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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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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어.

버스를 타니까 우리 과 애들이 있는데 내가 그 여자와 함께 버스에 오르자 벌써 쳐다보는 눈빛이 장난이 아니더라. 이 년이 나와 같이 앉으려들기에 뒤에 태웠다. 나도 평판관리를 해야 하잖아. 

그리고 애들에게 돈을 빌렸음. 나는 사실 돈을 안 갚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성미라서 돈 빌리는 거는 어렵지 않았지. 뭐 한 일이만원 정도 빌렸던 거같애.

그리고 나서 버스에서 내려서..사실 긴장이 풀리니까 배가 좀 고프더라. 아까 노발대발 성을 내는데..

이게 성을 낸다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낭비야. 이만한 에너지낭비가 있을 수 없어요. 그리고 성을 내고 나면 나는 내 몸이 아파. 보통 권력자의 위치에 서면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어. 좀 그래야 조직이 글러가거든..학교다닐 때에도 무슨 주임맡는 사람들 성 잘 내잖아? 근데 그럴 수밖에 없지. 그래서 나같은 스타일은 권력자가 될 수가 없지. 무슨 검사나 정치가 따위가 될 수가 없는거야. 연기력은 나도 좋은 편인데 성내는 연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거든.

솔직히 그런 년에게 뭐 비싼 거 사주고 싶겠냐? 뭐 간단한 분식집에 갔지. 당시 막 일식돈까스같은 것은 들어와서 붐을 일으키는 그런 시기였는데 그냥 나는 어떻게 대충 끝내려고 분식집..당시에는 그냥 천원 이천원 정도 했는데 그런 곳에 가서 시켰는데 와..씨발 존나게 잘 먹더라고. 

같이 밥먹으면서 내가 얘를 유심하게 관찰해봤거든. 사실 나는 얘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근데 보면 볼수록 정상이 아닌 거 알겠더라고.

우선 말이지. 여자가 예쁘다 말다를 떠나서 제 정신인 애들은 옷매무새 머리매무새를 정리를 해요. 그럴 거 아냐? 수녀나 원불교 교무 이런 분들은 머리를 쪽지고 다니거든. 아무튼 단정해. 수녀들도 말할 것도 없고. 그 사람들이 남들을 성적으로 끌려고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여자가 성적으로 어필을 하든 안하든 일단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단정한데 꾸미는 게 기본이야. 이건 일종의 예의로 봐야하는 거지.

근데 얘는 머리모양이 헝클어졌고 머리에 뭔가 허연 게 있는게 이게 비듬인가..아무튼 위생관리가 안되는 애더라. 옷은 뭐 그냥 블라우스 바람인데 옷깃 끝에 무슨 음식얼룩같은 게 남아있더라고. 그때 시험이 오전중이었는데 밥먹다 튄 거는 아닐테고 빨았을 때 얼룩이 남아있는 거를 신경안쓰고 그냥 입은거야..사실 남자들도 그런 식으로 옷을 입으면 칠칠맞지 못하다고 하는데 여자가 그런 얼룩이 남은 옷을 입는다는 것은 정신이 나갔거나 살짝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그런 경지란 말이지.

아무튼 밥먹고나서 차를 마셨던가 안 마셨던가 암튼 나는 걔에게 설교를 했어.

"야. 나 진짜 너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다. 아까 쌍욕을 한 거는 미안한데 너 같으면 그런 말이 안 나오겠냐? 응? 계속 따라다니고 담도 넘어오고..그거 너 범죄인 거는 알지? 니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는 나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고 다시는 그러지 마."

이런 식으로 말했을거야.

희한한 거는 사실 나는 웬만하면 연하에게도 반말을 잘 안하는 편인데 그때는 반말이 술술 나왔다는 거야. 아마 첫 만남에서는 존댓말 했겠지. 근데 계속 만나면서 피해를 보게 되니까 자연스레 반말이 나오더라. 근데 이게 묘한 게..

반말을 하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심리적 우위에 서요. 일종의 권력도취감 같은 거지. 나도 생각해보니 얘가 몇 살인지 이름이 뭔지 이런 거 하나도 몰랐더라고. 그리고 자세히 보니 제대로 관리를 안해서 그런가 몰라도 나이도 그리 적은 거 같지는 않더라고.

