이 얼마나 떠돌며 구겨지다 왔는가를

그 손이 받아갈 복이 얼마나 힘없이 찢겨질 것인가를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기계처럼 민첩하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그녀는 헌 돈을 새 복권으로 바꾸어 준다.

지루하게 줄 서 있는 저 출구 없는 삶들,

사방팔방이 꽉 막혀 있는 저 삶들에 대한

그녀의 확고하고도 유일한 처방은

언제나 단 하나 - 복권이었다.

얼마나 많은 오갈 데 없는 돈들을 복으로 바꾸어 주었던가.

오늘도 얼마나 많은 복을 나누어 주었던가.

그래도 아직 복권은 많다.

주택 복권,월드컵 복권,더블 복권,또또 복권 ……

2억,4억,7억,10억 ……

당첨금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엄청난 복을

앞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그녀는 요염하게 하품을 한다.

복이 너무 많아 이제는 귀찮다는 듯

마법의 성처럼 예쁜 집에서

복을 관리하는 여신 노릇도 이제는 시시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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