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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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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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름은 말하지 않겠다



지금은 원하던대로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당시엔 대학교를 졸업하고나니 취업이 먼저 간절했다 



이 회사는 제조업들이 으레 그렇지만 사장 파워가 존나 쎈 기업이었어


지금은 상장도 했고 규모도 커졌지만 좆소기업일 당시 분명 좆소같은 것이 많았고 


제대로 중소기업의 현 주소를 겪어봤다고 생각한다






1. 아침 행사


먼저 출근 1시간 일찍이 기본이다


그럼 담당 구역 청소를 한다 


짬이 안돼면 화장실을 보통 맡는다 


경력사원도 짤 없어 그냥 온지 얼마됐냐 그게 기준이다


그 회사에선 그게 새 직원의 인성평가겸 전통이라고 믿는다 


무서운 곳이다




그 다음은 연병장에 모여서 체조를 한다


연병장이라고 썼지만 


해외 배송할 때 그 무진동차량 뭐 그런거 있잖아 아니면 컨테이너 차량이 들어와 대는 자리다




그리고 총무과 직원이 와서 징을 친다


진짜다 징이다.. 


징을 


촤야야야아아아아앙 


치면 


구호를 외치고 그제서야 업무가 시작된다






2. 눈올 때



눈이 오면 점심시간에 대략 15~20분 안에 처먹고 


회사 마당.. 이랄까 트럭 들어오는 그 존나 어지간한


연병장 반만한 공터의 눈을 쓸어낸다 





근데 이게 존나 병신같은게 뭐냐면.. 눈이 오는 중에 쓸어 


그럼 당연히 쌓인다 


눈을 쓸었으니 신발이 젖지 


그리고 점심시간은 없어지지 


신발이 젖으면 말려야하잖아 못말리게한다 


신발 늘어놓으면 보기 흉하다고 


점심시간은 물론 지나갔으므로 사라짐 




그리고 제조업이다보니까 


50분 일하고 쉬는 시간을 갖는데  


눈이 오면 이 쉬는 시간에 눈을 쓸어야한다 


물론 사무실은 50/10 룰이 없으므로 다들 쓸 때 나와서 쓸어야해






3. 토요일 강제 등산


다리가 뽀라지거나 지병이 있거나 지인이 뒈지거나 본인이 결혼하거나 하지 않으면


무조건 참가해야한다 안그러면 상무가 부른다 


물론 이유는 '왜 등산안가냐' 


등산이 끝나면 보통 6시, 그 뒤로 회식이 종종 이어진다


그럼 밤 10시인거지 사실 상 주6일 근무였다



4. 당직근무


휴일 당직이 의무적인데 


이걸 서면 3만원 주고 점심을 원하는걸로 1만원 이내에서 짱깨를 시킬 수 있다


시간은 오전 9시 ~ 오후 2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상 사장의 전화 대기라고 보면 된다 


사장 전화를 제대로 받아내는 것이 중요할 뿐


그 어떤 할 일도 없다 사장이 전화하거나 불시 검문 오거든


마치 연대장님 오셨습니다 같은거다 


차이점이라면 먼저 연락 주는 연대 본부같은건 없다는거지


순찰을 도는 것이 의무이긴하나... 


아무도 없는 생산 라인이나 사무실에 뭔 볼 일이 있겠노




5. 기숙사 인원 경비


경비가 없다


기숙사 사는 애들을 경비로 쓴다


그리고 1주일 씩 돌아가며 서는데 이것도 한 3만원인가 받았다 (물론 1주일에 3만)


모든 업무가 끝나고 전원이 퇴근하면 문단속, 


전원끄기를 하는데 이게 보통 오전1시 이후다


연구소 직원들은 진짜 밤을 아주 새도록 있는다 


그 밖의 임무는 새벽 전화대기 (해외전화), 야간 순찰


그럼 제대로 잠을 못자잖아 


그러나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날 정상 출근이다 


그럼 화장실 가서 짱박혀 자는거다 물론 당직임을 알기 때문에





6. 앞서 말한 담당구역 청소


담당구역이 각자 있다


땡보도 있어 예를 들면 아무도 안가는 사무실 뒤편이나 잘 안쓰는 회의실


항상 깨끗하다 


그런데 신입이라면 화장실 소변기의 그 동그란 커버있지? 남자 소변기말야


그걸 손걸레로 닦거나 화장실 휴지가 떨어지면 채워넣고 화장실 쓰레기를 비워야한다


그래서 사무실로 전화가 온다 휴지 없다고


한 번은 사장실 앞에 커피 방울 떨어진게 있으니 닦으라고 전화온 적 있었다 





7. 명절 대청소


명절이 되면 건물 외벽을 닦는다


뭔 말인지 모르겠지?


남자직원을 크레인에 태워서 수세미로 건물 외벽을 닦게한다


그걸 한 3시간 올라간 채로 닦다보면 씨발 진짜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고


팔이 더 이상 위로 안올라간다 


물론 수당은 없다





8. 사장 경조사에 참여


사장 경조사가 있으면 전 직원이 최소 1번은 가서 씨다를 해야한다


뭐 이게 얼마냐 자주 있는 일이겠냐마는 


더 이상 근로자 취급이 아니라는 상징적인거지


사장 가족은 로얄패밀리라 앉아있고 손님을 맞을 뿐 


서빙 씨다를 직원들이 한다.. 


이 때가 내가 퇴사를 결심한 계기였다 


아무리 철모르는 사회초년생에게도 이건 정말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게 헬조쏀에 딱 들어맞는 것이 


만약 몰래 안간다.. 


그럼 주변 사람들이 지랄해서 가게한다 나는 갔는데 넌 왜안가냐 라는 심보인거지







결론이다


취업에 있어선 여러가지 사정이 많이 있을 수 있지


모두가 대기업에 가는게 가능한 것도 아니고말야


하지만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취업이 안돼는게 아니고 좋은 일자리가 없는거다


아무데나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


급식충에겐 조금 먼 얘기겠지만 학부생들아 


조바심 내지마라 


어디든 지원하기 전에 그 회사를 충분히 알아보고 지원하고


반드시 회사 분위기를 잘 살피길 바라


야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전근대적인 문화가 있다면 피해야한다


사회초년생 때 제일 조심해야하는 것이 첫 직장문화다


그 때 만난 사람들이 배울 점이 있는 선배여야 배우는거지 


이 때 잘못된 만남을 가진 애들이 꼰대가 되고 


'나 때는~~~' 외치거나 열정페이에 혹사당하면서


아직 취업하지 않은 지인들에게 그게 세상의 '현실'이라고 주입하려 든다




뭣보다도 사람은 익숙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좆같은 회사도


3개월 다니면 6개월 다니고 6개월 하면 1년, 1년 하면 2년은 쉽다


그럼 발이 빠져드는거지 


그러면서 개인적인 목표나 비전이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일단 조직에 속해버리면 사실 개인이 얼마나 노력하냐보다 누구랑 있느냐가 더 영향이 크거든





좆같은 상사에게선 단점을 피하는 법을 배우라잖아? 


아니다


배울만한 상사는 배울 점이 보인다



좆같이 구는건 인성 문제기 때문에 본인 인성이 ㅎㅌㅊ가 아니면 그런 짓 못한다


좆같은 상사는 좆같기 때문에 좆같은거다 배울게 없다 사실


진리다






 요략: 


1. 취업 조바심내지마라 


2. 결국 누구든 일할 수 있다


3. 어떻게 하느냐보다 어딜가느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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