그리고 몇 마디 나누는데 여자 답변이 짧더라고. 뭐 이성적 대답이 아니야. 그냥 뭐 좋아한다. 뭐 이런 류였던 거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흔히 말하는 '대화'는 아니었어. 거의 일방적으로 내가 말하고 걔가 '네' '아니오' '좋아한다' 이 정도 말하는 그런 약간 취조같기도 한 대화였는데

 

나 좋아하냐? 네. 좋아해요.

나는 너 안 좋아하는데 너에게 조금도 생각이 없어요. 네.

너 나에게 피해를 주고 있고 지금 이러면 나는 학교를 다닐 수 없어요. 네.

그러니까 다시는 나 따라다니지 마... .........(대답없음)

뭐 이런 식.

그러니까 좋아하고 그런데 따라다니겠다는 뜻..니한테 피해가 가건 말건..대략 이런 식이더라고.

그리고 무슨 일을 했나..암튼 밥먹으면서 얘기하고 차마시면서 얘기하고..꽤 시간이 흘렀던 거 같애. 내가 이제 그만 헤어져. 하고 나가면 또 따라오고 그러면 내가 또 어디 들어가서 얘기하고..지금 생각하면 진짜 내가 순진한 거였지. 그때는 한창 이상주의자라서 얘를 '교화'시켜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거 같애.

요즘 같으면 칼같이 경찰 불러서 그냥 처박았을텐데 그때만 해도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

아..그러다가 피곤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다음날은 시험이 없었고 그 다음날 시험이었어. 그러니까 내가 약간의 마음여유같은 게 있을 거 아니냐? 아무튼 전날 밤에 못잔데다가 점심도 배불리먹고 슬슬 졸음이 오더라고..그래서 그냥 공원에 갔지..그때까 6월달이니까 그리 춥지는 않았던 때니까 공원벤치에 누워서 좀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어. 뭐 얘는 계속 따라다니는데 그냥 병풍 같은 거니까 신경을 쓸 거 없고 계속 붙어다닐 거 같고 귀찮기는 해도 나를 해치지는 않을 거 같으니 그냥 공원벤치에 누워서 잠을 잔 거야. 몇 시간이나 잤는지는 모르겠는데 눈을 떠보니 꽤나 어둑해졌더라.

그랬는데 내가 잠에서 깨는데 뭔가 툭툭거리는거야..생각해보니 그 툭툭거리는 것 때문에 내가 잠에서 깬 거 같애. 근데 와 그 망할 지지배가 글쎄 잠을 자면서 발기가 된 고추(이게 남자들은 조조발기라고 해서 아침이 되면 발기가 되는데 이건 피로가 완벽하게 풀렸다는 것이지 성적인 자극과는 무관하다..일례로 대여섯살 정도 된 어린애도 조조발기가 됨)를 툭툭 치고 있는 거야. 실실 쪼개면서..

와..씨발 좃같더만..근데 뭐 이젠 이게 미친년이라는 게 확실하니까 별로 놀랍지도 않더라. 뭐 그러려니 함..그러면서 와 얘를 어떻게 떼어놓지 하면서 내가 잠깐 생각에 잠겨있는데 이게 옆에 찰삭 달라붙더라?

옆에 있다보니까 걔도 여자라고 살짝 여자향내가 나더라. 붓다 말씀이 남자는 여자의 살냄새와 향기를 최상의 기쁨으로 삼는다고 하던데 그말이 맞는거 같애. 얘가 무슨 싸구려 무스향같은 거를 뿌렸더라고. 꼴에 잘 보이고 싶었는지..아마 향 보니까 아버지나 오빠 꺼 대략 뿌리고 온 거 같더라고.

그러면서 살살 나에게 어깨를 기대요..씨발..내가 그래서 살짝 밀치면서 나도 살짝 음심이 동해서 젖을 툭 밀었어.(어깨를 밀면서 살짝 젖을 만지는 성추행) 그러다가 몇 번 젖을 살살 쪼물딱거리니까 이년이 가만히 있더라고.

아 뭐 그러면서 내가 얘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좀 보상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하는 그런 마음하고 쪼끔 정신나간 애는 맞으니 어째 별 탈이 안 날거라는 그런..생각이 머리를 스치더라고.

사실 그때에 만나는 여자들이 한 둘 있기는 했어..근데 나는 뭔가 도덕적인 원칙이랄까? 그런 게 있어가지고

여자들과 스킨쉽을 해본적이 없었어.

당시 만나던 애는 걔가 교대생 때 내가 알게 되었는데 걔가 발령을 이 도시로 오면서 다시 만나게 된 사이로

사실 남들이 보면 연인이라고 생각할 정도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뿐 아니라 걔가 우리집에 와서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같이 먹기도 하고..

