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8년차 웹 개발자 입니다. 이곳 게시판을 보면 중소기업의 저임금, 기업문화등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고 좌절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 적어봅니다. 취준생이거나 현재 백수인 분들 가운데 기술이나 배워볼까 하고 N포탈등에서 검색하면 무수한 교육센터
관련 소개글들이 눈에 보이는데 IT관련해서는 보안전문가, 네트워크 전문가, 웹프로그래머 등의 분야로 삐끼질 하는 글들이 보입니다.
보통 6개월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치는데 이중 보안전문가 같은건 쳐다도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보안전문가는 개인적으로 총체적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지식이 있어야 정말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전문가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랜선이나 따거나 누구나 조금만 하면 일할 수
있는 모니터링 요원에 한정되서 일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저임금이겠죠. 이 중 웹프로그래머가 크게 낫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재 IT프로그래머 상황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우선 연봉의 경우 제가 처음 신입으로 시작했던 8년전과 신입 초봉이 변한게 거의 없습니다. 저의 경우 2400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도 2400이 초봉인 곳이 대부분인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지금 제경우에는 5000 정도 됩니다. (물론 세전...) 개발자의 경우 3~6년차 초,중급 개발자가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고 잘 팔려나갑니다. 이 시기에 몸값을 올리기가 가장 좋고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금 IT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을
보면 크게 SI(개발지옥), SM(유지보수, 추가개발, 사람상대), 자체 솔루션 개발(솔루션의 탈을 쓰고 SI와 같이 다른업체 가서 커스터마이징 개발)로 나눠집니다.
물론 상위 10% 내의 머리좋은 개발자들은 이런 시장보다 더 좋은곳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지옥이란건 변함 없는 사실 입니다. 이 상위 10%의
인재들은 지옥을 지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기며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이라 보시면 됩니다. 한마디로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릅니다.
그렇지만 개발자의 경우 중소기업이라도 잘만 옮겨다니면 일반적인 상황(사무직)의 연봉상승률보다 더 많은 상승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본인의 노오력과 체력이 뒷받침 되야 합니다.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나 기초적인 지식조차 전무 하다면 발 들여놓지 마세요. 절대 못버팁니다.
저의 경우 대학교 졸업 후 반년가량 돈없이 집에서 백수짓 하다가 담배살돈이 없어서 아버지 담배 훔쳐피는 생활 반복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뭐라도 해보자 해서 시작한 케이스 입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컴퓨터 올림피아드에 대회에도 입상하기도 하고 그랬었죠. 그렇다고
지금 개발 잘 하는것 아닙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까요. 다 까먹었고 어쨋든 아버지 담배 훔쳐 피다가 없으면 남긴 장초도 피고 집에만 쳐박혀 있다가
어찌어찌 해서 교육과정을 수료하게 됩니다. 이때 굉장히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노오력을 해본적이 없다고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그렇게 수료를 하고 첫회사 연봉 2400에 싸인하고 본격적인 개발지옥에 입성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일이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이 개발지옥에서 성공하는것이 나의 성공이다 생각으로 정말 미친듯이 일했습니다. 물론 일하면서 배운것도 많았죠. 거의 3년간은
미친놈 처럼 일했던것 같습니다. 야근은 당연한거고 철야할때 대회의실 책상에 누워서 자면서 창밖으로 떠오른 달을 보면서 내가 뭐하는 거지 싶어서 눈물흘리며
1~2시간 쪽잠 자던 시절도 생각나네요. 이때는 20대 후반을 향해가던 나이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어느정도 체력이 받쳐줘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만성피로가 심해지고 일에 의욕이 전혀 없어지는 burn out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일이 하기 싫고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고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고 휴직을 1개월 신청하고 돌아와도 1주일 정도 지나니까 똑같은 현상이 오게됐습니다. (휴직하기전 20개 사이트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었고 바로직전에는 다른 프로젝트로 집에 3~4일 올까말까 했던 환경) 이때 돈이고 뭐고 내가 죽을것 같다 생각이 들어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퇴사하고 나니 퇴직금 200여 만원정도(보통 IT중소기업에서는 퇴직금을 1년 단위 정산 합니다. 그만큼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그간 개야근으로 쓰지 못해
넉넉한 통장 잔고가 있었죠. 퇴사하자 마자 긴장이 풀려서인지 2주정도 미친듯이 잠만 자고 3주정도 되니 목뒤가 이유없이 부어오르고 미열이 지속되는
신체이상이 보였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아무래도 이상해 보이니 종합병원을 가보자고 해서 가보니 당장 입원하라고 합니다. 자다가
기도가 막혀서 무호흡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죠. 한달간 입원치료를 마치고 두어달 잉여생활을 하다 잔고가 점점 줄어드는걸 보니
불안해져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칼퇴근이 가능할만한 일반 회사 전산실을 구직포털에서 찾아서 돈은 얼마 안되지만 칼퇴의 희망을 가지고 입사를 하게 됩니다.
