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맬더스인구절벽론
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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뚠뚜니, 핑프, 세젤, 사바사, 낄껴…. 어느 나라 말일까?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본 ‘20대가 많이 쓰는 용어 10개’에 포함된 말인데 내게는 외국어도 아닌 외계어 같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기 전까지 단 하나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뜻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으니 관심 있는 분은 찾아보시길.)

대학에 근무해서 20대들과 부대끼며 사는 편인데 그들의 용어를 이렇게 몰랐다니 다소 충격이었다. 다행히(?) 주변의 20대 중에도 이런 용어를 모르는 청춘들이 제법 있어서 위안이 되긴 했지만. 젊은이들은 신조어를 너무 모르는 친구를 보면 ‘화석 발굴’이라고 부른단다.

사실 언어의 세대 차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세대 간의 언어 격차가 과거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벌어진다는 느낌이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인데 세대 간에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용어가 다르면 이건 문제다. 남북 간의 언어 차이보다 세대 간의 언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신조어는 계속 만들어지는데, 나중에 뜻을 알고 이해와 공감이 가는 정도라면 그나마 괜찮다. 세류를 거스를 수는 없지 않나. 요즘 어르신들도 카카오톡을 하면서 이모티콘을 즐겨 쓰듯이 말이다. 그런데 뜻과 상관없이 단어를 마구 축약하거나 욕설 같은 상소리와 섞으면 같이 쓰기는커녕 듣기도 불편해진다.

예를 들어 멋진 이성을 만나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은 ‘심쿵’이라고 하고, 아주 재미있는 것을 ‘꿀잼’이라고 하는 것은 애교스럽다. 그러나 매우 잘 생겼다는 말을 ‘개존잘’이라고 하듯이 ‘개’나 ‘존’, ‘존나’와 같은 말을 붙여서 강조의 느낌을 더하는 것은 기성세대에게는 상스러워 보인다. 꼰대라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세대를 떠나서 좋은 느낌과 정서를 담은 우리말을 신조어에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그러나 정말 걱정되는 것은 혐오와 비하, 갈등을 촉발하는 사회적 언어들이다. 예로도 쓰고 싶지 않지만, ‘지잡대’라는 말 앞에서 수많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서울공화국에 대학서열주의의 중병에 걸린 사회임을 역설적이지만 이보다 잘 드러내는 말도 없다.

‘개한민국’ ‘망한민국’ ‘헬조선’ ‘지옥불반도’는 또 어떤가. 이 신조어들은 제 579돌 한글날을 앞둔 우리말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다. 언어는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헬조선’은 2010년에 인터넷에 등장했지만, 많이 쓰이지 않다가 세월호 참사,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이 심화하면서 최근 들불처럼 번진 말이다. 7포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이 어찌 이 말에 끌리지 않겠는가 싶다.

한글날을 앞두고 이 글을 처음 쓸 때는 젊은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을 거듭할수록 그 말로 결론을 짓기가 어려워진다. 극단의 사회적 언어들은 원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계속 재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의 문제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 젊은이들의 가슴도 자연히 희망과 사랑의 언어로 채워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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