생각해보니까 엄청 친하게 지냈네. 그래서 나도 은근히 얘랑 어떻게 한 번 해볼까 그런 마음은 있었어..뭐 당시만 해도 교사가 요즘처럼 좋은 직장까지는 아니긴 했지만.

암튼 지금 생각해보면 걔가 내 손길을 기다렸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만 해도 나이가 들면 결혼하는 게 당연한 건줄 알았어..안 하면 뭔가 진짜 이상한 인간 취급받던 시절이거든? 그런 사람들이 아예 없고 결혼을 안 하면 인생패배자같은 시선을 받던 때라 나도 얘랑 결혼이라는 걸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은 큰맘먹고 에라 씨..뭐 결혼이 별거냐. 그냥 마음맞춰 살면되는거지. 이런 생각에 걔를 불러서 고백을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와서 같이 밥을 해서 밥도 먹고 그러고 있는데 얘가 창밖을 보고있더라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때 진지하게 사귀자하면서 얘기를 했어야 하는 타이밍인데

이게 뒤에서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도무지 어떤 감정이 안 생기더라?..

그냥 밋밋한거야..

결국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끌림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냥 안정적인 결혼을 위한 구애는 결국 내 원칙에 어긋나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밥만 먹고 보냈고..

그 이후에도 뭐 한달에 한 두 번 정도는 만났지만 그건 영화같이 보는 친구 정도의 의미였지 연인은 아니었어.

그리고 아마 많은 남자가 그랬겠지만 나는 사랑이 없는 섹스는 도무지 말이 안된다 생각했기 때문에 동정이었고

그런 와중에 시험은 끝나서 긴장은 풀리고 뭐 등등의 이유로 해결할 수 없는 꼴림이 발생한거지 뭐..

20대라는 게 다 저렇게 존나게 미숙한 거 아니겠어?

그러다가 내가 '야 비디오방 가자' 이렇게 말했어..

이거 뭐냐하면 하나의 시그널이거든..요즘에는 비디오방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대학교 앞에 하나쯤은 있겠지?

요즘은 DVD방이겠지만..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막 도입되던 초기라서 비디오방과 비디오대여점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였어.

남녀가 비디오방 가서 얌전하게 비디오만 보겠어? 그건 아니잖아? 비디오방은 점점 개량되어서 점점 침대처럼 변화하던 그런 때야.

그러니까 아주 좋다고 그러대? 에라 그래 하고 나는 비디오방을 찾았는데

일단 비디오방에 갔다가 혹시라도 우리 과 애들이 보면 말이 나올 게 분명했기에 나는 한참을 걸어서 역 쪽에 있는 비디오방을 찾았다. 여기는 중심가와는 좀 거리가 있는 곳인데

우리 학교 애들은 거의 절대 안 오는 곳이어서 일부로 이곳을 고른거야.

거기에서 역까지 거리가 한 5분 정도 되었다. 그리고 내 집은 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 되는데 내가 주말같은 때에는 거의 집에 갔기 때문에 당연히 역의 출발시간을 거의 다 외우고 있었어.

아무튼 뭐 적당한 작품 하나 골라서 비디오방에 들어갔는데

이년이 비디오방에 들어가자마자

'오빠 키스해줘요'

요지랄하는 거 아님?

아니 이 년아 내가 왜 니 오빠야..난 그때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걔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데..

근데 방에 들어오니까 긴장도 풀리고 뭐 까짓거 한 번 해줬어.

그러니까 이년이 몸을 부르르 떨드라. 진짜 부르르 떰. 내 생각이지만 약간 오르가즘 같은 거 느낀 거 같더라고. 사실 그때는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더라. 씨발. 어디가서 여자다운 대접 한 번 못받고 컸을 거 같은 그런 얄팍한 동정심이 드는 거지..

암튼 그러고서 일단 누웠는데 나에게 찰싹 안기더니 갑자기 내 입술을 쪽 빨더라고. 내가 누워서 젖을 조물조물거리니까 사실 여기가 여자들에게는 성감대거든. 바로 흥분하더니..

'오빠 밑에..' 그러면서 내 손을 잡아서 슬그머니 내리더라..아니 원래 그렇지 않아도 밑으로 손이 막 내려갈 참이었어. 거기까지 왔는데 밑으로 안 가는게 말이나 되냐?

