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맬더스인구절벽론
15.10.08
조회 수 443
추천 수 3
댓글 3








뚠뚜니, 핑프, 세젤, 사바사, 낄껴…. 어느 나라 말일까?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본 ‘20대가 많이 쓰는 용어 10개’에 포함된 말인데 내게는 외국어도 아닌 외계어 같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기 전까지 단 하나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뜻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으니 관심 있는 분은 찾아보시길.)

대학에 근무해서 20대들과 부대끼며 사는 편인데 그들의 용어를 이렇게 몰랐다니 다소 충격이었다. 다행히(?) 주변의 20대 중에도 이런 용어를 모르는 청춘들이 제법 있어서 위안이 되긴 했지만. 젊은이들은 신조어를 너무 모르는 친구를 보면 ‘화석 발굴’이라고 부른단다.

사실 언어의 세대 차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세대 간의 언어 격차가 과거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벌어진다는 느낌이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인데 세대 간에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용어가 다르면 이건 문제다. 남북 간의 언어 차이보다 세대 간의 언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신조어는 계속 만들어지는데, 나중에 뜻을 알고 이해와 공감이 가는 정도라면 그나마 괜찮다. 세류를 거스를 수는 없지 않나. 요즘 어르신들도 카카오톡을 하면서 이모티콘을 즐겨 쓰듯이 말이다. 그런데 뜻과 상관없이 단어를 마구 축약하거나 욕설 같은 상소리와 섞으면 같이 쓰기는커녕 듣기도 불편해진다.

예를 들어 멋진 이성을 만나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은 ‘심쿵’이라고 하고, 아주 재미있는 것을 ‘꿀잼’이라고 하는 것은 애교스럽다. 그러나 매우 잘 생겼다는 말을 ‘개존잘’이라고 하듯이 ‘개’나 ‘존’, ‘존나’와 같은 말을 붙여서 강조의 느낌을 더하는 것은 기성세대에게는 상스러워 보인다. 꼰대라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세대를 떠나서 좋은 느낌과 정서를 담은 우리말을 신조어에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그러나 정말 걱정되는 것은 혐오와 비하, 갈등을 촉발하는 사회적 언어들이다. 예로도 쓰고 싶지 않지만, ‘지잡대’라는 말 앞에서 수많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서울공화국에 대학서열주의의 중병에 걸린 사회임을 역설적이지만 이보다 잘 드러내는 말도 없다.

‘개한민국’ ‘망한민국’ ‘헬조선’ ‘지옥불반도’는 또 어떤가. 이 신조어들은 제 579돌 한글날을 앞둔 우리말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다. 언어는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헬조선’은 2010년에 인터넷에 등장했지만, 많이 쓰이지 않다가 세월호 참사,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이 심화하면서 최근 들불처럼 번진 말이다. 7포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이 어찌 이 말에 끌리지 않겠는가 싶다.

한글날을 앞두고 이 글을 처음 쓸 때는 젊은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을 거듭할수록 그 말로 결론을 짓기가 어려워진다. 극단의 사회적 언어들은 원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계속 재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의 문제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 젊은이들의 가슴도 자연히 희망과 사랑의 언어로 채워지지 않겠는가.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82204 0 2015.09.21
2212 여당이 문제삼은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6 newfile 나는미개한조선놈이다 414 1 2015.10.10
2211 The Human Face of Japan (1972) 1 new 헬탈출하고싶다 435 4 2015.10.10
2210 건보료 연체됐다고..군 복무 아들 월급 압류 5 new 영의정 446 6 2015.10.10
2209 백장미의 건의안 2탄 4 new 백장미 441 7 2015.10.09
2208 헬조선에서 절대 노벨상 못받는 eu.jpg 1 newfile 최리나 487 1 2015.10.09
2207 솔직히 김구보다 뛰어난 독립운동가들 많은데 10 new 우리의소원은탈조선 440 3 2015.10.09
2206 386 세대라고 무조건 취업이 다 쉬웠던 것도 아님. 6 new aircraftcarrier 564 2 2015.10.09
2205 여기서 킬구 까면 열폭하는 이유 뭐임? 20 new aircraftcarrier 897 4 2015.10.09
2204 이제 헬조선 경찰들은 믿지 말아야겟지??? 3 new 파크라슈 272 6 2015.10.09
2203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4 new wnrckd1 398 7 2015.10.09
2202 왜 투표해봤자 안바뀐다고 생각하나? 30 new 고재춘 619 5 2015.10.09
2201 헬조선 고3의 독후감-<피로사회>를 읽고 5 new 문송이자살각 804 6 2015.10.09
2200 20대 애들한테 하고픈 말 8 new 사회계약설 875 8 2015.10.09
2199 [민중가요] 죽창가 2 new 영의정 445 3 2015.10.09
2198 먹이사슬 (노비群用) 3 new 반헬센 449 2 2015.10.09
2197 무럭무럭 자라는 이 땅의 헬조선 꿈나무를 위한 동화 6 newfile 영의정 466 3 2015.10.09
2196 헬조선에서 유일한 처녀왕릉(도굴 되지 않은 왕릉)인 '무령왕릉'이 헬조선에서 발굴될 때. 7 new 꿈과희망이없다. 636 4 2015.10.09
2195 독립운동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서재필과 킬구) 18 new 참다랑어 807 9 2015.10.09
2194 강남 스타일 2 new 민족주의진짜싫다 442 2 2015.10.09
2193 헬조선에서 가장 스릴있는 직업 newfile 싸다코 706 4 201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