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fck123
22.07.08
조회 수 434
추천 수 0
댓글 0








사무원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는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김기택 시인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153028 0 2015.09.21
22802 일베나 메갈이나 도찐개찐이다 이 사이트는 이러지말자 1 new 지옥불조선 820 4 2016.05.22
22801 헬조선 진단서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2 newfile 살려주세요 753 2 2016.05.22
22800 능력없는 꼰대들이 남 참견하긴 존나 좋아하네 2 new 하이템플러 766 5 2016.05.22
22799 강남살인사건) 서울대 여성들도 메갈리아에 뿔났다. 2 new 지옥불조선 897 4 2016.05.22
22798 캬~시작됬나? 1 new blazing 824 4 2016.05.22
22797 헬조선 만악의 근원, 군대. 1 new 나그네 1015 3 2016.05.22
22796 미국에서의 만약 강남역 사건이 일어났다면.. 2 new 미쿡형 847 3 2016.05.22
22795 헬조선에서 안경,렌즈 직구 막혔습니다. 3 newfile 오메가제로 847 4 2016.05.22
22794 니애비라는 비로그인 닉넴아 이 글을 봐라 6 new 국뽕처단 790 4 2016.05.22
22793 (논평) 이것은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2 new 평등 702 3 2016.05.22
22792 통계의 착시가 만든 헬조선..<혈압 상승 주의> 3 new 진정한애국이란 764 3 2016.05.22
22791 강남역 살인사건 후 추모에 나의 생각 4 new hellrider 761 4 2016.05.22
22790 사회적 진보라는 건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6 new 장미 777 4 2016.05.22
22789 ㄹ혜 해외 여행 3 new 국뽕처단 731 0 2016.05.22
22788 바꿔치기 1 new 국뽕처단 727 2 2016.05.22
22787 주말마다 술판 벌어지는 광안리…적나라한 '민낯'... 6 new 진정한애국이란 727 2 2016.05.22
22786 늙은넘들은 더더욱 뻔뻔해지고 젊은넘들은 더더욱 미쳐나간다 new hellrider 819 3 2016.05.22
22785 토나오는 강남역 추모퍼레이드 11 new 고2작전명탈조선 857 7 2016.05.22
22784 저는 왜 위안부 관련해서 확답을 못하느냐면요... 17 new blazing 792 6 2016.05.22
22783 차기 대선 정권이 바뀌는건 확실하고 문제는... 6 new 기행의나라=헬조선 773 3 201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