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느슨해진 공직기강' 주말 비상연락했더니 27% 감감무소식
기사입력 2016-04-07 15:47
보안시설 점검하는 인사혁신처 [연합뉴스 DB]
청주시, 과장 이상 간부 168명에 문자 발송…45명 '무응답'
음주 운전·음주 소란 잇따라…선거철 중립 의무 위반도 적발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정부 서울청사에 버젓이 들어가 자신의 성적을 조작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보안 부재 등 문제가 노출됐지만, 허술하고 느슨한 공직기강이 만연해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 적발된 사례도 있어 공직사회 근무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시는 토요일인 지난달 26일 오전 과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 168명에게 '문자를 받으면 시청으로 연락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이 상당공원에서 집회를 연 뒤 청주시청 앞까지 행진하기로 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연락망 점검이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가 지난해 5월부터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데다 지난 2월 노조의 천막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격렬하게 부딪쳤던 상황을 고려하면 청주시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비상연락 가동 규정에 따라 1시간 이내에 자신이 있는 위치 등을 답변한 간부는 123명에 그쳤다. 26.7%인 45명이 비상연락을 무시한 셈이다.
이승훈 시장이 간부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자치단체장들이 말로는 공직기강 확립을 외치지만 지역에서 여론 주도층인 공무원들 눈 밖에 나면 재선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자치단체장들이 엄정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도 공직 기강을 느슨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충북의 모 자치단체에서는 한 공무원이 술에 취해 거리에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고,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공무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음주 소란 행위를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무원은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최근 법원에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에는 한 소방공무원이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대기 중이던 차량과 인근 식당 문을 잇따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선거 중립 의무를 벗어난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충북도 감사관실은 지난달 말 도내 시·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도 공무원 5명은 총선 후보들의 SNS에 접속, '좋아요'를 눌렀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최근 1∼2회씩 특정 후보의 페이스북 글·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눌렀다. 5명 중 1명은 도청 공무원, 4명은 시·군 공무원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선거운동을 한 셈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및 선거운동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