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국밥천국
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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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테일 감독의 괴물은 다시 볼수록 새롭다.

개봉한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한강에는 괴물이 꿈틀댄다.

 

영화의 프롤로그에서 투신자살하는 중년이 나온다. 친구들이 다가와서 말리는 순간,
난간에 매달려 있던 사내의 눈에 무언가가 보인다.

 

"너희들 방금 봤냐? 밑에 말이야 물속에.."

“…커다랗고 시커먼 게… 물속에….” 


친구들에겐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뭐가 있다는 거야?"


죽음을 결심하고 있던 멍한 표정의 사내 얼굴에 싸늘한 조소가 번진다.

"끝까지 둔해 빠진 새끼들. 잘 살아들.."



봉준호 감독은 괴물에서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 중 하나가

"현서(고아성)는 정말로 죽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살아있는 현서를 죽었다고 말하는 매스컴과 그 보도를 그대로 믿는 대중들.
오직 가족들만이 현서가 살아있다고 믿는다. 


대중들은 현서의 죽음을 쉽게 인정해 버렸다.
아마도 장례식을 치루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일에 대해서 어느정도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 거리감은 '일정한 조치'가 이루어 지면 멀어지기 시작하고, 결국 잊혀지게 된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 그 상황은 끝나지 않는 공포와 슬픔이다. 

세월호 사건과 5.18광주이후 남겨진 사람들, 평검사가 자살한 이후 울먹이며 기자회견을 하는 부모님..

그들에게 '일정한 조치'는 상황의 종결이 아닌 시작이다.

하지만 우리들 기억속에는 그저 이미지 몇 장 텍스트 몇 줄로만 남은채 잊혀지고 있다.

송강호의 대사 중에
“그게, 사망했는데 사망한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죽었는데 죽지 않았다는 거죠.” 

죽었는데 죽지 않았다... 가족들은 이해하지만, 타인들은 의미를 모르는 모순적인 대사.
그건 단지 현서의 죽음만 지칭하지 않는다.

역사의 비극때마다 장례를 치렀지만 비극은 끈질기게 살아있다.
청산되지 않은 비극의 역사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살아숨쉬고, 새로운 비극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현서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감독은 과거를 잊지않고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현서를 구하려고 모인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 안의 구성원을 면면히 살펴보면 어느하나 잘난 사람이 없다.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꾸벅꾸벅 조는게 일상인 송강호.

늙고 노쇠한 변희봉.

술냄새 풍기며 다니는 백수 박해일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수를 하는 성격때문에 동메달리스트인 배두나 (1등만 기억하는 한국에서 금메달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약자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극 중 뉴스에서 보도되기엔 '신궁'으로 보도되는데, 동메달 리스트에게 신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음에도, 이런 자막이 나가는 것은 그저 뉴스 팔아먹기에 지나지 않음을 비판한다.)

마지막 장면 즈음 괴물 사냥에 합류하는 노숙자.

 

사회적 약자들은 그들보다 더 약한 현서를 구하려 했고,

현서가 (생물학적인) 죽음속에서 지키려 했던 더 약한 어린꼬마의 존재.

 

감독은 우리가 시선을 두어야 할 곳을 말해주는 듯 한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나 역시 약한 사람지만 더 약한 사람의 손을 잡고 연대할 수 있는 자세.

 

마지막으로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너희들 방금 봤냐? 밑에 말이야 물속에."

host.jpg

 

한강 위의 남자가 보았던 괴물을 우리도 보고 있는가.

괴물같은 세상, 세상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우리가 지닐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된다.

 

 

[추가] 영화 속 상징을 분석한 글인데, 봉테일 감독은 정말 천재가 맞는듯 하다.. 특히 송강호 머리에 구멍 뚫는 행위의 상징성과 공중앵글을 통한 영화적 기법은 감탄만 나온다.

http://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94501 






  • 여러 상징들과 장치들을 여러 각도에서 잘 사용하는 예술적 천재들의 작품은, 교훈을 많이 안겨주지요.

    비록 저는 종속이론으로 대표되는 80년대 반미운동권의 사상에는 별로 공감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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