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지원자 선발방식으로 시험 제도를 선호합니다.
과거제도의 전통과 입시제도의 경험때문인것 같습니다.
시험제의 장점은 평가의 공정성이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수치화되는 점수를 통해 선발하므로 이외의 선발방식과 달리 공정성 시비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매력으로 지원자들이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난 과거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도전할 수 있다는 꿈을 줍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비교한다면 사법시험은 제로베이스로 과거에 무엇을 하였건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가능합니다. 그러나 로스쿨은 내신제도처럼 지원자의 인생과 스펙을 평가합니다.
사법시험 옹호론자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개천에서 용나는 길이 고시제도고 로스쿨은 그 길을 막아버렸다는 논리는 막 태어난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말이 아니라
이제 뭔가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제로베이스에서 도전가능한 길이 사라졌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스펙을 따지는 선발제도는 지원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원성과 불만을 초래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상대평가제 시험제도의 단점은 첫째 기나긴 수험기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도 합격자가 되기 위해 한국처럼 풀타임으로 오래 공부해야 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미국같은 경우 AICPA 자격증은 일하지 않고 도전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일하고 남는 시간만으로 준비해서 도전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최소 몇 개월부터 최대 몇 년까지의 공부기간을 필요로 하는 공무원 시험, 고시 제도같은 것은 없습니다.
한국은 조선시대 때부터 생계를 유지하는 일 없이 밥 먹고 과거시험 공부만 한 사람들이 선비로 불렸던 나라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다 큰 성인이 일 안하고 집안의 지원을 받으면서 몇 년간 오로지 수험준비만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학교다닐때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휴학하거나 졸업하고서도 공부만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선비들의 나라인 시험 공화국 고시 공화국 한국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험점수가 곧 실력이라고 믿는 수험생들이 많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현장 업무 능력과 시험점수는 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수능 점수가 사회에서의 능력과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시험공부는 시험에 붙기위한 공부지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실무 능력을 키우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시험에서 고득점을 맞기 위한 공부입니다.
고시 경제학 시험을 준비하고 고득점을 맞았다고 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문제로 내고 평가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달달 외우고 문제를 많이 풀어 익숙해진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죠.
국사 시험에서 고득점을 맞았다고 해서 국사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남들보다 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여러 분야에서의 다양한 암기형 지식보다는 특정 분야에서의 깊은 이해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시험제도는 별의별 쓸데없는 것까지 다 암기하라고 요구합니다.
사법시험에서 8개법을 공부하는데 검사나 변호사가 되면 그중에 몇개나 사용할 것 같습니까? 자기가 맡은 분야는 매우 제한적이고 그 부분을 잘하려면 다시 새로 실력을 덧붙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열심히 암기한 지식은 불필요한 시간 낭비로 남는 것입니다.
유능한 공무원을 뽑는데 국사나 행정학의 통암기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회계사를 뽑는데 경제 경영학 상법 원가회계의 통암기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아무 연관성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소소한 의미부여야 만들기 나름이겠죠. 그렇지만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은 인정할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현장에서 발휘할 실력때문이 아니라 시험에 붙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한국 시험제도는 이런 현실과 상관없는 불필요한 학습과 낭비가 되는 공부를 요구합니다.
왜냐면 대다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입니다.
떨어지지 않기 공부하는 겁니다.
그런 공부를 몇년간 해야하는 겁니다.
이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시험점수가 업무능력이나 실력과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대부분이 실무에 불필요한 과목들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검색이 용이한 인터넷 시대에 암기형 지식의 가치는 점점 줄고 다면적 판단력과 인성, 사회성, 리더쉽의 비중은 간부가 될수록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퇴행시키는 고시제도는 시대에 역행한다고 하겠습니다.
사회성이나 리더쉽이 뛰어난 인재들이 아니라 골방에서 글공부하는 선비형 인재들에 최적화된 선발방식이 시험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국식 시험제도는 수험생들에 불필요한 인생낭비를 요구합니다.
합격 여부를 떠나 시험만 끝나면 기억에서 곧 사라질 암기형 지식이므로 투자되는 시간은 너무 큰 낭비입니다.
그동안 젊은이로서 경험해야 할 수많은 인생을 누리지 못하고 그것을 희생하고 오직 독서실에 쳐박혀 보낸 삶에 우린 어떤 것도 보상해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삶을 보낸 이에게 우리가 어떤 사회성과 리더쉽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험 공부는 어디까지나 수험 공부에 불과합니다. 학문이 아닙니다.
경제학 시험 공부했다고 경제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공무원 시험에서 국사 공부 시험끝나면 실무는 커녕 역사 퀴즈 푸는데나 도움될 뿐입니다. 인생에 별 의미 없습니다.
시험 점수가 곧 실력이고 능력이라는 전제는 동의하기 어려우며 실무에서 다시 새롭게 실력을 키워야 하니 광범위한 학습량은 불필요한 낭비에 가깝습니다.
이런 낭비를 치루어야만 합격하게 하는 시험제도, 고시제도는 모두에게 시간낭비를 초래합니다.
시험이 과거라면 다른 선발방식은 음서제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얼마나 단순하고 억지에 가까운 치환법입니까.
그럼 우리 나라 말고 다른 나라 모두는 음서제를 차용하나요?
이런 과거 시험 예찬론자들이 많으니
기업 채용에서 토익 점수니 SSAT 니 하는 것들을 또 요구할수 밖에 없고
대학생들의 취업비용을 증가시키는 겁니다.
대한민국 입시제도에서 그렇게 폐해를 겪고서도 여전히 시험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