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불지옥죽창
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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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목사 내가 잘 못했네. 이렇게 빌 테니 제발 내 아내 좀 고쳐주게. 제발!"
 
박목사는 남교수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싹싹 빌며 말했다. 
뒤에 안 사실이었지만 박목사는 남교수님 신학교 동기였다. 
 
남교수님은 신학교에 다닐 때부터 학교에서 ‘제령’ 및 ‘구마’활동으로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개신교에서는 제령 및 구마 활동을 인정치 않았기에 논란의 여지가 컸다. 
 
그렇기에 남교수님은 항상 이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원래라면 졸업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악령에 빙의되어 자살 소동을 일으킨 학교 재단이사장의 어머님을 치료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남교수님은 자유로운 구마 활동이 가능했다.
 
박목사는 이런 남교수가 눈에 가시처럼 싫었다. 남교수는 다른 학생들이 자신을 이단 취급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가 가는 곳에는 항상 기적이 뒷 따랐고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구원을 얻었다. 그러나 남교수는 단돈 1원도 이에 대한 사례를 받지 않았다. 
 
박목사는 이런 남교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목사도 사람이고 밥을 먹어야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교수는 사비를 털어가며 복음을 전하며, 구마활동을 펼쳤다.
뭐 여기까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구마활동을 박목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남교수의 말에는 ‘힘’이 있었지만, 박목사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그 힘은 진실 된 ‘믿음’에서 나오는 기적이었지만 박목사는 이를 인정 하지 않았다.
애초에 악령이란 존재를 박목사는 믿을 수 없었다. 
악령이란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 사람들이 만들어낸 무지의 소산이란 것이 남교수의 소신이었다.
 
박목사는 논리적으로 증명 가능한 사실만을 믿었다. 
그런 박목사에게 남교수의 존재는 그 자체가 넌센스였고 있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박목사는 남교수를 학창시절 때부터 괴롭혔고 졸업을 한 후에는 이단으로 몰아서 교단에서 축출했다. 
그리고 그것이 옳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교수의 교회 앞에 자신의 교회를 세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내가 악령에 빙의되자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말만 해보게. 우리 교회가 문제인가? 내 당장에라도 이전시키겠네. 그러니 제발 내 아내 좀 살려주게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
 
박목사는 남교수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말했다. 그러자 남교수는 박목사를 일으켜 세우며 언제나처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이러십니까. 박목사님. 일어서십시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남교수는 이런 사람이었다. 만약 천사가 현세에 강림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그에게 있어 박목사와의 껄끄러웠던 과거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성경은 말한다.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을 돌려대라고.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 바로 남교수였다.
그는 예수님의 걸어가신 그 험난한 길을 조금의 망설임 없이 걸어가는 이시대에 몇 남지 않은 목회자였던 것이다.
 
“마전도사 구마 의식을 거행할 테니 최원장님께 연락하고 셋팅 부탁하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교수와 함께 있으며 이미 수차례 구마의식을 진행한 적이 있기에 
나는 지체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최원장에게 연락했다.
 
“최원장님 저 마전도사입니다. 남교수님이 구마의식을 하신다는데요.”
“뭐?! 언제?”
“지금요.”
“허 참, 요즘 좀 뜸하다 싶었더니 또 시작이네. 지금 출발 할테니 기다리라 전해 주게.”
 
최원장은 서울 변두리에 조그마한 병원을 운영하는 남교수의 지인이었다. 
구마의식은 악령을 상대하는 일이었기에 구마의식을 진행하는 사람과 악령에 빙의된 사람 모두에게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의사를 대동하는 것이 남교수의 소신이었다. 그래서 구마의식을 진행할 때면 어김없이 최원장을 불렀다.
최원장은 무신론 자였지만 남교수와 소위 말하는 ‘부랄’친구 였기에 툴툴거리면서도 언제든 달려와 도움을 주었다. 
 
“자 이제 ‘성물’을 준비해 볼까?”
 
전화를 끊은 나는 곧장 구마의식때 사용될 성물들을 모아놓은 창고로 향했다. 
구마의식은 같은 기독교라 할지라도 종파마다 교단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개신교 쪽은 그 전통이 파괴되어 의식 자체가 소멸해 버렸지만, 카톨릭이나 동방정교회 쪽에는 체계화된 구마의식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리고 남교수님의 구마의식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카톨릭식이 아닌 동방정교회 쪽의 조금은 생소한 의식이었다.
 
“셋팅 끝났습니다. 남교수님.”
“수고했네. 마전도사.”
 
남교수는 황금빛 법의를 입고 나에게 말했다. 이 법의는 에봇이라 불리는 것으로 유명한 유대교 대제사장이 입던 옷이라고 했다. 
이 옷의 특이한 점은 긴 도포 자락에 자그마한 종이 12개 달려 있었는데, 악령이 근처에 있으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도 요란하게 울어 됐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에봇의 종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남교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남교수는 곧장 박목사의 아내가 묶여 있는 성전 중앙으로 향했다.
구마의식을 치러진다는 것을 안 악령은 박목사의 아내를 이용해 미친 듯 날뛰었고 박목사와 
나는 죽을 힘을 다해 겨우 대성전 중앙에 묶어 둘 수 있었다.
 
