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아캄
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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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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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피곤한 날이었음.

11시쯤 직장을 나와서 지하철타고 버스갈아타고

12시를 향해 달려가는 막차 버스에는

하나같이 피곤한 인생들 뿐.

피곤에 절어 퇴근하는 직장인들,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 술취한 사람들

만원버스라곤 할 수 없어도 발디딜틈 없이 차있는 버스

손잡이에, 기둥에 기대서 선 수많은 사람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밤의 풍경.

 

문제는 왠 막장 할배가 등장하면서부터.

뒷문으로 타는데 걸음걸이 포스부터가 심상치 않았음. 한잔 거하게 걸친 표정이나 정신은 멀쩡해 보임.

타자마자 주변 아주머니와 젊은 여자에게 어디까지 가냐느니 뭐하다 이제 가냐니 택도 없는 소리를 시작하더니

다들 개무시하자 본색을 드러냄.

하루일에 지쳐서 아무도 말을 안하는 버스에서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 빨갱이 새끼들때문에 나라가 개판이라는 둥 어쩌구.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시비 걸 대상 발견.

옆에 서서가던 젊은 커플이 서로 허리에 손을 올린 것을 보고 눈뒤집힘.

야 이년놈들아 어디서 남녀가 부둥켜안고 지랄이야..

처음에 몇 마디말에 남녀가 반응이 없자

소리지르면서 과감하게 ㅈㄹ시작

젊은 새끼들이 어디서 배워먹어서 공공장소에서 껴안고 뽀뽀하고 ㅈㄹ이야 (뽀뽀는 안했는데?)

옛날같으면 다 죽도록 패서 가르쳤다고 ㅈㄹ

 

남자가 피꺼솟하여 뭐라고 하시냐고 반항 (끝까지 존대말쓰는 남자에게 존경심이!)

여자가 남자를 붙잡고 오빠 상대하지 말라고 거의 울듯이 말림 (사태 제대로 파악하는 이 여자에게도 존경심이!)

버스안의 분위기는 다들 ㅈㄴ 피곤하고 지쳤는데

이 막장할배에 대한 분노가 폭발직전이나 잘못 걸리면 된통 당할 거 같아 아무도 말안하고 처다보지도 않음

말없이 죄없는 젊은 남녀를 응원함. 남자가 할배를 패도 아무도 안말릴거 같았음.

정신이 혼미하던 나도 간만에 분노가 치솟았으나 도저히 할배를 상대할 자신이 없어서 아닥하였음.

 

세 정거장 지나고 할배가 내림으로서 

모두가 빠르게 정신적 안정을 되찼음.

버스는 다시 조용한 피로를 싣고 가는 12시로 돌아감.

피곤한 헬조선의 흔한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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