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주장] 척박한 땅에서 간신히 따낸 금메달인데... 환경보다 '개인'만 강조하는 세태

[오마이뉴스강예슬 기자]

"올림픽 게임은 나라 간의 경쟁이 아니고, 팀 혹은 개인의 경쟁이다."

1894년 6월 쿠베르탱에 의해 제창된 올림픽 이념이다. 이런 이유로 올림픽에는 나라 간 순위를 정하는 데 고정된 방식이 없다.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순위 집계 방식은 금메달 개수이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금메달 수가 같은 때에만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라지만, '편리함'을 제외한다면 득이 없는 산정방식이다. 은메달과 동메달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기 때문이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종목임에도 관중들의 관심 밖에 존재하는데,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종목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금메달을 따면,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는 경우 훨씬 뒤에 배치된 스포츠면에 나는 게 현실이다. 금메달 지상주의는 재정적 지원으로 직결된다. 금메달을 획득한 적 있거나, 자주 획득하는 효자 종목에는 정부와 기업의 재정적 지원이 집중된다. 반면, 성과가 저조한 종목의 경우 팀의 해체를 우려하는 상황에 놓이며, 태릉선수촌의 사용 시간을 제한받기까지 한다. 그래서 올림픽은 많은 선수의 '꿈'이기도 하지만, '생존'이다.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에서 김연아 선수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KB국민은행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목적에서 이뤄진 프로젝트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통 큰 결정을 내린 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한국 경제 위기의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속 시원한 투자를 말한다. 정부 역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의 중요성을 주창한다. 국민이 반대함에도 정부가 기업 총수를 사면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이유도 모두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알고 있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앞서 나갈 수 있으며,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한데 정부는 부진한 종목에 대한 투자를 주저한다. 그러면서 금 10개 올림픽 10위권이라는 목표를 세운다. 싹이 나고 자랄 기름진 토양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위선양해주길 바라 것이다. 가장 닮지 않아야 할 사람으로 배우는 놀부와 다를 게 없다.

해준 것도 없는 못난 국가와 구경꾼들에게 예상치도 못한 선물을 가져오는 선수들도 있다. 단 한 번도 메달을 딴 적이 없어, 기대조차 하지 않은 펜싱 에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상영 선수가 대표적이다. 박상영이 메달을 따자, 형편이 어려워 선배의 펜싱 옷을 빌려 입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사까지 속속 등장했다. 그는 펜싱선수 중 하나에서 고난을 이겨낸 '우리의' 태극전사로 다시 태어났다.

"나라가 어렵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박상영 선수가 외쳤던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기류에 동승했다. 그런데 문득 오싹한 생각이 스친다. 그녀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불모지에서도 꽃은 핀다, 너도 할 수 있다, 네가 꽃을 피우지 못하는 건 땅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이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광복절 축사에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용어가 늘고 있다. 할 수 있는 마음으로 나아가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 응원!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기사 더보기]
☞ 페이지 좋아요! 공식 [페이스북]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197 0 2015.09.21
16249 이번대선이 완전흥하네 7 new 강하게공격하고탈조선하자 170 1 2017.03.29
16248 이번대선은 참 웃긴게 5 new 킹석열 23 2 2022.03.03
16247 이번대선은 지방애들끼리의 전쟁이었다 new 킹석열 30 0 2022.03.10
16246 이번 헬조선 북 남 협의안 전문 12 new 노오오력충 270 3 2015.08.25
16245 이번 할로윈 축제 때에도 한국에 난장판 일어나겠지? 1 new 노인 23 0 2023.10.03
16244 이번 하마스건은 제3차세계대전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수도 1 new 킹석열 7 0 2023.10.17
16243 이번 프랑스 시위는 new 노인 8 0 2023.07.06
16242 이번 택시기사 심장마비 기사 보고 한국인은 정말 소시오패스에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함. 8 new 安倍晴明 354 5 2016.09.05
16241 이번 추석 때, 안 내려가고 집에 있을거다. 11 new AndyDufresne 284 4 2015.09.25
16240 이번 최순실 사태 아주 간단하게 해석해준다. 12 new 블레이징 652 8 2016.10.25
16239 이번 총선이 기대된다. new 이스마엘 99 0 2016.01.01
16238 이번 총선때 투표하실분? 3 new 무터뷰안 121 4 2015.12.27
16237 이번 총선과 다음 대선의 이슈는 여성징병이 되어야 하는데 일 안하려는군. 꼰대새끼덜 마. 4 new John 38 1 2024.02.18
16236 이번 총선 지게되면... 9 new 파크라슈 268 7 2015.12.16
16235 이번 지진으로 깨달은점(장문.국뽕.국민.일베다봐라) 7 new 모르면쫌! 530 7 2016.09.13
16234 이번 지진 때 에르도안의 망언 new 노인 16 0 2023.02.09
16233 이번 지진 때 시리아 상황 new 노인 13 0 2023.02.11
16232 이번 인벤 메갈사태를 대하는 태도가 좆 같은 이유 1 new 소수자민주주의 158 3 2018.06.02
16231 이번 여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사병으로 죽을까? new 노인 15 0 2023.07.27
16230 이번 야구 이기면 또 국뽕 개지랄들 하겠네 3 new alexis 186 3 201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