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육헬윤회
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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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 7
댓글 3








아래에 blazing님이 전에 내가 폭력적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썼던 글을 가독성 높게 편집하여 재업해줘서 반가운 마음에, 실은 폭력에 한정하지 않고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잡설을 좀 더 써 본다. 보다 전에 http://hellkorea.com/board_sFaF59/430263에서도 썼던 주제이다.

 

한국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이 바로 “말이 통하지 않는” 구조이다. 폭력은 그런 구조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사실은 형식적으로나마 그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 정치다. 요한이 주장하듯, 헬조선은 과두체제다. 소수의 집단이 돈, 언론, 행정, 사법, 입법을 대대로 장악하고 있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그 집단 전체가 사람들의 의지만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입법이다. 왜 그 입법집단을 자신의 의지가 투영되도록 바꾸려 하지 않는가?

 

나는 그 이유에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지와 기회주의이다. 사실 이 둘은 상당히 겹친다. 그리고 정치라는 방법이 또 다시 “말이 통하지 않는” 구조라는 한계에 부딧히면서 또 한번의 헬조선에서의 윤회, 헬조선 회로를 마무리한다.

 

첫째 무지. 그래 무식이다. 입법·행정·사법의 독립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냐? 현대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은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하다. 그들에게 투표권은, 마치 뭐랄까, PC방 가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장르의 꽤 복잡한 게임을 아무 사전지식 없이 덜렁 플레이하는 느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무지는 세대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 교육의 보급이 한 세대만에 급격하게 이루어진 고로. 전에 실질문맹률 통계에서도 나오는 건데, 틀딱세대 쯤 되면, 약 봉지에 복용 설명서 읽고 이해할 줄 알면 꽤나 지식인 축에 드는 거다. 이런 무식한 사람들을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서 그들의 행동을 조종하는 거야 뭐, 대중조작의 튜토리얼이다.

 

그보다는 좀 젊은 꼰대라고 불리는 놈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기서는 흔히 486이라고 비난하는데, 50대들의 대학 진학률은 20% 정도에 불과하고, 486은 기본적으로 대학 학번에 기반한 명칭이다. 이들이 개 씹 꼰대 병신새끼들은 맞는데, 그들 세대의 전체적 꼰대스러움을 486세대로 퉁쳐 부르는 건, 뭐, 무지지.

 

그런데 그 무지의 혐의에서 교육을 잘 받았다는 70년대 후반 이후 출생자들도 뭐 별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일단 그들이 받았다는 교육이 국민사육을 그 사상적 바탕으로 깔고 있는 교육과정이었고, 학교라는 체제 자체도 연성 군대와 같은 방식으로 기능했었다. 지금도. 따라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는데, 예를들면, 책임감은 강조하지만, 권리에 대하여서는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주인의식 주인의식 말은 존나게 하는데, 사실 그건 일을 찾아서 하는 노예가 되라는 소리거든. 탈나면 니 책임이고.

 

이런 교육체제하에서는 높은 지필시험 성적을 거두는 자일수록, 더 일 잘하는 노예가 된다. 아, 이건 흙수저 한정이다. 금·은 수저 정도 되면, 높은 학업 성취도는, 세습을 정당화해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좆나게 안 읽는다. 사 읽어도 무슨 자기계발서 같은 뽕류를 사 읽는다. 문학도 세상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상당히 좋은 책들이지만, 역시 안 읽는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좁아져서 그 바닥에서 나오는 책들도 형편없어진다. 지식은 TV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지만,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들은 예능이거나, 충격, 허걱, 노출, xx하는 사람들의 N가지 특징 따위... 무지가 재생산될 뿐이다.

 

뭐, 그래서 이런 놈들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자신의 확률은 낮지만 유일한 권리를 오답란에 찍고 나오거나, 혹은 아예 남들이 심어놓은 정치혐오에 빠져서 투표를 하지 않는다.

 

한 때, “다 똑같은 놈들이예요. 저는 투표 안해요” 같은 말이 쿨하게 들린 적이 있었다.

연결되는 두 번째는 기회주의이다.

 

재화와 용역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분배하는 과정이, 경제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착각을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데, 그 룰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이다. 간단히, 세법을 조금만 손 대도, 분배가 달라진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다.

 

그래서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정치에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 그 룰을 좌지우지할 여지가 커진다. 그런 상황에서 일반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재화의 분배는 적어질 수 밖에 없고, 그런 사람들의 삶의 질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2005년 이후 대한민국이 경험한 바로 그 사실 그대로이다.

 

그럴 때, 정치를 혐오했던 자들은 종교적 구원을 찾는다. 정치 메시아의 강림이다. 씨발 다들 한 번 씩은 들어 봤을 거다. “MB 니미 다해 주실거야.” ㅋㅋ 뭐 빨리 거품이 꺼지긴 했지만, 안철수 현상도 마찬가지다.