지금껏 수많은 악령을 상대해 봤지만 이런 괴력을 지닌 악령은 처음이었다.
 박목사의 아내는 키가 150이 조금 넘는 갸날픈 체구였는데, 
그 힘은 키180에 몸무게 95킬로의 나와 키 172, 몸무게 75킬로의 박목사를 압도할 정도였다.
 
“헉헉 나 왔네, 남교수. 아직 구마의식을 시작하진 않았지?”
“잘 오셨습니다. 최원장님 그렇지 않아도 이제 시작하려고요.”
 
짧게 대화를 나눈 남교수와 최원장은 박목사의 아내 앞에 섰다. 
 
“킥, 키키킥. 이게 누구야. 야훼의 종놈과 현대 의학의 노예 아니신가?”
 
박목사의 아내. 더 정확히는 악령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 웃음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미 루시펠과 수차례 대면한 적이 있는 내게는 그다지 충격이랄 것도 없었다. 
박목사의 말로는 이 악령이 자신을 루시펠이라 칭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거짓말이 확실했다. 
내가 느낀 루시펠은 이따위 잡령하고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루시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혔고 의식이 흐려졌다. 그것은 마치 산체로 지옥에 던져지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 저 녀석에게는 그런 강렬함이 없었다. 
 
“나의 힘이 되신 야훼(여호와) 하나님. 주의 권능으로 당신의 적을 멸하소서. 아멘.”
 
짧게 기도를 마친 남교수는 악령 앞에 섰다. 그의 오른손에는 종려나무 가지가, 그의 왼손에는 성스러운 향로가 들려 있었다. 
이것이 바로 동방교회 구마식의 기본이었다.
 
“나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 전능자의 환상을 보는 자, 엎드려서 눈을 뜬 자가 묻노라. 사악한 악령아 네 이름을 밝혀라!”
 
남교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성전을 울렸다. 그러자 박목사의 아내는 의자에 묶인 상태로 몸을 비틀며 입을 열었다.
 
“큭, 크큭. 어리석은 것. 넌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닥쳐라! 그리고 들어라!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성스러운 죽음으로 우리의 죄는 이미 사함 받았으니,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리오!
보라 구원의 때가 임박했으니 지금이 그때라! 사악한 악령아! 네 이름을 밝혀라!”
“그래, 좋다. 아둔한 인간이여! 내 진명을 들으라. 내 이름은 루시펠! 지옥을 지배하는 자다!”
 
악령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바로 그때다. 순간적으로 증폭된 놈의 ‘영압’에 나뿐만 아니라 남교수 최원장, 그리고 박목사 까지 모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봐 동업자, 당장 도망치는 게 좋을 거야. 살고 싶으면 말이지.”
 
속삭이는 목소리. 이는 틀림없이 루시펠의 목소리였다. 나는 악령의 영압에 짓눌려 힘겹게 입을 열었다.
 
“뭐, 뭐지? 저놈은?”
“지금은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날 사칭하는 거 보니 보통 놈은 아닌 건 확실해.”
 
루시펠은 진지하고도 무겁게 답했다. 이런 루시펠의 목소리는 또 처음이었다. 
 
“이건 좋지 않아. 아주 좋지 않아. 도망쳐라, 동업자. 이대로라면 몰살이다.”
 
다그치듯 루시펠이 말했다. 나 역시 도망치고는 싶었다.
그러나 저 악령의 강력한 영압에 짓눌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것이 현재 나의 상태였다.
 
“자, 축제 축제다! 헬 게이트가 열리기 전 이 땅, 헬조선에 걸맞는 피의 축제를 벌여보자!”
“그래, 그래! 우리라면 이 땅을 진짜 지옥으로 만들 수 있을거야.”
“꺄르르륵, 재밌겠당. 다 죽여버려야징. ㅋㅋㅋㅋ”
“야 밀지마! 나부터 죽일테니까 꺼져버렷!”
 
악령은 단숨에 자신을 묶고 있는 결박을 끊어 버리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놈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각각의 목소리 톤마저 다른 전혀 별개의 소리들. 
그것들은 웃고 떠들며 조롱하고 또 저주했다. 
그것은 하나이면서도 군중. 나는 그때 서야 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네, 네놈은 군대... 군대의 악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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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연재 장소를 옴기려고 합니다.
사실 이곳은 소설을 올리기엔 여러모로 불편하고
애초에 소설을 올리는 개시판도 아니라 판단되어
연재 장소를 변경합니다.
아래 링크를 남겨 놓았으니 이후에도 오셔서 즐겨 주셨음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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