이때까지 아직 영화 자막크레딧이 막 올라가고 있을 때였어.

그러다가 나는 어째서 너무 시시하게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가지고(보통 첫 관계는 조루라고 하잖음?)

그래서 조금 속도를 조절하려고 했어..근데 얘가 마치 야수처럼 날뛰더라.

와..이게 일반적인 여자면 가능이나 한거냐..암튼 좀 진정을 시키고 진정시키는 동안 말이야..나도 진정이 되더라고.

그러니까 살짝 두려움이 생기더라고..

아니 시발 내가 나름 이 자리까지 엄청난 고생을 하면서 올라왔는데..

그리고 나름 사랑과 성을 연계시키겠다는 결의를 갖고 지금까지 동정을 유지해왔는데

와 이런 짐승같은 여자한테 줘버리기가 아깝고

아까는 내가 얘한테 육보시하는 심정으로 한 번 대주려고 했지만

짐승같이 날뛰면서 하겠다고 하는 걸 보니 이거 정나미가 떨어지는데다가

또 걱정이 되는거야..나는 아직 학교를 많이 다녀야하는데 이런 식으로 관계가 맺어지는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발기가 풀리면서 정신이 돌아온거지..내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콘돔도 없었거든. 그래서 내가 좀 정신 좀 차리려고 콘돔을 사오겠다고 하니까

뭐 그런 게 필요있냐는거야..임신이라도 하면 어쩌냐고 하니까 임신하면 어쩌냐는 거야..

와..그 소리 듣는 순간 확 깨더라..진짜 임신이라도 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냐?

제 정신이 아닌 엄마밑에서 제 정신인 애가 나올 리도 없고 키울 리도 없는데?

그리고 나는 학생이고 등록금도 장학금으로 떼우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상황인데?

그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고 이젠 흥분은 완전히 가라앉고 애를 어떻게 적당히 떨쳐내느냐 이게 고민이 되는거야.

얘가 뭘 먹고 다니는지 힘도 세고 속도도 존나게 빠름. 내가 빨리 걸어서 얘를 떨치려는 시도를 해본 적 있거든(학교에서 나 따라다닐때).

존나 빠름. 100미터 육상쯤은 했을 듯.

이 때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여기에서 역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라고 했지? 일단 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면 얘가 쫒아오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뭐 모래 시험을 봐야겠지만 그땐 그때 일이고 일단 도망을 쳐야하잖아?

시계를 보니 7:00분에 내 고향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데 대략 15분 정도 남았더라고.

기차역까지 5분 거기서 발권하는데 1-2분 그 다음에는 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려야 하는데..뭐 이시간이 대략 5분 잡으면 여유시간 합쳐서 딱 맞겠더라고.

일단 여기까지 머리가 돌자 마음이 다급해졌어. 맨 처음에는 화장실에 가겠다고 했어. 그러니까 이 년이 문을 딱 막아서더니 그냥 나한테 싸라는거야..와 시발 골든 샤워라고 들어봤냐? 나 그것도 할 뻔 했다.

이게 어깨가 딱 남자처럼 떡부러져서 그냥 제끼고 가기도 쉽지 않아요.

나는 말이야 원래 안전쪽에 관심이 좀 많은 사람이라서 거의 습관처럼 어떤 장소에 들어가면 비상구를 확인해둬요. 뭐 영화관에 가면 처음에 비상구 위치는 어디고 이런 거 하잖아? 나는 그런것도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다.

생각해보니 화장실 옆에 비상구가 있던 기억은 나..문제는 말이야. 지금은 어쩔라나 모르겠지만 그때에는 비상구라고 해서 다 비상구가 아니고 짐같은 거를 쌓아두는 경우가 많았어. 그러니까 내가 잽싸게 내빼면 일단 내가 힘이 조금 더 세니까 어쨌건 나갈 수는 있을 거 같은데 혹시라도 비상구가 막혀있으면 출구밖에는 없는데 애가 출구에서 나를 막으면 골치아파지는 거지. 거기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에 폭력이라도 있으면 카운터보는 애가 말릴 수도 있고 경찰이 개입할 수도 있고..그렇잖아?

그러니까 이게 폭력적인 방법은 안되는거야..그래서 내가 최대한 부드럽고 다정한 어투로 얘기를 헀지.

야, 이거 생각해보니 이거 우리 첫번째 하는 건데 이렇게 비디오방에서 하면 좀 그렇잖냐? 우리 여관(당시에는 여관이라 부름)에 가서 하자.

