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aircraftcarrier
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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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 5
댓글 1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022109005&code=990100

 

 
 

[작은 것이 아름답다]나는 검정고시 출신이다

 

나는 검정고시 출신이다. 1974년에 중학교학력인정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한양공업고등학교를 들어갔다. 졸업은 하지 못했다.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기도 했고,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2학년 1학기 때 자퇴를 해 버렸다. 그리고 공장이나 현장 노동일을 하면서 살았다.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데 자부심은 아니더라도 부끄럽지는 않았다. 누가 어느 학교 나왔냐고 물으면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했다. 그 당시 고등학교 교사들에게도, 동급생들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하면 내가 사회생활을 하다 2년 늦게 들어갔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내버스를 20년 동안 운전했는데, 동료 기사들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았다.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못할 게 없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소식지도 펴냈고 글을 써서 시내버스 현장의 부조리를 고발했다. 지금은 월간지 발행인으로 책을 펴내고, 글쓰기 강연도 하러 다니고 있지 않은가.(유명 강사라고 스스로 믿고 있다.)

지난 4월29일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데 어이가 없었다. 검정고시나 대안학교 출신은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에 수시 지원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뉴스가 나왔다. 서울교대를 포함한 전국 11개 교육대학 모집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해 선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검정고시나 대안학교 출신들도 정시 모집으로 시험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점점 정시 비율을 낮추고 있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4년제 대학은 전체 모집 정원의 평균 70%를 학생부·논술 등이 중심이 되는 수시모집으로, 30%를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으로 뽑았다. 게다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과학·철학경시대회, 소논문 등 비교과 ‘스펙’으로 뽑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은 더 높아지고 있다. 정시로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바늘구멍처럼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생활을 학생으로라도 경험을 해본 학생을 그런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뽑는다는 취지’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해 선발하고 있는 거라고 했다. 이해할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모범생으로 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만 잠재력이 있다는 말인가? 이런 교사들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이해할 수 있을까? 오로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만 가면 좋은 데 취직할 수 있다고 다그치는 교사도 있지 않은가. 또 이런 교사들이 아이들 부모가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교사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아는 교사들 가운데에는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아오면서 남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교사도 많다. 참교육을 지향하는 전교조 교사들도 온 힘을 다해 가르치고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한다.

 

대안학교나 검정고시 출신들은 사회에서 자유도 느껴 보고 실패도 해 보고 이것저것 경험한 사람들이다. 검정고시도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국가고시 아닌가? 그런데 이 나라는 아예 그런 사람들이 교사가 되는 길을 초장부터 막아 버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06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수시 전형에 자격 제한을 없애라고 권고했는데도 교육대학에는 쇠귀에 경 읽기이다.

나는 작년에 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를 들어갔다. 입학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다만 나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조차 없어 2014년에 고등학교학력인정 검정고시를 봐야 했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학력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방송대에 들어가게 된 건 호기심 때문이었다.

“방송대 문화교양학과가 재미있대요. 좋은 교수들도 많고 또 유적지 답사 여행도 다닌대요. 게다가 등록금도 싸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적지 답사 여행 한번 못 갔지만 ‘문화’라는 교양(?)을 배우는 데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방송대는 입학하는 건 쉬운데 졸업하기가 힘들다. 모든 대학이 그래야 한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만 졸업을 시키면 된다. 우리나라 대학처럼 대안학교나 검정고시 출신을 차별하고, 부자들에게 유리한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선발하는 등 가난한 이들에게 아예 입학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공평하지 않다.






  • 톨이장군
    16.05.18
    점점 흙수저들 기회는 좁아지고 있는놈들 즈그들끼리 다 해쳐묵는 사회가 되고 있지만 소위 사회 지도층이란 새끼들 누구하나 바로잡을 생각안함 그래야 즈그 새끼들이 대를이어 좋은대학가고 판검사 의사 등을 해쳐먹을수가 있으니깐 가난한 대다수 거지중에 머리좋은 놈들이 무섭거덩 밥그릇 빼았기거덩
  • 녹두장군
    16.05.18
    상위권 각 대학에 있는 지균 및 유사제도(전교 1,2등 정도를 상대로 하는 선발제도)
    학원을 못 다니는 학생을 위한 농어촌전형
    교외활동 기재를 금지한 학생부 종합전형(지균 및 유사제도랑 겹치는 부분이 있음)등으로 충분히 많이들어온다고 생각함.

    애초에 정시가 어려워서 공부를 못한다고 물에 물을탄 수능으로 문과는 1, 2문제로 대학 급간이 미친듯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대학은 뭘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지? 논술을 어렵게낸다고 하도 뭐라하니 논술도 변별력있이 내기 힘들어짐. 
    애초에 학종에 교외활동 기재금지까지 해놓아서 정시로 들어가는애들이 학생부(나때는 이렇게 불렀다)로 들어가는 애들 대박터지는걸 정말 부러워했는데.

    어떤 기상천외한 대안을 원하는것인지. 이 이상 대학 정원을 늘릴건가? 지금도 교수 숫자대비 초 거대 정원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에?
  • 녹두장군
    16.05.18
    게다가 대학 내에서도 상대평가를 강요하는 교육부때문에 대형 교양강의는 거의 전교1등만 모아놓은 내신전쟁을 방불케한다.
    A+ ~A-권은 중간, 기말의 몇번의 실수로 움직이게 되는데 4.3~3.7의 격차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교수는 변별력을 위해서 문제를 개 찌질하게 책 구석구석에 있는걸 아는지, 맞는걸 모두고르라며 숫자몇개 바꾸거나 말 조금 비틀어서 객관식을 내고, 책 중간에 빈칸뚫고 주관식을 내기도 한다. 
    그걸 또 평균 85-90점이 나오는데 여기서 90점~100점 사이에 유의미한 학업성취의 차이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 녹두장군
    16.05.18
    수능을 어렵게 내도록 만들던가. (솔직히 이 방법이 가장 좋다. 수능은 노력으로 커버되는 시험이다. 특히 문과는)
    교외활동을 아예 금지시키고 매분기 국가고시를 쳐서 그걸 반영하는식이라도 해야될것 같다.
  • KAOS
    16.05.18
    녹두님, 귀찮으시겠지만 한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지방 국립대 다니는 1학년입니다) 오늘 올라온 학벌주의 관련 글 보면서 생각난 건데 흠,, 괴연 명문대 출신으로서 가지는 그들의 프라이드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저도 제 친구들 보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잘나가는 대학 다니는 친구부터 전문대 다니는 친구까지, 친구들과 관계를 점점 지속해나가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우리나라의 대학생은 '대학생'인지. 그렇지 않다면 과연 지금의 학벌제도는 어떠한 모순점을 지니는지.. 뭐 좀 난해하지만 대댓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교착상태
    16.05.18
  • 녹두장군
    16.05.19
    자기직전 폰이라, 내일 답변드릴게요. 이름만 들어도 잘나가는 대학기준이 대략 어떻게 되나요? 제가 제한된 풀에 살다보니 이런걸 물어볼 기회가 적어서...
  • ㅇㅇ
    16.05.19
  • joy
    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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