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궁금했다. 조선은 쪽박찼는데, 일본은 대박친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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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유신기를 보면, 막부와 도막파가 치열한 내전을 벌인다. 조선에서도 외세의 도전에 거세어지자 척화파와 개혁파가 대두한다. 그런데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조선의 개화파는 얼마 안 가 일본의 힘을 빌어 조선의 개혁을 실행하고자 한다. (1884 갑신정변) 그 전에 이미 척사파는 청나라의 힘을 빌어 왕실에 대한 위협을 제거한다. (1882 임오군란) 일본은 미국 때문에 개항을 했고, 도막파는 영·프의 도움을 얻기는 했으나, 조선에서와 같은 외국군의 개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막부는 망했으면 망했지 외국군의 힘을 빌리지는 않았다. 뭐, 군사정권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내가 발견한 첫 번째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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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주전론은 병자호란 때부터 기만적으로 이용되었다.? 주전론자들은 실재 전쟁을 해서 이길 자신도 능력도 없지만, 국내의 반대파를 압살하는 데에는 딱 좋게 써먹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전통이 유구하다. 남북에서 모두. 당연하지만 조선은 제대로 반청을 하지도 못했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반청할 의지도 없었다. 반청이란, 왜란과 호란을 수습하지 못한 조정에 대한 불만을 찍어 누르기 위한 정치적인 수사였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 1700년 경부터, 조선은 동아시아 평화구조 안에서 국방에도 정줄을 놓았고, 경제적으로는 성리학 탈레반에 의한 파탄상태를 정상으로 인지하게끔 되었다. 그 모습은 선군의 불조선이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조선은 반청을 모토로 한 성리학 탈레반들이 정권을 잡고 250년을 썩어갔다. 반면 막부는 과장된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군사적 위협에 민감하고도 착실히 대응했다. 서양세력과 맞붙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조건 하에서 정치적 판단을 했다. 자기기만과 과민반응 중 더 나은 생존률를 보이는 반응은 과민반응이다. 이것이 두 번째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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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관찰은, 조선의 지배층의 질을 평가해준다. 어떠한 국제적 안목과 경쟁력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내부의 피지배층을 후드려 털어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던 비열한 지배蟲. 지난 글(http://hellkorea.com/xe/board_GDUi27/258654)에서도 풀었던 썰인데,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건 지배층이다. 그들은 충분한 자산(경제·정치·문화)을 가지고 있어서 타인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고, 대체로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소수이기 때문에 잘 분열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지배층이다. 조선이 망했던 것은 지배층이 썩었기(무능한데다 탐욕에 눈이 멀어 사회의 장기적 번영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기)때문이었고, 역으로 지배층이 썩었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21세기의 국가간의 충돌은 좀 더 온건하고, 좀 더 잔인하게 진행될 것이다. 20세기는 좀 야만스러워서 나라 자체를 없앴다면, 21세기에는 나라는 존속하지만, 실상은 종속될 것이다. 마치 연옥에 갇힌 것처럼. 그래도 그 종속국의 지배층은 계속해서 그 나라의 피지배민을 지배할 것이다. (또한 그런 구조 속에서 피지배민 개개인이 정신적 탈조선을 한다는 것은, 예수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예수는 반체제 사범으로 사형을 당했고, 당연히 부활하지 못했다. 정신적 탈조선은, 실천한다면, 길고 고통스러운 자살을 택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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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헬조선과 불반도의 지배충은, 조선의 지배충이 했던 짓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외세에 정당성을 의존하고 있으면서, 또 다른 외세를 구실 삼아 정치적 반대의견을 압살하고 있다. 그런데도 조선은 250년을 더 존속했고, 나라가 망해도 지배충은 계속 지배충이었으니, 했던 대로 계속 해 가는 게 왜 그들에게 나쁜 선택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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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한국의 100대 재벌은 거의 다가 세습재벌이지만, 소수 예외가 있는데, 게임과 IT로 성공한 자들이다. 그것이 왜 한국 사회가 게임을 그렇게 적대하는지 설명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