연봉은 그전하고 거의 비슷하나 사실상 받는 월급은 월 170만 정도 나머지는 분기별 상여금으로 모조리 때우는 흔히 얘기하는 좆소기업에 들어간거죠.
그리고 보통 중견업체 이하 중소기업 전산실은 인프라나 같은 회사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많이 열악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전화기가 고장나도 부르면
이래저래 알아봐서 고쳐봐야 되고 전기가 나갔는데 '전'자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전산실을 찾기도 합니다.. 아니면 보통 컴퓨터가 잘 안된다고 해서 봐주는 경우도
있고 업무상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이고 기타 인프라 관리 까지 전부 다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신 전산실의 경우 개발 난이도등을
봤을때 일반적인 프로젝트 개발 난이도 보다 훨씬 낮은 편일 경우가 많고 일정이 촉박하지 않을 경우가 많아서 칼퇴근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일단 돈보다는 칼퇴근 직장생활을 즐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생활도 1년이 다되가다 보니 이딴 작은 월급으로 나중에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집은 장만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여기서 더 오래 있으면 제 자신이 정체되어 갈수록 능력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T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고려하는 많은 분들에게
기업 전산실 입사는 개발자 수명 사이클의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어쨋든 이런생각에 다시 한번 이직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나름 체력도 보충됐고 첫 회사는 솔루션 개발 및 유지보수, 두번째는 전산실.. 이제 연봉을 올려보자 싶은 생각에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진솔한 자기 소개서와 그간 공부하고 실무로 접했던 내용을 잘 정리해서 별 기대안하고 써서 제출하니 서류전형은 한두곳 빼고 모두 통과를
했고 채용까지 가게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병신짓을 하고 맙니다. 나름 개발에 순수한 욕심, 꿈이 있었기 때문에 대기업을 마다하고 꿈을 펼칠 수 있을것 같은 SI 회사로
입사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경력 입사시 인터넷으로 접수되는곳이던 일반 서류로 접수되는 곳이던 솔루션 개발 경험은 사실 별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그냥 참고사항 정도로만 보는 경우가 많고 SI개발의 경우 프로젝트 수주 후 이곳저곳 회사에 가서 일정기간내에 개발을 마치고 다른곳으로 또 개발하러 다니는 떠돌이 같은
생활을 하는형태라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여러가지 다른환경의 경험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점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쨋든 그래서 현재까지 다니고 있는
SI회사를 입사하게 됩니다. 자.. 여기서 왜 사람들이 첫회사가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직시 전회사 연봉 대비로 임금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경우 전산실 연봉대비로 연봉을 올라가도 아무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지원했던 대기업을 포기하게 된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어쨋든 현재 회사에서 그런건 다
집어치우고 그냥 제가 원래 받을 수 있는 연봉을 제시했기 때문에 입사를 하게됐고 지옥같은 SI시장에 뛰어들게 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많지만 SI 개발이 힘든이유는
개발자가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만 인정받는것이 아니라는점(발주업체 사람들과 인간관계도 중요합니다.) 설계가 마쳐지고 열심히 개발 다 해놨는데 설계 근간을 뒤엎는
윗대가리의 핵병신 발언으로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개발을 해야되서 개야근을 해야되는 상황이 비일비재 한 점, 병신존재불변 법칙으로 발주업체 현업중 꼴통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프로젝트가 미칠듯 돌아갑니다. 그리고 개발자는 개발만 하는게 아닙니다. 문서도 작성해야 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많이 책임감이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또한 말이 좋아 프로그래머이지 사실 파견 노동자나 다름없습니다. 이곳저곳 새로운 개발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해야 하고 맟춰가야 하고 이런점들 까진 괜찮지만
프로젝트에 어떤 병신같은 일이 생길지 모르는.. 호러영화를 무서워 하는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호러영화를 보여주는것과 다름없습니다. 또한 개발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개발하다가 회의갔다가 또 개발하다가 협의했다가 문서 썼다가.. 멀티플레이어가 되야합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의 병신같은 상황은 몇년간 해오면서 단 한번도 평온하게 지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현재 저는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흔히 불안증세가 심해질때 먹는
신경안정제, 항우울제같은 약들 말이죠 심각한 증상은 아니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증세가 심하고 집중이 되지 않아서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하네요.
