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저는 진작에 징병제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현실을 잘 몰랐지만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꽤나 험하다는 것도 제대하고 나서 예비역이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이었던가 교사가 나서서 나한테 징병제 찬반 토론을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에 나와서 학생들에게 징병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으니 이제 슬슬 폐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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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설을 조금 하자마자 벌써부터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애국심도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대놓고 저를 비국민 취급하더라고요. 제 연설이 끝나고 다른 사람이 연단에 올라 징병제 찬성 연설을 하였습니다. 내용은 뻔합니다. 북한 때문에. 그리고 저는 쉬는 시간에 아주 개새끼가 되어서 있는 욕 없는 욕 다 들어쳤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때 북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찍소리도 못 했습니다. 다들 달려들어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한다면서 저를 남자답지 못 하다는 비난도 역시 제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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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꽤 지난 일입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방신 비리를 뉴스에서 보다가 문든 옛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총풍 사건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총풍 사건이 있는 줄도 몰랐지요. 보면서 제가 어릴 적에 나섰던 일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였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때 급식충은 국뽕에 찌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남들도 다들 국뽕에 시달렸습니다. 국뽕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징병제 폐지란 꿈도 꿀 수 없는 비국민의 발상이고 저도 징병제 폐지를 생각하면서 그 틀을 못 벗어났지요. 국뽕 세뇌가 이렇게 셌습니다.?그때 저를 비국민이라고 비난하고 남자답지 않다고 욕한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토론을 빙자한 자아 비판을 한다
북조선과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