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가정사를 설명해야겠네요... 저의 외가는 대부분 미국에서 거주하는데 외할머니,외할아버지가 한국은행에서 일하셨고 외화 거래를 담당하는 일을 하셨기때문에 엄마,이모,삼촌을 전부 해외에서 낳아 키우셨습니다. 그래서 학교,대학까지 미국에서 다녔고 계속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엄마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시게 되었고 그렇게 저는 불반도에 태어나게 되었죠. 제가 시민권을 취득하거나 가족이 함께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방법이 있었지만, 헬조선의 팍팍함을 모르고 그당시만 해도 집안 살림이 힘들지도 않았기 때문에 집안 어른들은 계속 한국에 거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문에 직장을 잃고 쫒겨나는걸 목격한 엄마 때문에 지금 처럼 벌이도 힘들때 미국가서 집만 잃고 한국에 돌아온다고 걱정하셔서 지금까지 계속 한국에 남아 있었죠. 그 당시 엄마는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셨고 본사에서 승진과 함께 일할것을 제안받았지만 직장을 그만 두셨습니다. 그 이후로 건축사이신 아빠는 혼자 외벌이를 하셨고 해외근무 하시다가 현재는 한국에서 일하십니다. 아버지는 이제 정년이 얼마 안남으셨고 조만간 외동인 제가 가족을 부양할 날이 머지 않을겁니다. 저는 삼수하느라 아직 대학도 졸업 못했고 군대도 다녀와야하는데 정년이후에 먹고살것을 걱정하시면서 요즘 부모님이 미국으로 가지 않은것을 크게 후회하시는것 같습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조선에 태어난것에 불평하면 잔소리만 하던 아빠도 이젠 진지하게 이주를 고민해보자고 하시네요. 물론 저는 어렸을때부터 친척들을 보면서 미국에서 사는것을 원했고 지금도 당장 가자면 언제라도 떠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고려할 것이 많아서 탈조선하신 선배들에게 먼저 조언을 구해봅니다.
우선, 제가 미필이기 때문에 군대를 안가고 바로 나가고 싶지만, 이 망할 나라에서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것 같고, 미국에서 미국세금도 내면서 동시에 한국국민으로서도 혜택(예를 들어 해외에서 한국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던가)을 받으려면 아무래도 군대를 갔다 와서 대학졸업장을 따고 가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저의 외할머니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세금을 냈기 때문에 연금을 한국과 미국에서 받습니다.) 더욱이 제 전공은 시각디자인이고 한국에서 예체능, 특히 디자인 쪽으로 먹고산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팍팍한지 졸업한 선배들을 보고 알고 있기 때문에 직업수명도 다른 분야에 비해서 짧은데 고생만하다 부모님 처럼 노후걱정하고 한국에서 고생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집근처에 판교라는 훌륭한 직장 수요가 있어서 it나 게임쪽 회사에서 졸업하고 웹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로 당장 취직하는건 가능하긴 합니다만,(그것도 훌륭한 학점과 좋은 작품 포트폴리오로 졸업한다는 가정하에) 그래서는 독립은 커녕 집에 붙어서 부모님과 같이 일하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할것 같습니다.
물론, 탈조선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장미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엄마가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집사고 세금내고 각종 생활비 까지 감당하려면 한국보다 드는 비용도 많을테고, 미국에서 자리잡는다고 가정하면, 의료보험 같은 기본적인 social security에 대한 세금이 만만찮게 들겠죠. 그나마 정착에 이점이 있다고 하면, 엄마가 시민권자이고 가족들이 기본적인 영어는 가능하다는것 정도가 있네요. 최근에는 친척을 통해서 제 작품을 보고 일러스트레이터 자리를 추천받았다면서 포트폴리오를 보내보라더군요. 아마 인턴정도 경력을 쌓아놓고 지금 다니는 대학을 졸업하면 힘들지만 포트폴리오에 토플성적을 더해서 현지에서 취직을 노려볼만하긴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단 계획하고 있는것은 1. 군대를 후딱 다녀온다 2. 복학해서 학점 쌓고 방학에는 미국쪽에 인턴을 한다. 3. 그동안 부모님은 미국으로 이주와 정착을 위한 비용을 만든다. 4. 미국에 직장을 얻어서 부모님과 함께 그곳에서 산다. 정도네요. 그래서 탈조선을 준비할 동안 알아야할 것들이 만약 저처럼 미국으로 가게 된다면 주의해야할점들, 정착하면 세금이나 social security 비용을 얼마나 감당해야 하는지, 디자이너로 해외에서 근무하거나 취직을 하려면 어떤것을 준비해야하는지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