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7.09.18
조회 수 62
추천 수 0
댓글 0








고운맘 상실케 하는 ‘고운맘카드’

 

고운맘카드를 처음 안내받았을 때는 ‘임산부 누구에게나 50만원을 지원한다고? 이런 괜찮은 제도가 다 있다니!’ 하고 생각했지만 ‘그럼 그렇지’ 소리가 나오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분만 예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다 소진하라는 고운맘카드. 여러분은 임신, 출산, 산후조리까지 얼마의 비용을 지급하셨나요?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50만원이면 임신기간은 버틸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3개월 만에 다 쓰고 말았죠. 이제 3년 전으로 돌아가 임산부 장하나의 가계부를 복기해보겠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가서 지난 10년간의 요양급여내역을 뽑고, 신용카드 회사에서 고운맘카드 거래 기록을 받아 보았습니다. 제가 임신했던 시점에는 초음파 검사가 비급여 항목이었기 때문에 검사 비용은 병·의원이 정하기 나름이고 100% 본인부담이었죠. 공단에 기록이 남지도 않고요. 그러나 고운맘카드는 급여든 비급여든 사용할 수 있고 초음파 검사 비용을 결제할 수 있어 두 기록 간의 금액 차이가 컸습니다. 공단 자료에는 2014년 7월4일 상병명 ‘절박유산’으로 9710원만 기록(공단부담금 6810원+본인부담금 2900원)되어 있습니다. 같은 날 고운맘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5만2900원이니까 4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거죠. 건강보험 재원에서 검사비용을 지급하면서 공단에 기록은 남지 않으니 실태 파악도 안 되고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초음파 검사가 급여화됐다는 기사를 보고 잘됐다 싶었는데, 급여는 개뿔. 초음파 검사 수가가 8만4620원(임신 13주 이후, 본인부담 2만5380원)이라는 겁니다. 제가 다니던 병원은 비급여로 2만5천원이었는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수가를 정한 건지. 산모 부담은 유지하고 건강보험 재원에서 지출만 늘리는 계획이었다면 대성공이네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 개악이 다 있습니까?

 

고운맘카드 사용 기록을 보니 산부인과 진료를 8회 받는 동안 급여 항목은 5만1천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44만9천원은 모두 비급여였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진료비 평균 6만2500원이 깨졌고 그중 5만6천원이 비급여였던 거죠. 임신부가 중환자도 아니고 갈 때마다 5만~6만원이라니 아직도 납득이 안 됩니다. 그놈의 돈 때문에 산부인과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눈물을 왈칵 쏟은 적도 있습니다. 국회의원 임기 중에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돈 5만원에 벌벌 떨 필요는 없었지만, 국회의원이 되기 직전까지는 비정규직에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전전하던 형편이었고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린 까닭입니다. 산부인과에서는 거의 매주 진료를 받으라고 하는데 예전 같으면 돈이 무서워서 오란다고 가지 못할 게 뻔했으니까요. 가난해서 뱃속의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서러울까? 괜한 상상이 들어서 화장실로 도망가 엉엉 울었습니다. 아마도 그날이 처음으로 엄마의 정치를 고민하게 된 날일 겁니다. 의원회관 사무실에 돌아와서 바로 보건복지부에 산전검사 횟수와 비용에 대한 데이터를 요청했습니다.

 

복지부로부터 받은 답변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급여 항목 기록을 공단이 가지고 있지 않아 통계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의료법 시행령 15조 1항에 따라 모든 병·의원은 진료기록부를 10년간 보존해야 합니다. 복지부가 의지만 있다면 대한민국 임산부들이 임신·출산 기간에 부담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의 항목별 금액과 횟수를 병·의원으로부터 제출받아 통계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임산부들이 얼마를 쓰고 얼마가 필요한지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정부 예산도 아닌 (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에서 50만원씩 돌려주는 게 무슨 임산부 정책입니까?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89812.html#cb#csidx80722ce329a22539b380bbfb5bcf0b1 onebyone.gif?action_id=80722ce329a22539b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최신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197 0 2015.09.21
14758 어차피 우리가 헬센징들을 욕하지만 .. 2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104 1 2017.09.19
14757 명예 훼손죄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 new 노인 57 1 2017.09.19
14756 '국익'을위하는 정치논쟁이 실종된 한국정치권 .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35 1 2017.09.19
14755 대만한테 무시당할수밖에 없지 . 1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74 0 2017.09.19
14754 헬조 군대갔다오면 병신되서 외국가야 한다 1 new oldanda 90 0 2017.09.19
14753 아베가 중의원해산 한다던데 . 7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74 2 2017.09.19
14752 드라마같은거보면 ..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38 0 2017.09.19
14751 내가 가고싶은 병원 .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46 0 2017.09.19
14750 실수해도 괜찮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그만 1 new leakygut 97 4 2017.09.19
14749 해외서 공부하고 살다보면 댄다 new 강하게공격하고탈조선하자 108 0 2017.09.19
14748 돈 많으면 심리센터가 좋은데, 1 new leakygut 94 1 2017.09.19
14747 돈벌고 연애하고 명품사고 예술즐기고 문화생활하고 하는 도파민들도 세로토닌위한 부차적인것들이지 3 newfile leakygut 135 4 2017.09.19
14746 홍대 앞, '불금의 민낯'.... 1 new 진정한애국이란 145 0 2017.09.19
14745 트라우마는 옳고그름의 문제가 아님. new leakygut 57 0 2017.09.19
14744 남한학교랑 군대에 아무생각없이 지자식 보낸다는것에서 이미. 인간이 아닌 버러지.  1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130 3 2017.09.19
14743 이제 거의다 와가는 것 같다. newfile leakygut 105 1 2017.09.19
14742 내 몫챙기는걸로 뭐라할 사람 아무도없어 ! newfile leakygut 67 1 2017.09.19
14741 직관 쓰는법 newfile leakygut 74 2 2017.09.19
14740 여중생 폭행사건이 불쌍하다고?지랄한다 6 new 생각하고살자 222 2 2017.09.19
14739 애좀 싸질러라 씨발새끼들아 2 new 생각하고살자 157 0 2017.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