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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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직적인 차원의 문제

 

 

니체의 격언으로 화두를 떼어보자면, 니체는 그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심연을 오래동안 드려다 볼 때, 심연 또한 우리를 오래동안 들여다 본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무엇인가에 대한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실로 의미심장한 격언입니다. 절대왕정의 권력에 대항하여 자유, 평등, 박애를 내걸고 싸운 프랑스혁명도 결국 로베스삐에르와 쟈꼬뱅의 공포정치로 폭주를 하였고, 이것은 테르미도르의 반동, 그리고 혁명의 보수화를 불러왔지요. 노동해방과 민중의 권리를 위해 극적으로 일어섰던 러시아의 혁명은, 신생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생존을 보장하겠다는 독재자 스탈린의 손에 권력을 쥐어주었고요.

 

상대가 거대하고 강할 수록 그것에 맞서는 이들 또한 점차 과격해지고 무자비해지는 것은 어쩌면 피하기 힘든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자유의 기치를 내걸고 투쟁을 시작한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강력한 대응에 그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서부터 점차 보다 과격한 국제테러리즘으로 활동반경을 넓힌 결과, 사상 초유의 9.11사태를 맞이한 기억을 우리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학생운동 내부의 문제"는 그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본래, 학생운동 조직의 모델은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의 레닌주의적 모델로부터 따왔습니다.

 

당시 사회주의자들의 정당이었던 러시아 사회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온건파에 속하는 멘셰비키와, 강경파에 속하는 볼셰비키로 나뉘어 있었지요. 우리는 대개 냉전시대의 교육을 거치면서, "온건한 개혁정치를 통해 점진적으로 바뀌어갈 수도 있었던 러시아를 소수 과격파인 볼셰비키가 내부적 쿠데타를 통해 장악해린 사건" 정도로 러시아혁명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실제로 러시아 혁명은 그렇게 단순하게 이해하기 힘든 극적인 사건을 통해 최종적인 "10월 봉기"로 이어지는 국면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을 여기에서 소개할 필요는 없겠고 간략하게 요점을 정리한다면, 국가적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 사회민주당은 근래에 혁명이 일어날 것을 내다보았고, 그 혁명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기 위해 강력한 정당조직을 구성했는데 그것이 이른바 - "민주적 중앙집중제"라는 것이었습니다.

 

민주적 중앙집중제는, 어떤 사안에 대한 의논과 기획 등의 단계에 있어서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당원들끼리 토의를 거치지만, 일단 사안이 결정된다면 어떠한 비판이나 거부도 불허하고 당 전체가 결정된 사안을 즉각 실행에 옮기기 위해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식입니다. 우물쭈물 토론만 할 수 없는 상황, 때에 따라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필요도 있는 혁명적 국면에 걸맞는 정치적 조직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옛 소련이나, 그 방식을 이어받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당서기장"이 최고의 권력자이며, "당대회"가 그토록 중요한 행사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당대회에서 주요 사안에 대한 정치적 투쟁이 난무하고, 마침내 어느 세력이 주도권을 발휘하여 향후 목표가 결정되면, 이후 반대자든 협력자이든 모두 다 찍소리 못하고 그 결정을 따라야 했으니까요.)

 

그러한 조직모델을 대체로 한국 학생운동에서 그대로 따왔고, 이러한 방식은 70년대와 80년대를 통해 한국학생운동의 하나의 전형을 만들어 냈습니다. 혁명이 임박한 러시아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반정부운동을 펼치던 사람들의 조직방식이니, 당연히 그와 비슷하게 위험하기 짝이 없던 70년대와 80년대에서 학생운동이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었던 방식이었지요. 반정부운동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유죄판결을 내린지 20시간 만에 사형에 처해버린 70년대, 체포되어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 끝에 숨진 박종철씨의 고문치사사건이 벌어진 80년대였던 만큼, '목숨을 걸고' 운동을 해야 했던 당시로서는 그와 같은 조직방식만이 운동가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최대한 효과적인 운동을 할 수 있었던, '전투에 적합한' 방식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민주적 중앙집중제라는 것을 이끄는 필두에 서있는 사람들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그들이 올바른 사람들이 아닌 경우, 혹은, 그러한 조직체계가 불필요해지는 시점에서 제 때 해체되어 보다 민주적이고 '열린' 시스템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 운영이 독재적으로 흐르거나,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극한의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하던, "비상체제"에 가까운 폐쇄적이고 투쟁적인 조직방식이었기 때문에, 그 사회적 투쟁의 수위가 완화될 수록 유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70년대와 80년대와는 또 다른 90년대의 국면이 찾아오면서부터는, 이것에 대한 현실인식이 떨어지는 지도부가 번번히 당선되어 조직의 간부가 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즉, 한국 특유의 특징 - 오래동안 지속되어온 수직적 인간관계에 대한 익숙함, 군사문화에 익숙해진 학생들간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위계서열, 그리고 인맥주의.. 이러한 문제점이 여전히 "문제점"으로서 인식되지 않던 시대가 90년대 초반이었거든요.

 

무슨 말인고 하니, 제가 대학에 있었을 때에는 여전히 "과실", "과학생회", "과대표"가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고, 그 안에서 선배의 권위가 상당히 강했으며, 선배가 후배를 때리는 그런 일이 빈번히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가끔 보면,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를 것 같은 새파랗게 어린 놈들이, 하는 짓이라고는 나이 겨우 몇 살 차이를 두고 '선배'라는 것이 무슨 벼슬인양 하는 경우도 보이기는 합니다만, 적어도 제가 대학다닐 때 만큼 그러한 관계를 강요하거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2000년대에 들어온 요즘에는 선배랍시고 애들 팼다가는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90년대 초반은 아직도 70년대와 80년대의 영향력이 사회에 짙게 남아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할 의사결정과정이 실제로는 선배가 후배에게 명령을 내리는 구조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배가 졸업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후배가 그 자리를 그대로 메꿔서 간부진에 오르는 식이었기 때문에 능력있는 인재들이 학생운동의 간부를 맡기 보다는, 선-후배의 명령관계 속에서 인맥에 따라 간부진이 자리잡는 그런, 너무나도 "한국적인" 폐단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투쟁이 중요했던 70년대와 80년대와는 달리, 90년대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으로 바뀌면서부터 이제까지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학생운동 조직의 인재부실 및 무능력화.. 가 심각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다른 무엇보다도,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실 속에서 운동이 어떠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고, 어떠한 방식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탐구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운동을 이끄는 간부진의 재능과 실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바뀌어가는 90년대의 현실에 적응한 새로운 운동형태를 고민하기 보다는, 오래동안 이어져 내려어온 "계절별투쟁"을 그냥 그대로 답습하여 되풀이하는 게으른 형태가 되면서 이것이 현실과 괴리를 일으키게 되고, 그러다보니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며, 그 중에서도 초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 1996년도의 '한총련사태'였습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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