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육헬윤회
1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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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있고 3주 정도 후에 썼던 글을 우연히 다시 읽고 새로 고쳐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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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고분 말 잘 듣던 아이들과 지시에 순응하던 시민들이 배에 갖혀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자기방어와 국민기만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긴장과 초조함 속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탈출 지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결국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수 백의 인명이 일시에 사라진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이후에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분노. 이런 느낌들이, 외면하고 있었던 삶의 한 측면을 다시금 억지로 직시하게 만들었다. 동물로 태어난 이상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알 수 없는 미래 앞에서 느끼는 원초적 불안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다. 조직에 순응하고 집단에 동조하면, 정말로 안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그런 걸 집단에 기대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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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전 세계에서 독립적으로 야생 동식물을 가축·작물화 한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으며, 그 성패는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주어진 자연환경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가축으로 길들일 수 있을 만큼 영리하고, 가축으로 길들여서 쓸만할 만큼 큰 동물은 대형 포유동물로 한정되는데, 야생 대형 포유동물의 분포는 균질하지 않았다. 식물에 대하여서는 마찬가지로 곡물로 작물화할 수 있을 가치가 있는 식물과, 경작을 가능하게 하는 기후는 역시 균질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기존의 구석기 문명을 완전히 교체할 수 있는 농경문명은 메소포타미아, 황하·장강유역, 파푸아뉴기니의 고원지대, 멕시코 고원, 안데스 산지에서 밖에 발전하지 못했다. 한편 유목은 동사하라와 유라시아 초원에서만 성공했다. 그 결과 길들이기의 대상이 된 가축이나 작물은 인간이 없이는 더 이상 번식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니, 생존하지 못한다. 하루에 몇 리터씩 젖을 짜 내는 젖소는 야생상태에서 그런 식으로 자원을 낭비했다간 금방 도태되고 만다. 수정 없이도 매일 매일 알을 까는 닭 또한 마찬가지이다. 익으면 고개를 숙이다 못해 줄기가 꺾이는 곡물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니 그 전에 인간에 의해 집중적으로 행해지는 제초와 살균작업이 없이는 아마 그런 식물들은 아마 금방 시들어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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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안에서 자력으로 살아남을 기회를 박탈당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 상황에서라면 나도 그리 행동했을 것 같다는 공포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인간은 인간을 가축화해 온 것이 아닌가? 원래라면 문명화된 인간은 사상의 자유와 사적 복수의 권리를 거세당하는 대신 안전이라는 현재가치를 구매한다. 반면 가축은 먹이와 안락이라는 현재가치를 수명(도축)이라는 미래가치와 교환한다. 둘은 다르고, 달라야 한다. 하지만 문명화된 사회의 규범을 따르고 안락하게 사는 일이 결과적으로 수명을 단축시킨다면, 혹은 수명을 단축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면, 그것은 가축의 거래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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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의 삶에 대비되는 것은 야생의 삶이다. 야생의 삶의 기본 조건은 자급자족이다. 루소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그런 가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연상태에는 만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와 약자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 자급자족의 삶 역시, 미래에 대한 무지라는 본질적인 불안을 상쇄할 수 없다. 아니 그 날(生) 불안을 알몸 그대로 안고 간다. 그 투쟁의 삶에 따르는 본질적 불안이 두렵기 때문에, 인간은 특유의 사회성을 발휘하여 서로를 서로에게 길들이지 않았을까? 불안에 대처하는 또 다른 방법은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사회적 인간에게 가장 불확실한 것은, 자신을 포함한 사람의 마음, 사실은 사람의 행동이다. 그것을 관리하는 것을 지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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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사회화라는 말이 인간의 가축화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킨 개념어일 뿐, 둘은 같은 현상을 지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불평등은 인간이 서로를 가축화하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가정한다. 개인의 야생성을 표현하는 단어로 나는 배짱과 깡을 들고 싶다. 앞서 말했듯,? 미래에 대한 무지, 다른 개체를 믿을 수 없는 불안이 가축화의 동력이라면, 덜 불안을 느끼는 쪽이 이니셔티브를 쥐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치 사랑이라는 감정 게임에서는 항상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더 많이 빨리는 쪽이 되듯이. 따라서 배짱 좋고 깡다구 센 놈들은, 사유재산이 없던 시절에 이미 감정적인 측면에서 주도권을 행사했을 것이다. 즉 지배하는 쪽은 더 야생스러운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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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화된 인간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백성(百姓)들이지 않나 싶다. 