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잠재성장 이미 2%대…6년뒤 제로성장
2016-06-30 17:57 11
구조개혁 미적대면 성장률 0%대 추락…더 앞당겨질 수도
"경쟁실종 사회가 투자효율성 떨어뜨렸다"
■ 서울대 경제硏 경고
지난 20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장기(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면서 현재 2%대로 추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차기 대통령 임기 말쯤인 6~7년 후에는 장기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추세적인 장기 성장률과 비슷한 값을 보인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는 1일 발간된 서울대 경제연구소 '경제논집'에 발표한 '한국경제:성장위기와 구조개혁' 정책 논문을 통해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내·외부 충격이 온다면 0%대 추락 시점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김 교수는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불거진 최근의 위기 상황을 '성장위기'라고 규정했다. 지난 20년 동안 구조개혁 없이 경기 부양에만 의존한 결과 과잉 투자의 부작용이 '성장률 추락 현상'으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가 10년 이동평균으로 한국의 장기성장률 추세를 분석한 결과 1990년대 중반 장기성장률이 7%대 밑으로 떨어진 이후 성장률이 5년마다 약 1%포인트씩 규칙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매년 0.2%포인트씩 선형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선으로 잘 수렴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추세에 따라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기성장률 5년 1%포인트'의 법칙은 보수정부나 진보정부에 관계없이 진행됐다"며 "박근혜정부에서도 이 추세는 지속돼 현재 2%대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성장률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경우 이것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뒤에야 국민이 위기를 인지하게 된다. 최근 성장률이 2%대를 맴돌고 있는 가운데 한계기업, 청년실업 문제가 부각되면서 위기가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지만 정작 위기의 원인은 20년 전부터 작동해왔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장기성장률이 0%대에 근접하면 1998년 같은 매우 고통스러운 총체적 경제·금융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간의 추세가 지속되면 2~3%대 저성장에 머물러 있기보다 '제로성장'에 빠질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같이 장기성장률이 100년 이상 2%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유지되는 경제는 재정·통화정책을 동원한 일반적 총수요 부양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생산 측면의 제약 요인으로 인한 장기성장 추락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오히려 과잉 투자를 초래해 금융위기 가능성만 높인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구조개혁이 이뤄진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봤다. 당시 생산성 낮은 기업·은행이 퇴출되고 이들에 배분됐던 자원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재배분됐지만 2000년부터는 경기 부양책만 다양한 형태로 추진돼왔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높아지는 구조개혁 목소리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단에 근거하지 않은 지엽말단적이거나 잘못된 해결책을 구조개혁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가 진단한 성장 추락의 원인은 투자효율성 급락이고 이를 위해서는 창의성과 경쟁 인프라스트럭처를 살리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 기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합한 한국의 총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0% 선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효율성은 극히 낮다.
김 교수가 성장률을 투자율로 나눈 투자효율성을 계산한 결과 1995년 0.25를 기록한 이후 외환위기 이후 반등해 1999년 0.37까지 높아졌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0년 0.27, 2014년에는 0.1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효율성이 이렇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인적자본의 정체와 경쟁 인프라 약화를 꼽았다. 한국 경제는 1980년대까지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이 주장한 '내생적 성장이론'에 따라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과 투자를 통한 물적자본 축적으로 연 7% 이상의 고도 성장을 달성했다.
당시에는 기존 지식·기술을 습득한 모방형 인적자본이 주요 성장동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한국은 로버트 솔로 MIT 교수의 신고전파 성장이론에 따른 경제구조로 바뀌었고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로 승부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교육제도나 노동시장의 보상 시스템은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세직 교수
그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의 핵심인 '경쟁'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2000년대 이후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기업들이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강화함에 따라 경쟁 기업의 풀(pool)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새로운 창업 기업가가 출현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점점 더 용이하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루커스 교수 아래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한 거시경제이론 전문가다.
[정의현 기자]
"경쟁실종 사회가 투자효율성 떨어뜨렸다"
■ 서울대 경제硏 경고
지난 20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장기(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면서 현재 2%대로 추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차기 대통령 임기 말쯤인 6~7년 후에는 장기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추세적인 장기 성장률과 비슷한 값을 보인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는 1일 발간된 서울대 경제연구소 '경제논집'에 발표한 '한국경제:성장위기와 구조개혁' 정책 논문을 통해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내·외부 충격이 온다면 0%대 추락 시점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김 교수는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불거진 최근의 위기 상황을 '성장위기'라고 규정했다. 지난 20년 동안 구조개혁 없이 경기 부양에만 의존한 결과 과잉 투자의 부작용이 '성장률 추락 현상'으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가 10년 이동평균으로 한국의 장기성장률 추세를 분석한 결과 1990년대 중반 장기성장률이 7%대 밑으로 떨어진 이후 성장률이 5년마다 약 1%포인트씩 규칙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매년 0.2%포인트씩 선형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선으로 잘 수렴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추세에 따라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기성장률 5년 1%포인트'의 법칙은 보수정부나 진보정부에 관계없이 진행됐다"며 "박근혜정부에서도 이 추세는 지속돼 현재 2%대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성장률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경우 이것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뒤에야 국민이 위기를 인지하게 된다. 최근 성장률이 2%대를 맴돌고 있는 가운데 한계기업, 청년실업 문제가 부각되면서 위기가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지만 정작 위기의 원인은 20년 전부터 작동해왔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장기성장률이 0%대에 근접하면 1998년 같은 매우 고통스러운 총체적 경제·금융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간의 추세가 지속되면 2~3%대 저성장에 머물러 있기보다 '제로성장'에 빠질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같이 장기성장률이 100년 이상 2%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유지되는 경제는 재정·통화정책을 동원한 일반적 총수요 부양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생산 측면의 제약 요인으로 인한 장기성장 추락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오히려 과잉 투자를 초래해 금융위기 가능성만 높인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구조개혁이 이뤄진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봤다. 당시 생산성 낮은 기업·은행이 퇴출되고 이들에 배분됐던 자원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재배분됐지만 2000년부터는 경기 부양책만 다양한 형태로 추진돼왔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높아지는 구조개혁 목소리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단에 근거하지 않은 지엽말단적이거나 잘못된 해결책을 구조개혁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가 진단한 성장 추락의 원인은 투자효율성 급락이고 이를 위해서는 창의성과 경쟁 인프라스트럭처를 살리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 기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합한 한국의 총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0% 선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효율성은 극히 낮다.
김 교수가 성장률을 투자율로 나눈 투자효율성을 계산한 결과 1995년 0.25를 기록한 이후 외환위기 이후 반등해 1999년 0.37까지 높아졌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0년 0.27, 2014년에는 0.1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효율성이 이렇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인적자본의 정체와 경쟁 인프라 약화를 꼽았다. 한국 경제는 1980년대까지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이 주장한 '내생적 성장이론'에 따라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과 투자를 통한 물적자본 축적으로 연 7% 이상의 고도 성장을 달성했다.
당시에는 기존 지식·기술을 습득한 모방형 인적자본이 주요 성장동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한국은 로버트 솔로 MIT 교수의 신고전파 성장이론에 따른 경제구조로 바뀌었고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로 승부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교육제도나 노동시장의 보상 시스템은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세직 교수
그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의 핵심인 '경쟁'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2000년대 이후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기업들이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강화함에 따라 경쟁 기업의 풀(pool)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새로운 창업 기업가가 출현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점점 더 용이하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루커스 교수 아래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한 거시경제이론 전문가다.
[정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