이렇게 얘기를 한 거야. 

일단 말이 이렇게 나오니까 와 그냥 구라가 술술 나오더라.

나도 첫번째인데 이런 구질구질한 데에서 하고 싶지 않아..

갈 때 촛불이라도 사갖고 가서 켜놓고 할까?

뭐 이따위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존나게 진지하게 했어.

아 그러니까 이년이 몸을 틀어서 문을 내주면서 같이 가자고 자기 여관비있다고 하는거야..(혹시 이년이 미리 챙겼나?)

시발 소름돋더라. 그래서 일단 옷을 주섬주섬 입고 비디오방을 나왔어. 나오면서 화장실에 가겠다고 했는데 역시나 따라오더라. 근데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옆에 비상구를 내가 슬쩍 돌려봤거든. 근데 잠겨있지 않고 살짝 미니까 밀리더라..문도 열려있고 밖에 짐도 없다는 뜻이지..

그래서 내가 화장실(뭐 남녀구분 같은 거 없는 화장실임)에 들러서

야..화장지가 없으니까 화장지 좀 갖고와. 그렇게 소리를 쳤어.

그러는데 존나게 떨리더라. 혹시 화장지라고 갖고 다닌다고 나에게 주면 내가 들고 뛸 시간이 없잖아.

근데 역시 등신답게 그런 것도 안 챙기고 있는 클라스. 내가 그래서 빨리 카운터에서 화장지 갖고 오라고 일부로 큰 소리를 쳤음.

그리고 내 모든 청각신경을 얘 발걸음 소리에 집중했음. 바닥이 방음장치가 되어있는 듯 소리가 작게 들려서 잘못하면 오해할 수가 있으니까..

그러더니 조금 쿵쿵거리는 소리가 카운터쪽으로 가는 게 들리는거야...

이 때다...

이젠 뭐 더 이상 기다릴 틈이 없었어. 나는 존나게 뛰어가서 비상구문을 열었지..이게 그냥 철문인데 뭔가 녹이 슬었던 듯 끼익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나는 최대한 살금살금 열려고 했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그 쿵쿵거리는 소리가 멈추더니 다시 나 있는 쪽으로 들리는거야.

시발년이 눈치를 챈 거야! 시발.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어. 벌써 쿵쿵거리는 소리가 트롯에서 갤롭으로 바뀌어있더라고. 밖에 나가보니 반쯤 썩은 대걸레가 하나 있기에 그 대걸래를 비상구 손잡이와 층계참 난간사이에 어떻게든 끼워넣었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할 거 아니야?

아마 비디오방이 3층이었던 거 같애. 내가 1층 정도를 뛰어내려오는데 뭔가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대걸래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년이 문을 밀어서 대걸래를 부러뜨리고 나왔다는 얘기지..와..시발 지금도 소름이 돋네..

 

1층으로 내려온 다음에 나는 그 상황에서도 머리를 썼어. 내가 있던 비디오방이 대락 역과 번화가 중간정도 되었거든. 근데 나는 역 쪽이 아닌 번화가 쪽으로 뛴 거야. 오해를 주려고 말이지. 이게 다 첩보영화 본 덕이라니까.

그년이 쫒아오다가 내가 번화가 쪽으로 뛰는 것을 알면 분명히 번화가로 갈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모퉁이를 돌면서 다시 역쪽으로 꺾었지. 그러니까 한 마디로 ㄷ 자 모양으로 내가 턴을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남자니까 빠르긴 하지. 아무튼 역으로 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주택가 길을 탔고 최대한 노출을 피해서 움직였다. 그래서 역에 도착하니 발차시간이 한 3,4분 정도 남았더라. 재빨리 표를 끊고 밖으로 나갔다. 당시만 해도 역무원이 내가 갖고 있는 표에 스탬프를 찍어주는 형태였어.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걸어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리고 나서 기차를 기다렸지..와 진짜 1분1초가 한 시간이 가는 거 같더라. 씨발. 쫒아오기라도 하면 어쩌냐..근데 시발 이 열차가 연착까지 하더라고. 대한민국 열차 이래도 되는 거냐?

그래도 기차에 타니까 정말이지 긴장이 턱 풀리더라. 마침 홍익회 아저씨가 지나가길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찐계란과 사이다 한병을 사고 앉았어. 이게 통일호라서 무슨 객실번호같은 것도 없어. 그냥 아무데나 앉으면 되는거야.

