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옆짝꿍이 공부를 무지 잘했는데 (고딩되서 성적이 크게 올랐으니 내 덕이 있었다고 자부한다)
어느날 한 선생이 묻기를 대학 어디 가고 싶냐고 해서 친구놈이 의대를 가고 싶다고 했다.
집안도 변변찮은데 똑똑했던 녀석에게 의사되서 잘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을 것이다.
선생이란 양반은 강남의 모모 고교들에만 십년이상 있다가 서울변두리 후진 학교로 발령나서
우리를 개쓰레기처럼 무시하던 사람이었다. 너희같이 공부못하는 XX들은 강남애들 바닥깔아주는 거라고.
본인이 입시출제도 들어간적 있고 입시상담의 귀신이라고 자랑자랑이 정말 말도못했다.
심지어 입시철에는 휴가내고 강남에 가서 입시상담하고 떼돈 번다는 얘기가 있던 사람이었다 (본인이 자랑했던 것이니 맞을 것이다).
근데 이 양반이 의대가겠다는 친구말을 듣더니
불같이 짜증을 내면서 공부잘하는 놈들이 공대가서 수출품 개발하고 나라를 잘 살게할 생각은 안하고 알량한 지 먹을거나 찾아간다고
한 시간내내 정신이 어떻고하면서 씨부렁...
그때는 90년대 초반, 그런 논리가 세상천지에 먹히던 시절인지라 친구놈은 한마디 말도 못하고 죄진양 고개숙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결국 S대 의대를 갔고 지금 훌륭한 교수가 되어있다.
그 때 그 말도 안되는 논리에 먹혀 공대를 갔으면
친구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