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헬맛나는 세상에서 평화로운 척 하는 마지막 년도인 2016년을 보내는 소감이 어떠냐?
뭐, 달리 설명할 필요도 없이 좆같지...근데 또 여친이 연말이랍시고 고기썰러 가자고, 가족들이 연말이라고 뭐 특별한거 원하는 사람들 있을텐데, 한바탕 싸우거나 아니면 개같이 벌어 모은 돈 순삭시키는 헬조선 경제체제에 보태주는 미개한 짓을 할 거라면 이 글에 잘 들어왔다.
오늘 진짜 푼돈으로 존나 생색내는 방법을 알려주마.
메뉴는 유럽식 스테이크와 파스타다.
-스테이크 재료-
부채살 적당량.(한우보다는 호주산, 미국산 프라임 컷을 권장한다. 가격도 존나 지랄맞지만 한우는 스테이크로는 그다지 적합한 고기가 아니다.) 두께는 1.5센티미터 에서~ 2센티미터 정도로 두껍게 잘라달라고 할 것. 마늘 6알과 생 타임 조금(타임은 없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있으면 아주 좋다.) 버터 두큰술.
스테이크에 곁들일 구이용 채소는 마음껏 고르되, 양파와 버섯을 반드시 포함하자. 원하면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도 좋고, 단호박은 반드시 넣어 굽도록 하자. 맛을 보면 아마 내 말을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물론 감자 고구마도 좋다.
-파스타 재료-
양파 한개, 양송이 8개, 방울토마토 10개, 마늘 다진것 한큰술, 파스타 적당량, 파스타 소스(이번에는 CJ에서 나온 아라비아따 소스를 이용했다. 할라피뇨가 들어가있어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소스는 마음대로 사서 사용하자.) 베이컨 조금.
-사용되는 기본재료-
굵은소금, 올리브오일, 끝이다. 후추는 생 타임이 있다면 사용할 필요가 없다. 타임만으로도 상쾌한 맛을 낸다.
재료준비는 반드시 조리 30분 전이나 1시간 전 부터 완벽하게 해 둔 채로 진행한다.
[스테이크 굽는법.]
이전에 고기부터 준비해야된다. 스테이크를 굽기 위해서는 고기를 실온에 맞춰야 한다. 냉장고에 있던 고기를 바로 구우면 밖은 타고 속은 핏덩어리인 괴랄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는 무식한 짓은 하지말자. 냉동된 물건이라면 지퍼락 팩에 고기를 넣어 물에 담궈 해동시키고, 냉장육이라면 그냥 공기중에 놔두자. 고기의 온도가 적당히 실온과 맞게 되었다면 고기에 양념을 해야한다.
굵은소금을 고기 앞뒤로 뿌려주고 잘 문질러주자. 굵은소금을 고기 속에 박아준다는 느낌으로 잘 눌러서 문질러줘야 된다. 후추는 뿌리지 않는다. 후추를 가열하면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후추는 마지막에 뿌리던지, 아니면 그냥 하지말자. 어차피 마늘이니 타임이니 넣으면 후추가 필요없다.
그리고 구울 준비를 하자.
팬을 달군다, 테X 후라이팬이라면 안의 온도감지센서가 적당한 온도가 되었음을 알리고 나서 약 2분 더 달궜다가 하면 되고, 아닐경우엔 그냥 팬에서 연기가 나려고 할때 사용하면 된다. 팬은 아주 뜨겁게 달궈야 성공적인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 고기가 마이야르 반응(당분이 열을 받아 갈색으로 변화하며 녹는 현상, 뽑기 만들때 설탕 녹는거 생각하면 간단하다.)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팬이 준비되면 올리브 오일로 팬을 코팅한다는 느낌으로 둘러준다. 이후 양념된 스테이크를 팬에 올린다. 이때는 우리가 뭐 고깃집가서 굽는다는 느낌보다는 팬에 고기의 곁부분을 "지진다"는 생각으로, 마치 이정현 대표의 손을 지져버린다는 느낌으로 지져준다. 우리가 먹는 쇠고기는 습식숙성/건식숙성 되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상태고, 이 아미노산이 열을 받으면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킨다. 이걸 해줘야된다. 양면을 다 지져주고 나서, 마늘을 식칼 뒷부분으로 간단히 으깨서 팬에 넣어준다. 타임도 이때 넣어주고 함께 버터도 한두큰술 넣어준다. 그 마늘과 타임을 팬을 기울여서 스테이크에서 빠져나온 소기름과 올리브오일, 버터에 잘 튀겨주고 그 기름을 숟가락으로 떠서 고기에 끼얹으며 고기를 계속해서 뒤집어준다.
내가 사라고 한 그 스테이크는 우리가 고깃집에서 보는 그런 생고기따위와는 차원이 다르게 두껍기 때문에 자주 뒤집는다고 육즙이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뒤집어주면서 스테이크에 열이 골고루 닿도록 만들어주자. 굽기는 원하는대로 하면 된다. 젓가락으로 찔러보면서 굽기를 측정해보자.
