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대학원을 졸업한 후 1년 가까이 취업을 준비 중인 김영환(29) 씨.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면접스터디에서 5살 이상 어린 대학생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김씨에게 “나이가 이렇게 많은데 몇 년이나 백수로 지낸 것이냐” “대학원 전공이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데 학위는 왜 취득한 것이냐”며 불쾌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질문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김씨는 모욕의 강도를 더 높여달라고 요청한다. 김씨는 “실제 면접관들도 스터디원들과 똑같은 생각을 할텐데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재치있게 상황을 모면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면접장에서 모욕적인 질문을 하거나 사상 검증을 하는 등 ‘갑질면접’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의 취업준비생들이 이런 모욕을 견디기 위한 연습 스터디까지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면접대비 실전스터디는 면접장에서 긴장하지 않기 위해 실제 상황과 비슷하게 꾸며 연습하는 필수 취업준비 과정 중 하나다.
취준생들은 스터디에서 예상질문에 대해 가장 적합한 대답을 찾기 위해 함께 논의한다.
취준생들이 면접 준비 중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압박면접’이다.
기업 면접관은 압박면접이라는 이름으로 직무에 대한 고난위도의 질문을 할 뿐 아니라 “애인이 있느냐” “나이가 이렇게 많은데 왜 취업을 하지 않았느냐” 등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개인사에 대한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결혼한 여성에게는 “가정생활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해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고, 최근에는 국정교과서 문제처럼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취업정보 사이트 사림인에 따르면 구직자 3명 중 1명이 면접에서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76%는 부당한 질문을 받고도 불쾌감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답했다.
불쾌감을 주는 질문은 ‘역량을 의심하거나 비하하는 질문’이, ‘결혼계획, 애인 유무와 같은 사생활에 대한 질문’ ‘가정환경과 관련된 질문’ 등이었다.
성별이나 나이, 외모에 대한 차별적 질문을 들었다는 대답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질문은 SNS 시대에 기업의 이미지에도 크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많은 취준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취업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자칫 모욕적인 질문을 들었다가는 ‘갑질면접을 한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면접자에게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강요했다가 해당 취준생이 이를 SNS에 올려 공분을 샀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면접가이드를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하는 등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때문에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이같은 압박면접에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
IT분야 대기업 인사팀 직원은 “압박면접은 기업 정보나 전공지식에 관한 부분에서 이뤄지고,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그룹 차원에서 하지 말라고 따로 지시가 내려올 정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나이 등의 부분이 직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윗분들도 있어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