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자이너 죽음'..회사 사과에도 멈추지 않는 직원들
장예지 입력 2022. 01. 24. 18:06 수정 2022. 01. 25. 09:16 댓글 7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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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추모 메시지 적은 80여개 풍선 날려
지난 17일 촛불집회 뒤 두번째 단체행동
“슬픔, 아픔…미안합니다. 남아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괴롭힘과 부당한 노동에서 해방되시길” “늦었지만 올바로 기억할게요. 하늘에선 힘들지 않기를…”
24일 점심시간이 끝나가던 낮 12시50분께,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위로 80여개의 흰 풍선이 떠올랐다. 2020년 9월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견디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고 이찬희씨를 추모하는 동료들의 메시지가 풍선마다 적혀 있었다. 지난 21일 현대차는 이씨가 숨진 지 1년4개월이 지나 담화문 형식으로 추모와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이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은 “알맹이 없는 사과”에 불과하다며 그를 기억하는 행동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중앙공원에서는 20명 남짓한 연구소 직원들이 흰 풍선과 헬륨가스,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펜을 자비로 준비해 공원을 찾은 직원들에게 건넸다. 지난 17일 저녁 이씨를 추모하는 첫 촛불집회를 연 데 이어 두번째 단체 행동이다.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30분부터 약 두 시간 동안 회사 안에서 집회를 열었다. 남양연구소 소속 개별 직원들이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익명으로 모여 뜻을 합친 뒤 실제 행동으로 연결된 것이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집회 장소를 찾은 현대차 직원들은 풍선 위에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적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늘에서는 행복하시길” “우린 너무 몰랐다…미안합니다”라거나 남은 사람들의 책임을 다짐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남은 자의 책임을 다하겠다”거나 “편히 쉬세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등의 메시지도 하늘로 날아갔다.
이제라도 이씨가 고통을 호소했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사 노조 게시판에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될 수 있도록 노조가 나서야 한다는 글이 올라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추모글을 삭제한 책임자도 찾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차 박정국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이 지난 21일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한다”며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한 담화문을 내부에 보냈지만 직원들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이번 추모 행사에 참가한 한 연구소 직원은 <한겨레>에 “(사과 내용을) 보자마자 (이씨가) 당한 직장 내 괴롭힘의 당사자를 지키기 위한, 의미 없는 담화문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은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현대차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참가자는 “직원을 대등한 존재로 보지 않는 현대차의 조직문화는 항상 문제가 되어 왔고, 매번 개선을 약속했지만 변한 것이 없었다. 이번 담화문을 봐도 외부 기관에 조직 진단을 위탁한다고 하는데, 투명성이나 신뢰성 면에서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장예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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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83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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