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불지옥죽창
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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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 2
댓글 4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린 나는 종일 작업실 구석에 놓여있는 TV만 봤다. 
더는 글을 쓸 용기도 의욕도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미국에서 9.11테러가 일어났다.
TV 채널을 돌리던 나는 뜬금없는 스펙타클한 영상에 손을 멈추었다.
그 장면은 다름아닌 뉴욕에 위차한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광경이었다.
 
처음에는 스케일 쩌는 영화인줄 알았다. 
헌데 TV화면 상단에 속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고 배경으로 깔리는 긴박한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나는 이것이 영화가 아닌 실제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나는 뭐라 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테러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쌍둥이 빌딩 중 첫번째 빌딩이 무너지고, 뒤이어 하이잭킹 당한 비행기가 남은 빌딩에 충돌했다. 그리고 두 번째 빌딩도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붕괴되어 버렸다.
엄청난 먼지구름이 하늘로 비산하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곳은 현세에 강림한 지옥, 그 자체였다. 
 
"어때? 예술이지? 동업자, 너도 할 수 있어."
 
어김없이 루시펠은 최악의 순간에 나에게 속삭였다. 녀석의 목소리는 남성의 것도 여성의 것도 아닌 기묘한 목소리였다. 루시펠은 그 기묘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테러를 기점으로 세계는 변할 거야. 그리고 동업자 너도 변하겠지."
"..."
 
나는 놈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미국에서 일어난 이 엄청난 테러도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당장 내 앞에 닥친 현실이 너무나 비참했기에...
 
"이번 테러로 죽은 사람은 3000명이 넘을거야. 넌 고작 1000명인데 뭐가 문제지? 너라면 할 수 있다니까. 이 젓같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놈은 너무나 매혹적인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퇴마의 언령을 내뱉을 힘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눈물이 절로나왔다. 모든 것을 버리고 서울에 올라가 목숨을 걸고 글을 썼지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는 분명했고, 결국 나는 그 한계를 뛰어 넘지 못했다.
그것이 나의 절망이었고, 그것이 나의 지옥이었다.
 
"절망? 지금 절망 할 때야? 웃기지마, 동업자. 네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절망이 아니라 분노야! 이 젓같은 세상을 만든 시스템을 향한 분노!"
 
루시펠은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격양된 목소리로 힘차게 외쳤다. 그리고 녀석의 말은 천지를 울리는 천둥처럼 내 귀를 강타했다.
 
"이 세상은 불합리로 가득해. 왜 동업자 네가 이런 일을 당해야하는 거지?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쳤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지? 왜?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 거냐고!"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것이 사실이었고 그것이 진실이었기에.
 
"분노하라! 그리고 또 분노하라! 무간지옥에 처박아 넣어도 시원찮을 이 빌어먹을 헬조선의 시스템에!"
 
루시펠의 목소리는 더욱더 격양되어 마치 절정에 이른 웅변가 처럼 외쳤다.
 
"너의 분노는 당연한 거야. 그리고 복수해. 너의 복수는 당연한거야. 나는 이미 네게 약속했어. 1천명의 희생을 내게 받쳐! 그럼 이루어 주마! 너의 복수를! 너의 꿈을! 너의... 너의 간절한 소원을!"
 
루시펠은 그렇게 말을 맺었다. 그 목소리는 나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완전히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할 의지가 없었다. 나는 루시펠을 향해 힘없이 대꾸 했다.
 
"나는 지쳤어. 다 귀찮으니 사라져. 내가 할 말은 이것 뿐이야."
 
이말을 한 뒤 나는 작업실 한쪽 구석에 깔아 놓은 박스 위에 몸을 늬였다. 고시원 방세를 줄 돈 조차 없어서 잘 곳이 없던 내가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방법이었다. 
루시펠은 이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쯧, 아직도 고생을 덜 했네. 뭐 좋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들먹거리지 않은 것만 해도 성과라면 성과니까."
 
이렇게 말한 루시펠은 나에게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 네가 자살이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지금 일어나서 공용화장실 첫번째 쓰레기통을 뒤져 보도록. 차비할 돈은 될거다."
 
이것을 끝으로 루시펠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나는 반쯤 홀린듯 몸을 일으켜 공용화장실로가 첫번째 쓰레기통을 뒤졌다. 
쓰레기통안에는 루시펠의 말대로 만원권 지폐 세장이 놓여있었다.
차비 할 돈조차 없었던 나는 이돈을 가지고 부모님이 계시는 포항으로 겨우 내려 올 수 있었다.
 
 
 
부모님이 계시는 포항으로 내려온 나는 방전된 건전지 마냥 퍼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루 20시간 이상 잠만 잤던걸로 기억한다. 잠을 아무리자도 일어나면 또 잠이왔다. 잠이 안오는 불면증도 무섭지만 끝없이 잠이 쏟아지는 과수면또한 무서운 병이었다.
 