백성이라는 말에는 그 자체로 피지배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아직도 일본의 왕은 성이 없다. 백성이 약간 교육을 받아 재주를 부릴 줄 알게 되면 그런 것들을 신민이라고 부른다. 서구에서 국민과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는 people이나 Volk에는 차라리 군중, 무리의 의미가 강하다. 그렇다고 인간의 가축화라는 개념이 단순히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가축화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동시에 가축화되는 것이다. 인간의 가축화가 진행된 최소 10000년의 시간 규모에 비하면, 지배계급이 교대되는 주기는 순간에 가깝다. 여기서 지배계급이 교체되었다가 아니라 교대되었다는 표현에 유의하자. 내가 아는 역사에서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을 뒤엎고 성공적인 통치를 성립·정착시킨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피지배계급은 항상 더 가축화된 쪽이고 지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는 야생스러운 작업이다. 대부분의 지배계급의 교대는, 계층의 전복이 아니라, 외부에서 야생성을 수혈받는 것이었다. 외부의 침략자가 지배계급이 된다. 중국의 많은 정복왕조를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야생의 지배계급은 안락 속에서 금새 다시 가축화 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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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간의 가축화 추세가 가장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동아시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아시아에서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국가에 의한 인간자원의 일사불란한 동원은 유럽·북미에서는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야 가능하고, 남미에서는 사실상 어려우며, 중동·아프리카에서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그 이유가 단순히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시민사회의 비균질성 (남·북미), 역사적 경험에 의한 일종의 면역 (유럽), 부족·종교간의 갈등 (중동·아프리카)로 환원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확히 인간의 가축화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본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먼저 농경이 시작된 곳은 메소포타미아 주변이지만, 그 곳에서의 농경 문명은 환경의 악화로 계속되지 못하고, 인간의 가축화가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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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인간 형질의 차이이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육체가 덜 성장한 상태에서 성적으로 성숙한다. Neoteny이다. 동양인 종특이 동안이라는 건 편견이 아니다. 과연 동양인이 가진 neoteny의 작용이 외양적 형질을 결정하는 것에서 그칠까? 의존성이 강하고, 자립심이 약한 아동이나 청소년의 정서적 특징 역시 neoteny에 갇혀 그 상태를 유지한 상태로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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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가축화가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었는지 좀 더 현실적인 예를 들어야 할 것 같다. 특히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깡이 좋고 자립심이 강한 야생성 개체가 어떤 식으로 가축군에서 선택적으로 제거되어 왔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축화의 초기에는 환경전 전술을 썼다. 인간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는 사람들은 살해당했다.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까지 (《관자》),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 (점점 줄어들어가는 한반도 지역에서 말갈의 출몰빈도) 까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국가 권력이 들어선 다음에는 국가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뽑아내기 위해서 백성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한다. 이에 저항할 경우, 혹은 회피할 경우에도 참살당했다. 얼마나 많은 민란이 농경사회에서 있어 왔으며, 어떤 사람들이 “선택적으로 살아남았는지” 생각해보라. 심지어 국가 전복에 성공한 경우(한국사에서는 2번, 고려와 조선)라도, 그 전복세력은 주변부 관료였지 피지배층은 아니었다. 물리적인 개입뿐만이 아니다. 불합리한 규칙에 윤리나 도덕이라는 이름을 붙여 순종을 미덕화했을 뿐만 아니라, 시대가 갈수록 부지런히 그 도덕률을 복잡하고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하거나 형해화하도록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마치 예배와도 비슷하게 인식하도록 했다. 특히 헬조선의 도덕률은 저질의 끝을 달리는데,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않는 것이 공공윤리의 시작이자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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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개인이 자급자족 가능하고 깡이 좋다고 해서 야생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축 떼로 집단화된 무리는 항상 팽창하게 된다. 자급자족을 획책하는 깡 좋은 개인은 처철하게 처발린다. 다시 《관자》의 예를 살펴봐라. 식민지의 강제노동을 봐라. 가축인간의 무리는 외부에 있는 자급자족의 기반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흡수해버린다. 그들의 본질이 원래 그렇고, 실재로 그렇게 해 오면서 팽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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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다. 인간의 가축화가 시작된 것이 과연 동식물을 가축화 한 다음일까? 혹시 인간이 스스로를 가축화 한 다음에야 동식물을 가축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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