불행중 다행으로 이 8년간 개야근과 투잡까지 시도하며 모은돈으로 집을 한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몸과 마음은 완전히 황폐화 됐습니다. 제게 이 기간동안 유흥은
담배, 가끔 피곤해서 타는 택시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어쨋든 이 집으로 현재 월세 수입이 60만원 정도이고 부모님 생활비로 드리고 있습니다. 집 얘기를 꺼낸것은
제가 집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것이 아닙니다. 이런 형태로 개발자 생활을 계속 하다보면 제 명에 못살것 같아서 일을 그만뒀을때의 상황에 대비를 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이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봉이 조금 깎여도(전에 다닌 전산실 만큼은 아니고) 사람처럼 살 수 있는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만 역시 쉬운일은
하나도 없더군요. 뭐 용접이나 목수,전기기사,인테리어 등 찾아보면 이 바닥도 굉장히 험난한 길로 보입니다. 기술이민도 여러번 생각했습니다.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지만
살인적인 야근강도에 영어공부까지 하려면 왠만한 각오로는 어림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영어만 1년 죽어라 해서 탈조선 생각도 해봤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안되더군요.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있구요. 두서없이 굉장히 길게 떠들었는데 현재 개발자를 업으로 생각하는 학생분들은 탈조선 프로그래머를 목표로 영어, 개발스킬
습득에 공무원 시험 준비하듯 임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고 현직 개발자 생활만 하다보니 초년차에는 기술배우느라 영어같은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이제 기술은 대충 어느정도 됐다 싶으니 나이(36세) 와 현실 생활등 고려할 것이 너무 많아져서 어찌해야되나 고민만 가득합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단어 하나라도
들여보고는 하지만 학생때 미리 준비해두면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기술은 나중으로 생각하지 싶으시면 영어라도 미친듯이 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영어는
비지니스 회화가 가능하고 읽기, 쓰기도 원활히 가능한 수준을 말합니다. 토익점수 같은것에 연연하지 않고 광범위한 영어실력을 습득하시기 바랍니다.
순수 개발자로서의 정년은 제 생각에 40대 초반으로 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시면 이런말들을 자주 보실 수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저처럼 인간다운 생활 영위에
대한 욕심, 점점 발전하는 기술에 대해 real world를 등지고 계속해서 기술습득에만 열중해야하는 삶, 이렇게 노오력을 하는데도 병신같은 프로젝트에서 받는 불안과 스트레스,
회사에서는 어느정도 년차가 되면 PL(Project Leader), PM(Project Manager)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왜냐면 그래야 발주업체에 해당 역할에 맞는 단가로 인력을 투입해서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이 개발자의 월급, 회사의 수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발주업체에서는 나이많은 개발자를 싫어합니다. 부려먹으려니 꼬장꼬장할것 같아서 싫고 단가가 높아지니
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SI바닥에서는 나이많은 개발자를 꺼려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의 초,중급 개발자(3~9)들이 고생고생해도 어쨋든 쥐어짜면 결과는 나오기
때문이죠. 시스템이 걸레짝이 되면 나중에 또 사업발주 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면 됩니다. 발주업체 전산 관련 현업들도 일거리를 계속 창출해야 회사에 할 말이 생기기
때문에 대강 탈없이 잘만 돌아가면 구조적, 설계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원하는게 아닙니다. 개발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그냥 헬조선은 답이 없구나를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노오력 하세요. 대신 개발자로서의 생활을 10년정도로 보시고 이 기간동안 최대한 몸값을 올리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내수 진작을 위해 소비를 부추기는 환경에 탑승하지
마시고 미친듯이 저축하세요. 모아둔 자산이 탈조선을 할 자금이 되던 어쩔수 없이 여기서 살아남아야 되는 밑거름이 되던 도움이 될 겁니다. 조금 주제에서 벗어났지만
현재 학생이라면 위에서 언급했듯 영어+개발공부 학생도 끝났고 백수라면 교육과정등을 통한 개발공부, 중소기업 입사, 3~4년차 될때까지 기술습득 그 기간동안 영어공부
가능하면 틈나는 대로 해서 탈조선 or 저처럼 40대 초반까지만 개발자 생활할 생각 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중에는 40대가 되면서 외향적인 분들은 기술영업등으로 테크가
바뀌는 분들도 있지만 헬조선의 영업력은 말술+체력+회사의 실적압박을 이겨내는 멘탈보유 입니다. 그리고 무슨일을 하던 건강이 최고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꼰대같지만 어른들
말씀중에 건강이 최고라는 말은 정말 틀리지 않습니다. 건강들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