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육헬윤회
16.06.19
조회 수 890
추천 수 8
댓글 2








요새 《대한제국아 망해라》라는 책을 읽었다. 독립운동가였던 윤효정이 30년대에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풍운한말비사》를 현대어로 고쳐 쓴 것이다. 고종 때부터 항간에 돌아다니던 야사를 기록한 것에 더하여, 아과파천 전후해서부터는 윤효정 자신이 관여했던 몇 가지 사건에 대한 비사들이 기록되어 있다.

 

편역을 한 박광희라는 사람은, 역사 쪽으로는 관심은 있지만 캐주얼한 수준인지 윤효정이 누구인지, 어느 시기에 원고가 집필되었는지에 관한 정보도 책 안에는 일절 없었고, 책 내용이 실재와 어느정도 부합하는지 현대의 연구성과와 비교하는 작업 역시 되어있지 않아서, 편역이 잘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원고 자체를 사료로서 비판하는 작업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한말 망국테크를 기록한 또 다른 유명한 책이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인데,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재미있었다. 이것이 재미있는 이유는, 매천야록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차대전 종전 직전이기 때문이다. 즉, 윤효정은 매천야록을 알지 못했는데, 비슷한 내용이 있다는 거다. 다만, 매천야록은 1890년 정도 되면, 황현이 낙향한 이후이기 때문에 서울과 정보격차가 너무 많이 나게 되어 그 이후의 일들을 기록하는 필치가 매우 부실해진다.

 

조선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몇가지 예들을 볼 수 있다. 생명경시. 안주인이 무고한 첩을 질투 하나로 종들을 시켜 잔인하게 살해하거나, 태도가 불량했다는 이유로 남의 집 청지기를 불러다 죽이거나 하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기록되어 있다. 조선에도 법률이라는 게 있기는 했다. 그런데 그 법이 집행되는 최종 결정은 그냥 담당 고위 관료나 왕 마음대로다. 그냥 걔네들 마음대로 하도록 명문화시킨 코덱스를 법이라고 불렀었다.

 

특히나 재정의 불건전성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 싶다. 보통 어느 정도만 근대국가가 되어도, 정부가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그 시대를 다루는 역사교과서는 그 정부의 재정상황을 흑자나 적자의 규모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게 일반적이다. 유럽은 당연한거고, 일본도 막부 말기부터 그런 기록이 있고, 중국은 명대부터 그런 자료가 있어서 반란의 진압, 임진왜란, 국제 은 흐름의 변동, 국내 조세재도 개편에 따른 제정상태 변화를 시계를 그래프로부터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런데, 조선의 멸망과정을 배우면서 조선정부의 재정에 관한 숫자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왕가는 왕실과 정부를 분리해서 인식하지 못했다. 고종과 민씨년은 매관매직을 하면서 엄청난 뇌물을 뒷구녕으로 챙겼고, 그 돈을 굿하는데, 외국인 의사한테 사례금으로, 잔치한다고, 탕진했다. 매관매직을 할 자리가 부족해지면, 임기를 줄이면 된다. 그런 짓을 하던 게 고종이고 민씨잡년이었다. 그래서 옳게 남아있는 정부 재정 기록이 없는 거다. 최근에 《조선후기 왕실재정과 서울상업》이라는 실증적 연구성과가 있다고 하니 다음에 읽어 볼 계획이다.

 

그리고 단발령 관련 에피소드들을 보면, 어떻게 반동적 보수세력이 대중의 지지를 자기편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갑신정변과 그에 대한 뒷수습으로 거의 5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고 하니, 이 때문에 생긴 인적 손실 역시 막심할 것이다. 그 중에는 분명 젊거나 어리지만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았을 터이니. 그 화살을 피한 소수 중의 하나가 서유견문의 유길준이다. 그 정도 사람이 많으면 수 십이 죽어 나갔다.

 

고종은 희대의 암군이다. 대원군에게는 그 인격의 호방함이나, 재치 같은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남아있는데, 고종은 그런 게 없다. 왕이었잖냐. 황현이나 윤효정이나 왕조시대에 태어나 성인이 된 사람들이다. 왕에게 빨 건덕지가 있었다면, 발꼬랑 때국물이라도, 빨아주는 척이라도 했을 텐데, 없다. 저런 게 왕이라고 40년을 해 먹었다. 대원군 섭정을 빼도 30년이다. 씨발 막말로 이명박근혜 30년이었다고 보면 된다. 이명박만큼 탐욕스러운데, 박근혜만큼 어리석었던 것 같다. 세계 10위권 경제도 10년이면 휘청하는데, 좆도 없던 전근대 농업국가 조선이 고종 40년을 겪었다. 순리대로 간 것이다.

 

고종이 40년을 더럽게 해 처먹고 있는 와중에도,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 왕이니 왕을 갈자라는 말이 나오거나 백성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이 조선이었고,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후보로 나와도 다수 시민의 지지로 당선되는 곳이 한국이다. 미친 북조선은 말 할 것도 없고. 이것이 헬조선의 컨셉 “미개”가 아닌가 싶다.






  • 아캄
    16.06.20
    캐공감. 구한말을 무슨 아쉽거나 낭만적으로 보는 드라마나 책이 잊을만하면 등장하는데 냉정하게 바라봐야 정신을 잃지 않을 듯.
  • 육헬윤회
    16.06.20
    당시의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라지는 경우가 많지요.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개화를 쫒았다고 칭송받는 사람이, 친일이었다고 하면서 쌍욕을 먹거나, 꽉 막힌 쇄국을 주장했던 사람을 기개 하나로 추켜세우기도 하구요.

    제 생각에는 저 시대 인물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새로운 시대,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 대한 비전의 명확함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소한 현대 한국인 모두는, 당시 조선의 낡은 제도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인정하니까요. 그리고 그 새로운 시대를 직접 만들어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비전의 명확함 정도가 그 척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고종의 시대 동안, 그 비전들이 공유되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지배세력은 혈연으로 파당을 만들어 싸우다가 자멸했지요.

    나라가 망하고, 일제는 더더욱 싫어 독립운동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그 독립국이 어떤 나라여야 한다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을 겁니다. 이씨 조선이 개혁의 모델 같은 걸 제시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독립운동 세력은 분열될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요? 정말 고종은 무쓸모의 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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