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도 고정관념입니다. 자본주의는 근간인 경제학의 전제부터 잘못되었습니다. 1. 인간은 합리적이다. 2. 시장은 효율적이다. 라는 대전제부터 명제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그것도 현실경제와 아주 동떨어진 가정입니다.
1. 인간의 동기가 합리적 이기심에서 시작된다고 경제학에선 말합니다. 가장 강력한 동기는 이기심일 수 있으나 사회가 이기심만으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진정으로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웹툰과 드라마 송곳 파업장면에서 잘 나타납니다. 캐셔분들이 파업하면서 쓰는 방법이 정시교대입니다. 단 1분 1초도 교대자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퇴근해버립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조금 늦는 다음 근무 캐셔들을 기다리지 않자 계산대의 줄을 길어져만 갑니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이기심이라는 강력한 동기의 톱니바퀴에의해서 돌아가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이타심(또는 비합리성)이라는 윤활유에 의해서 부드럽게 작동될 수 있는겁니다. 지금 문제는 이 윤활유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기심만 강조하는 꼴입니다. 열정페이와 야근, 동일노동 비동일임금, 노동과 물가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폭 문제가 발생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2. 시장 역시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이건 진리라서 길게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외부불경제, 자본의 자가증식,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 그래프, 독과점 정도의 키워드는 이미 경제학의 정설입니다.
케인즈의 처방을 더 넘어서야합니다. 흔히 지금 말하는 수정자본주의는 좌파들의 영역으로 다뤄지지만, 그것이 현재로서는 진리에 가깝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1%세력의 부를 가져오는 것이 정의입니다. 그들의 빈부격차는 선천적으로 잘나고못나서가 아닙니다. 선천적 차이가 있더라도 수백 조의 재산과 최저임금 6080원 만큼 차이날 정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선천적 차이보다는 후천적, 상황적 요인이 둘의 차이를 더 크게 벌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추적 연구 결과들을 통해 입증된 것이라, 이제는 이론이 아닌 정설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봅니다.
경제 규모에 맞는 복지는 '유효수요'를 창출합니다. 1조가 있는 사람이 100만원을 더 벌고 소비하는 액수와 20만원 있는 사람이 100만원을 더 벌고 소비하는 액수의 차이입니다. 역사적으로 자본소득은 노동소득보다 높았기 때문에 (피케티의 21c자본론)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합니다. 부자들의 소득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노동자들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은 유효수요의 감소입니다. 대공황, 금융위기 모두 두 소득차가 크게 벌어진 그래프의 모양으로 상황이 비슷했지요.
부자들의 100만원을 가져와서 빈자에게 100만원을 주어야합니다. 자기힘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거두어 가는 것이 불공평하다, 복지가 인간의 경제적 활동 유인을 뺏을거이다, 사회가 게을러질거다. 라고 하는거 다 개소립니다. 그저 탐욕과 그릇된 경제관념에 찌든 엘리트와 채권계급의 농간입니다. 정말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 큰 부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자본의 자가증식이죠. (1세대 자수성가형 부자는 제외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노동자에 비해 지나친 과실이 돌아가는 게 사실입니다.) 결국 해법은 [분배 정의]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렇게 까지 수정된 자본주의를 더 이상 자본주의라고 (또는 단순히 수정자본주의라고) 부르는게 맞나 싶습니다. 마땅한 명칭을 아직 지칭하지 못해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어휘일 뿐이라고 봅니다. 자본주의라 하는 뉘앙스는 '시장'의 의미가 강한데, 현실 속 [인간의 비합리성, 자본의 자가증식,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갭, 완전한 정보 획득의 불가능]을 고려할때 사실상 시장과 정부가 5:5의 비율로 자원의 분배를 담당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이 비율은 최대 6:4까지로 시장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순 있겠습니다.)
시장이 철저하게 1원 1표의 권리로 주권이 행사되는 곳이고, 정부는 1人 1표의 민주제로 주권이 행사되는 곳이니 비율이 5:5 또는 6:4는 되어야 자본의 폭주를 막고 사회와 삶의 균형이 맞지 않겠습니까. 어째서 자본주의는 부정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자본주의에게 필요한 것은 전면적인 수정, [분배 정의]입니다.
분배의 가치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분배자본주의로 칭하거나, 전면적인 수정을 했다는 의미로 변경자본주의로 부르는 게 더 맞는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수정'이라는 단어를 쓰면 큰 부분 중 작은 곳을 고친다는 뉘앙스로 들립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지금의 자본주의는 전면적인 수정, 다시말해 변경이 필요한 자본주의 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분배를 담당하는 비율이 5:5 또는 6:4까지로 변경된다면, 그것이 더 이상 자본주의라고 불리울 수 있는 것인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