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안광에지배를철하다2015.10.11 12:03
고용률 높아졌지만 저임금 늘어나
‘비정규직 45%’ 한국에 적합한지 의문
박근혜 대통령은 6일 “독일은 1990년대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 성장, 높은 복지 비용이라는 삼중고 때문에 유럽의 병자로 불렸지만,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유럽의 중심국가로 부활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대표적 일자리 창출 정책인 ‘하르츠 개혁’을 자신의 ‘고용률 70%’ 공약의 모범사례로 본 것이다.
‘하르츠 개혁’은 12%까지 치솟은 실업률을 잡으려고 2002년 독일 정부가 추진한 방안이다. 핵심은 노동유연화다.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을 확대하려고 관련 법의 규제를 풀고 노동자 해고보호조처도 완화했다. 파견노동 규제도 대폭 풀었다. 추진 방식도 노사정 합의 모델과 거리가 멀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노동조합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였다.
고용률 수치만 보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5년 65.5%이던 독일의 고용률은 올해 초 74.1%로 뛰었다. 11%에 육박하던 실업률은 5%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독일 노동자의 삶이 크게 불안정해졌다는 점이다. 독일에선 한국과 달리 시간제 일자리가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 등 노동조건에서 큰 차별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니잡과 파견노동자의 폭증으로 사회불안 요인이 커졌다. 저임금 노동자가 노동자 5명에 1명꼴로 느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독일 정부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는 한편으로 하르츠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독일에선 시급 10.15유로(1만2915원) 미만을 저임금 노동자로 분류한다.
이미 비정규직 비중이 45%에 이를 정도로 불안정 노동이 확산된 한국에서 하르츠 개혁 모델이 적합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발표 자료를 보면, 고용보호 측면에서 독일은 2.98점으로 1위인데, 한국은 회원국 평균(2.29점)보다도 낮은 2.17점이다. 이미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유연하다는 뜻이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을 할 때 ‘최대 2년8개월(32개월)’이던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최소 1년’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런데 한국은 최대 수급 기간이 8개월이다. 이처럼 두 나라의 노동시장과 복지제도에 큰 차이가 있는데도 하르츠 개혁을 모범사례로 꼽는 건 ‘제 논에 물 대기’ 식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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