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fck123
22.07.08
조회 수 14
추천 수 0
댓글 0








사무원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는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김기택 시인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조회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461 0 2015.09.21
23020 90년대 까지 존재했던 일본의 스파르타식 학교 14 new 헬조선탈출 312 3 2017.08.04
23019 ㅋㅋ 내가 얼마전 나이프 호신에 대해 글을 올렸었는데 41 new 블레이징 312 7 2017.03.16
23018 유사국가 군대인권유린&남성인권 9 newfile 좆센징은존재자체가죄인 312 9 2017.02.24
23017 나는 자연인이다 에 해답이 있다 5 new 갈로우 312 6 2017.01.12
23016 페미니스트들이 왜 남자다움 타령을 없애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은지 이야기해 보자 5 new Uriginal 312 4 2016.12.21
23015 우생학? 도래? 우리지날, 사이비 시뮬라르크가 오리지널로 행사하게 되는 헬조센 30 new john 312 5 2016.10.08
23014 4차 산업혁명으로 바뀔미래 2 newfile sddsadsa 312 1 2016.10.07
23013 일본이 도대체 뭐가 대단하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4 new 헤루죠센 312 6 2016.06.24
23012 전두환이 진짜로 광주에 방문하게 될 때 일어날 일.txt 4 new 13Crusader13 312 7 2016.05.12
23011 일본의 언론 자유 지수에 대한 첨언. 10 new aircraftcarrier 312 2 2016.05.09
23010 2016 유용한 사이트 모음 new 시바견 312 0 2016.04.11
23009 오랫동안 불효인으로 살아가야 할 듯 합니다. 5 new oldberry1800 312 3 2016.03.30
23008 로스쿨을 적극 이용하는 국회의원들과 그들의 금수저자녀들 3 newfile John_F_Kennedy 312 7 2016.02.28
23007 애미디진 헬조선 2 new 심영의짜씩 312 5 2016.01.12
23006 1월 4일 그제 헬조선 한겨레기사 4 newfile 씹개돼지분쇄기 312 3 2016.01.06
23005 한국이 아프리카보다 살기가 좋다고? 2 new qk541 312 8 2015.12.22
23004 "IMF 데자뷰 …1997 직전에도 신용등급 올랐다" 3 new 민족주의진짜싫다 312 3 2015.12.20
23003 헬게이트 오픈하라는 긴급명령 떨어졌다?!! 3 new 임병화 312 5 2015.12.17
23002 역법도 제대로 못 세는 미개한 조선인 1 new 만나이홍보 312 3 2015.12.31
23001 民은 아직도 노예라는 뜻이 아닐까? 1 new 육헬윤회 312 3 201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