 

이게 왜 기회주의냐 하면, 평소에는 정치에 아무 관심도 안 쓰다가, 살기 팍팍해지면, 뭐 어디 영웅이 내려와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거든.

 

씨발 좋은 정치는 공짜냐? 씨발 개쿨병 씹종자들이 늘 주둥이에 달고 사는 개소리가 “정치인 믿지 마라. 다 지 이익을 위해서 하는 짓이다.” 존나 그럴듯 하지? 이걸 위에서 말한 무지한 병신새끼들은 정치에 신경쓰지 마라는 뜻으로 이해해요. 그리고 그 씨발 개쿨병 씹종자은 그걸 노린 거고. 그래 이 씨발련아, 그대로 되물어보자. “니가 그 개소리 하는 것도 니 이익 위해서 하는거잖아?”

 

정작 그 개소리를 듣고 해야 할 행동은, “정치인들 쓰레기. ㅇㄱㄹㅇ ㅂㅂㅂㄱ” 같은 허공좆질이 아니라, “그럼 나 자신은, 나의 이익을 위해서 뭘 할건가?”라는 자문이다. 니가 스펙을 쌓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아무리 정치가 좆 같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던? 응? 그 개 쿨병 씹종자들이 하는 소리 대로, 세상에 공짜가 씨발 어디 있데?

 

기회주의자 씹쌔끼들이 이렇게 세상에 해악을 끼쳐요. 그런데 그런 씹쌔기들이 많아지면, 권력이 더 소수에게 집중된단 말이다. 그리고 그 소수에는 언론을 장악한 개새끼들도 있잖냐? 그래서 그 놈들은 기회주의자라는 부정적인 말을 잘 안 써요. 무당파, 부동층이라고 하지.

 


그런데, 사실은 정치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왜? 말이 안통하니까.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정치라는 게 재화와 용역을 분배하는 룰을 정하는 거다. 그러니까 정치에서 밥그릇 아귀다툼이 벌어지는 게 당연한 거다. 이걸 이해 못하는 게 무지고,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안 두겠다는 게 기회주의고.

 

전에 댓글에 함 달았던 건데, 동아시아 전통에 뿌리박힌 악습이 인격에 의존하는 이상적 정치모델이다. 여담인데, 운영자는 댓글 검색은 왜 안 만든거냐? 어쨌든, 그래서 인간들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현대 민주정치의 원리를 이해를 못해요. 이건 독재 정권이 조장한 측면도 크다. 그 교묘한 절충물이, 忠을 매개로 하는 교조주의 정치이다. 그 프로토타잎을 나는 노론식 정치라고 부르는데, 왜냐하면 어떤 도그마를 정해놓고, 그걸 자신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상대편을 이단, 악마화하거든. 여기서 도그마와 이단의 짝은, 노론 시대에는 성리학과 사문난적, 현대에 들어서는 애국보수와 종북으로 치환되어서 그대로 응용되고 있다. 그래. 상대가 이단이고 악마인데 무슨 씨발 대화를 하냐?

 

성리학적 교조주의 정치가 한반도에서 최소 500년 지속되었다. 그렇다면 대화를 배격하는 집단구성의 원리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뿌리내리지 않았겠냐?

 

《송곳》에 나오는 대사로 마무리하자. “사람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그 두려움이 구지 물리적인 대응에 대한 공포일 필요는 없다. 돈이 흐르는 길목 한 구석을 용케 잡아채서는, 거기서 흐르는 돈을 자기 주머니로 쏟아져 오도록 만들어 놓은 자들에게는, 돈의 흐름을 바꾸어 거기를 지나가는 돈 줄을 마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을 줄 수 있다. 그것은 법조문의 개정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한 일인 경우가 너무 많다. 아니, 근본적으로 법률이라는 것 자체가 그걸 하라고 있는 도구이다.


정치를 혐오한다는 말은, 대화와 합의를 통해 공동체를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치혐오에서 벗어나야 한다.






  • 여기도 투표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이 계신데 0.001%라도 달라 질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바꿔나가야겠죠

    물론 35%콘크리트 새끼들 덕분에 쉽지는 않겠지만요

  • blazing
    16.02.10
    옳으신 말씀입니다, 투표건, 폭력투쟁이건, 비협조 투쟁이건, 결코 정치에 대해 무관심 해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영향력을 늘리고 끝까지, 그들을 몰아낼때까지 싸워야만 합니다.
  • 저도 공노비 준비하는 중이지만 이번에 총선은 꼭 하려고 합니다. 그게 공무원 준비할 때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 않아도 가본적인 권리를 해사하고 나서 저같이 암탉새끼를 욕하든 좃무성이를 욕하든 하는 게 맞는 거라고 봅니다. 어쩌면 저는 선거하는 걸 정치인 욕할 권리로 보고 있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지금 노오량진에서 공노비 준비하는 사람들의 99.9프로가 그냥 취업 안 되니까 하는 거라서 사명감 ㅈ까 이러는데 거기서 투표 제대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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