부모님은 이런 나를 치료한답씨고 기도원 원장답게 안수기도 등등의 종교적 치료행위를 했지만 나아질 턱이없었다. 이 모든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아닌 그분 들이었으니까. 
애초에 그 막장같은 마트로 보내지만 않았다면, 신학교에 가지만 않았다면 이런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이것또한 내게 주어진 운명이고 내가 선택한 결과였다. 
 
"운명 같은 소리하고 있네. 동업자 너의 인생이 막장 테크를 탄건 다 네 부모님 때문이야. 그건 너자신이 더 잘 알텐데?"
"..."
 
갑작스런 루시펠의 말에 나는 침묵했다. 그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설령 그것이 진실이 아닐 지라도 드러난 사실, 드러난 펙트는 부인 할 수 없었다. 
 
"뭐하러 온 거지? 또 날 조롱하려고 왔나?"
 
나는 처음으로 루시펠의 말에 제대로 대답했다. 어쩌면 녀석이 말 걸어주길 기다렸었는 지도 몰랐다.
하루 20시간 이상자고 나면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가슴이 저릴 정도의 지독한 외로움이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앞에서도 언급 한 것처럼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기도원은 산속이라 인적조차 찾아 보기 힘들었다. 
고등학교 동기들은 이미 취업을 해서 연락조차 닫지 않았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공허함만이 나를 가득 채웠다. 
그런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이는 오직 루시펠 뿐이었다.
 
"어이쿠 까칠하셔라. 그럴리 있겠냐? 나의 소중한 동업자님이 걱정이 되서 그럴 뿐이라고."
"나는 너와 계약할 생각이 없다."
"정말? 그게 네 진심이야? 거짓말 하지마. 야훼는 속일 수 있을 지라도 나는 못 속여. 왜냐면 나는 모든 거짓의 시조니까."
 
루시펠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렇다. 나는 루스펠과 계약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간절한 소원을 이루고 싶었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며 평범하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헬조선에서 그러한 꿈은 흙수저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것이었다.
 
"닥처! 한시간에 천명을 죽이라니 그게 말이 돼?!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쯧쯧, 그건 해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이지. 911 테러때 몇명이나 죽은줄 알아? 3천명이 넘어. 고작 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말야."
"그건 혼자서 한게 아니잖아! 고도로 훈련된 테러리스트들이 치밀한 계획하에 실시한 준 군사작전이었어!"
"군사작전? 그게 뭐? 고작 인간들이 저지른 사소한 불장난에 불과해."
 
루시펠은 말을 끊고 거만하면서도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 루시펠이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거야. 뭐 좋아 아주 조금이지만 나의 힘을 보여주지. 너의 과수면증은 지금 이시간 부로 치료될 거야. 나 루시펠의 이름으로!"
 
그것은 찰라의 순간이었다. 루시펠의 목소리는 폭풍처럼 나의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경련을 하며 바닥에 쓰러졌고 미친듯 속에 있는 것을 토해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루시펠은 마지막으로 내 귀에 속삭였다.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 난 항상 네곁에 있을 테니까."
 
루시펠의 목소리는 긴 여운을 남기며 눈녹 듯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적막이 찾아왔다.
내몸을 뒤흔든 경련은 이내 멈추었고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22분. 방안은 시큼한 유황냄새로 가득했다.
 
나는 인정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놈의 목소리는 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조현병으로 인한 환청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몸서리를 치며 방구석에 누웠다. 온몸이 떨려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의식은 맑았다. 
그렇게 밤을 꼬박세운 나는 거짓말 처럼 과수면증에서 해방되었다. 오히려 잠이 줄어 하루에 5시간만 자도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루시펠이 한 말처럼 나의 과수면증은 깨끗이 치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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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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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조선 노예
    17.06.03
    불지옥죽창님 헬포인트 20 획득하셨습니다. 헬조선에서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 저 같으면 그냥 망설일 거 없이 계약할 거 같네요. 그래, 당장이라도 센징이 죽여 버려야지 하면서요. 아 물론 쉽게 말할 수는 없는 거도 여러 가지 사정도 있고 준비해야 할 것도 있겠지만 결단은 빨리,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뜻에서 한 거지만요. 저도 모르게 감정 이입이... 센징이들을 죽이고 싶어하던 잭런던 선생이 빙의를 했... 으아아
  • 야임마
    17.06.03
    센징이를 많이 죽여야지요 . 제일먼저 사람목숨과돈을 바꿔치기한 매국기득권센징들을 없애야한다고보네요 . 전두환.박근혜.최순실.정유라같은 센징들 
  • Crusades
    17.06.03
    재밌습니다. 다음편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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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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