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발표후 후폭풍 불가피
1990년 3당합당 이후 첫
영남 보수권 균열 가능성
여야 정치권의 대응 따라
내년 대선승패 영향줄수도
“與, 차분한 정책 설명 필요
野는 정치적 이용땐 역풍”
21일 오후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로 정치권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날 발표로 인해 영남권 민심이 둘로 갈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의 구도가 바뀌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남권 의원들은 신공항 입지 발표에 따른 ‘민란’ 가능성까지 언급해 왔다. 그만큼 역대 어느 이슈보다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부산 지역 한 의원은 “가덕도가 되지 않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다”며 “공항 유치에 실패한 뒤의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대구 지역 의원은 “신공항이 밀양으로 오지 못하면 우리도 정치적으로 죽는다”며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많이 나서지 않았지만, 부산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과 비교돼 지역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신공항 입지 발표에 따라 영남권 민심이 일단 분열로 치닫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13 총선에서 부산에서 야당이 5석을 가져가 영남권 민심이 갈라지는 기미가 보인 가운데 이번 신공항 이슈는 새로운 지역 구도를 만들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고착화한 ‘TK(대구·경북)+PK(부산·울산·경남)+충청 보수대연합’의 붕괴가 초래될 가능성이 그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신공항 발표로 영남 지역 민심의 유동성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바로 여당 지지층이 야당으로 간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공항 발표 이후 정부와 여당이 탈락 지역 민심 수습책을 어떻게 마련하는지에 따라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영남권 민심의 분화로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반사이익에 기대고 정치 논리로만 신공항 문제에 접근할 경우 내선 대선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국익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건설이 특정 지역의 발전을 넘어 대한민국 역사 속에 길이 기억될 훌륭한 정책 결정이었음을 후손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차분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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