나는 열차를 타서 출발하기까지의 그 시간을 즐기는데 열차에 타면 도시의 모든 긴장이 풀리고 이제 내 고향집으로 가는구나..이런 거 있잖아? 그래서 사이다캔을 따서 한 모금 딱 마시고 계란을 까서 입에 딱 넣고 우물거리려는 찰나인데..

와 그 시발년이 기차역참 플랫폼에 나타난거야!

이게 기차역 플랫폼과 플랫폼 사이는 위험하기때문에 지하에 계단을 통해서 오가는 건 알지..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그 계단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년의 신발이 나타나..아니겠지 아닐거야 하는데 그년의 치마와 블라우스가 나타나면서 그년 얼굴이 나타나고 그게 딱 나를 보는데...

와 씨발 거기서 눈을 딱 마주친거 아냐..

와..이거 진짜 무섭더라. 그 눈이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묘한 원망하는 빛과 함께 동시에 어떤 결의같은 것이 차있는데..

한마디로 미친년의 눈인거야..

와..시발 그 순간 내 심정이 어떻겠어?

부산행에서 좀비들이 기차에 타고 있는 걸 안 마동석의 심정이지 뭐 시발.

그러더니 그 년이 냉큼 기차에 올라타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가 당시 통일호는 말이지. 입구가 닫히는 시스템이 아니고 입구가 그냥 오픈되어 있어요. 그냥. 그러니까 기차가 달린다고 해도 맘먹으면 올라탈 수가 있다는 거야. 요즘에 니들이 타는 기차는 다 입구가 막혀있어서 조종석에서 문을 열어야 열리잖아. 근데 통일호는 그게 아냐. 입구가 오픈되어 있어서 그냥 올라타는 거야. 막말로 존나게 달리다가 올라탈 수도 있게끔 되있어요. 이게.

씨발 나도 공황상태에서 벗어나 존나게 달리기 시작했지. 이때 기차가 조금씩 움직이는 거 같더라고..

 

 

 

 






  • 글이 좋다가 마지막 문단이 붙여넣기한거같네 뭐냐
  • 박제사
    17.10.17
    아니~ 완결 언제 내줘~ 나까지 너 스토킹 해버린다??
  • 시발넘아
    17.10.17
    아니 마지막에 갑자기 필력이 왜이렇게 딸린거같냐. 1층까지는 좋았는데 기차역쯤되니까 문장이 따로움직이네ㅋㅋ
  • 창천해운
    17.10.17
    글을 읽으며 긴장감을 느껴보기도 오랫만입니다 머릿속으로 상상이되네요 한편으로 여자가 참 안됬다는 생각도 듭니다 헬조선에서 어딘가 온전치 않은 사람 특히 여성이 어떻게 살게될진 너무 뻔하니까요 
  • 공기정화
    17.10.17
    갑자기 야설에서 스릴러로 바뀌네요 
  • ㅋㅋㅋㅋ 4편까지 보다 보니 이게 실화가 아니라 소설같기도 하네요. 

    여자가 저렇게까지 집착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고 남자도 거의 저러는경우가 없는데, 저 정도면 정신병수준이 아니라 광적인 망상집착 레벨이라서요. 정신병이라고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이고 그냥 적당히 하고 말죠...
     
    남자가 도망치거나 종적을 감추거나 싫다고 하는 경우에도 부득불 임신하려고 하고 애 낳아서 기르는 여자들 보면 보통 제정신이 아니기도 하구.. 피해야 하는 것 1순위입니다.
     
    이 사이트에서도 한번 저런 여자 나왔던 게 기억나는데
    조센숭의 출산 망상 때문인지 장밋빛으로 포장센동하고 교수 나와서 밥까지 먹여주던데, 그걸 보니 조센숭 자체가 어느 정도 미친 게 아닌가하기도 하더군요.
  • 검은달
    17.10.17
    마치 스티븐 킹의 미저리가 오마주되는구만 ㄷㄷ 
  • 둠헬
    17.10.18
    사이코나 정신병자 힘 존나센거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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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3 김희선이 남편에게 한눈에 반한이유.jpg newfile 잭잭 219 2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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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0 이런 여자...3편. 25 new 베스트프렌드 303 8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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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8 한국은 과잠바를 이용해 학력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16 newfile 노인 230 5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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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3 북한 또한 위안부(성노예)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newfile 노인 70 0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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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8 ' 에이즈 감염 여중생 ' 소식에 에이즈 검사 문의 급증 2 newfile CARCASS 126 2 2017.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