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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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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가주의’를 무척 싫어합니다. 국가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독점하는 제도”라고 하죠. 독점한 폭력을 힘없는 백성에게 부당하게 행사하는 꼴을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그러면서 거룩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백성의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 어디서나 자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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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민족주의를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국가주의에 대한 미움이 더한 면도 있습니다. “상상의 공동체”니 “발명된 전통”이니 하는 말이 민족주의를 폄훼하는 데 많이 쓰이는데, 그런 말을 쓴 사람들이 실상 겨냥한 것은 ‘내셔널리즘’이죠. 서양식 근대민족주의를 가리킨 것이고 민족주의라기보다 국가주의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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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가주의를 싫어한다고 해서 국가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떤 대상이든 뒤에 ‘~주의’가 붙으면 그 대상의 가치만을 절대화해서 다른 가치를 묵살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일이 많습니다. ‘인종’, ‘권위’, ‘원리’가 뭐가 나쁜 겁니까? 그런데 ‘인종주의’, ‘권위주의’, ‘원리주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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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는 그렇다 해도 살아오는 동안 국가주의의 폐해를 너무 많이 겪다 보니 국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은연중에 갖게 되었습니다. 국가권력의 축소를 민주화의 지표처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의 ‘줄푸세’가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진 데는 그런 풍조도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뉴라이트가 대표하는 신자유주의 역시 자유를 숭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자본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약화시키도록 획책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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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가을 <뉴라이트 비판>을 쓰면서 국가의 역할을 새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은 국가 기능을 형편없이 떨어트리고 있었죠.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이념 차원까지 갈 것도 없이, 국가 자체의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국익을 국제자본과 대기업 등에 마구 퍼준 사실이 지금 ‘4자방’이니 뭐니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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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국가라는 제도에 대해 삐딱한 생각을 갖고 있던 저 같은 사람도 국가의 장래가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죠. 나라가 어려우면 애국자가 늘어난다는 말이 맞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애국자 많이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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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고 있을 때 2010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망국 100주년을 맞으며 이 사회에서 ‘망국’의 의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족과 국가를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마치 우발적으로 강도를 만난 것처럼 생각하고 망국의 진정한 원인을 깊이 이해하려는 자세를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2009년 가을에서 2010년 여름까지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를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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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에 이르는 과정을 정리한 그 책을 마무리할 무렵이 되자 ‘망국’ 이야기가 미진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습니다. 1910년에 잃어버린 국가를 민족사회가 지금까지도 제대로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입니다. 그래서 1945년 ‘해방’을 맞고도 민족국가를 세우지 못한 사정을 밝힐 필요를 느꼈고, 3년간의 <해방일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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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도 말씀하셨죠. ‘그냥 아닌 것(非)’보다 ‘비슷하면서 아닌 것(似而非)’이 더 나쁘다고. 해방 후 이 나라의 역사에서 그 말씀이 옳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국가가 아예 없던 식민지 시절에도 겪지 않던 참혹한 전쟁을 이 땅에서 치러야 했습니다. ‘한민족의 국가’를 자칭하는 두 개 정권 아래 민족사회가 동강나 서로가 서로를 괴물처럼 싫어하고 원수처럼 미워하는 수십 년 세월을 겪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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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이런 ‘사이비’ 국가를 갖게 되었는지 해방공간의 역사 속에서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로부터 이 사이비 국가의 특성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특성 중 상당 부분이 지금의 대한민국에 남아 있습니다. 민족 분단의 이유를 흔히 냉전으로 생각해 왔는데, 냉전이 끝나고도 아직까지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 사이비 국가의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해방일기>에 이은 <냉전 이후> 작업에서는 1990년대 남북관계에서 드러난 사이비 국가의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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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가 ‘비’보다 좋은 점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민주주의’라는 명분이 세워져 있어서 현상 고착만을 바라는 집권세력에 대항하는 국민의 노력이 ‘민주화’라는 뚜렷한 지표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수십 년에 걸친 국민의 희생과 노력을 발판으로 대한민국은 ‘진짜’ 국가에 접근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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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변화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이 나라는 국가를 이용 대상으로 여기는 세력의 힘에 많이 휘둘리고 있어서 국민의 복리를 위한 제도로서 기능이 온전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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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달라진 점도 많습니다. 악당들이 수세에 몰렸어요. 예전처럼 힘으로 찍어 누르지 못하기 때문에 꾀로 속이고 이익으로 유혹해서 세력을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정신만 차린다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진짜 국가를 실현할 수 있는 상황에 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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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일기>에서 저는 이 악당들의 정체를 ‘매판(買辦)세력’으로 밝혔습니다. 친일파의 형태로 존재를 시작한 이 세력은 외부의 힘을 발판으로 내부 권력을 장악하고 외부세력의 이익에 봉사하면서 ‘떡고물’을 주워 먹는, 이 사회의 기생충입니다. 자기의 조그만 이익을 위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이 이 세력의 속성입니다. 덩치가 커진 기생충 중에는 스스로 ‘외부세력’이 되어 과거의 경쟁자들을 매판세력으로 부려먹는 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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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민족 비극의 주된 원인이 세계정세의 변화와 외부세력의 작용에 있다는 ‘외인론(外因論)’에 저는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작업을 격려하고 도와준 현대사 연구자들 중에는 이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만, 어떤 상황이든 내인과 외인이 어우러져 빚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외인론의 관점 확충에 공헌함으로써 우리 선인들의 노력에서 더 많은 가르침을 찾아내는 자세를 세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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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에서 ‘중간파’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그 뜻입니다. 민족주의-민주주의-사회주의를 배합하려 한 그들의 노력이 정당한 것이었으나 외세의 개입 때문에 좌절된 것일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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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를 등에 업고 권력을 쥔 자들만을 ‘성공’한 자로 받들며 좋은 뜻을 갖고도 좌절당한 이들을 무시하는 이 사회의 풍조가 바로 매판세력의 속성입니다. 남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나 자신의 매판성을 반성할 때 치욕과 고통의 역사를 벗어나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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