스테이크를 굽고 나서 반드시 이 고기를 서빙할 플레이트에 올려 휴지시키자. 고기를 팬에서 꺼내서 실온에 놔둔다고 절대 식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라. 오히려 남아있는 열로 인해 속은 육즙이 가득한 채로 잘 익게 되고 중앙에 몰렸던 육즙이 서서히 스테이크에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퍼지면서 환상적인 맛이 된다.
자 그럼 이제는 채소를 구울 차례다. 채소는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단호박, 감자, 고구마 등은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주는 센스를 발휘하자, 채소가 은근 잘 안익는다. 마찬가지로 채소도 굽기전에 소금간을 조금 해준다. 이때는 굵은소금 말고 구운소금이나 맛소금같이 가는 소금을 이용하여 살짝 묻혀준다는 느낌으로 잘 버무려주자. 저염식을 지향한다면 간 하지 않아도 좋다.
팬은 절대 씻지마라, 닦지도 마라. 그 기름 그대로 사용할거니까. 굽다가 부족하면 버터를 좀 더 넣어준다. 소금간도 간간히 해준다. 마늘과 타임을 빼낸다. 풍미가 잘 베어들은 기름에 양파, 단호박, 감자,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버섯 순으로 넣어 구워준다. 버섯이 가장 마지막이다. 버섯이 가장 빨리 익기 때문이다. 물론 간지를 위해 한번에 한 재료씩만 넣어 구워도 좋다. 서빙받는 사람들은 스테이크보다 이 구운 채소에 더 열광할 가능성이 높다. 쇠고기의 풍미가 베어들은 채소는 고기를 따위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맛이 끝내준다.
이러면 스테이크는 완성이다.
파스타는 너무 간단해서 어처구니가 없을거다. 라면보다 쉽다 이거.
[파스타 하는 법.]
면을 준비한다. 원하는 면 아무거나 상관없다 먹는 사람 수 만큼 양을 준비하자. 파스타 면은 소금물에 삶아야한다. 굵은소금을 한꼬집, 한 티스푼 정도 넣은 물이 끓으면 그때 면을 넣어준다. 면은 9분에서 11분이면 다 익는다. 익었는지를 알고싶으면 면 한가닥을 꺼내서 부엌의 타일벽에 한번 던져보자. 떨어지지 않고 찰싹 달라붙으면 다 익은거다.
면은 채에 받쳐 물기를 빼 주되 면수를 한스푼씩 끼얹어주며 들러붙지 않도록 유지한다.
동시에 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 다진것 한큰술을 넣어 볶아준다. 타지않을정도로만 볶는다. 그리고 거기에 베이컨 다진것을 넣고 볶다가 양파와 양송이 버섯을 넣어 볶아준다. 방울토마토도 반씩 잘라서 넣어서 볶아주자. 여기에 면을 넣어주고 버터나 기름을 둘러 볶아준다. 여기에 시판 소스를 넣어주고 캐첩이나 굵은소금으로 간을 해 주면 그걸로 파스타는 완성이다. 라면보다 쉽다. 물조절이 필요없거든. 생토마토는 되도록이면 꼭 넣도록 하자. 토마토의 과즙이 파스타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준다.
완성이다.
굽고 삶는것만 할줄 알면 이보다 더 날로 해먹는 요리가 없다.
존나 딱 봐도 그럴싸하지 않냐? 플레이팅만 조금 해줘도 이만큼 간지나는 음식이 없다.
중요한건 내가 조리하면서 쓴 조리기구가 팬 2개, 웍1개, 체반 뿐이라는거다. 설거지 거리도 별로 없다, 뒷정리가 존나 쉬운거다. 접시도 한개만 썼다. 한식은 플레이팅하면 반찬 가짓수마다 하나씩 다 넣어야해서 식기가 너무 많이 필요한데다 요리도구도 너무 많이 필요하다. 양식은 그럴 필요가 없다.
재료비도 존나 싸다. 내가 지금 저거 3인분 기준 15000원 정도 써서 사왔는데, 농산물 공판장가서 채소 사오고 축산물 공판장이나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훨씬 많은 양을 훨씬 싸게 구할 수 있다. 미국이면 존나 싸겠지. 농산물이 미친듯이 널린 곳인데...
내가 이런 양식을 하고 있노라면 한식은 조리하는 사람에게 미칠듯한 노동을 강요하는 음식이라는게 정말 느껴진다.
전 오히려 제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사 자체의 목적이 잘못된거지 자체는 문제될게 없습니다. 튀김과 전은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고 고열량인데다 맛도 있기 때문에 한해에 한두번정도 모여서 같이 만들고 즐기는거 나쁠거 없다고 봅니다. 서구권이나 동구권에서도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온갖 요리를 다 합니다, 그레이비 소스, 크렌베리 소스, 칠면조 구이, 파스타, 랍스터, 스테이크, 케익, 쿠키 등등...오히려 제사를 보면 걍 귀여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근사한 식사를 하는 목적이 정해져있습니다. 이 험난한 세상을 함께 싸워 이겨나갈 가까운 사람들을 모아 함께 좋아하는 음식을 맛보며 올해도 무사히 지나감을 기뻐하며 내년을 위해 다시 힘을 내자는 목적인거죠. 뒈져 나자빠진, 있지도 않은 병신새끼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먼저 쳐먹게 하는 미개 민간신앙이 아니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