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fck123
22.07.08
조회 수 152
추천 수 0
댓글 0








사무원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는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김기택 시인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78224 0 2015.09.21
22809 싸이코패스 민족 헬센징!! 5 new 진정한애국이란 570 5 2016.04.18
22808 헬조센=원조 헬조센 좆본제국 황국문화=블리자드 개띠껍인성 new 13Crusader13 384 0 2016.04.18
22807 국뽕 둠센징들의 가장큰 착각"uri나라 정도면 살만한거지" 8 newfile 다이쪽본시대 496 7 2016.04.18
22806 한국에서 대기업임금만큼은 일본보다 높다는것도 다 유사인류의 날조 4 newfile 다이쪽본시대 412 5 2016.04.18
22805 엎조선 조건 검색해 보았다! 8 new 시대와의불화 472 4 2016.04.18
22804 적응안되는 헬조선 나일리즘에 대한 사뭇 진지한 고찰 6 new 샹그리라 573 4 2016.04.18
22803 한국을 위해 목숨을 걸을 필요 없는 이유 5 new 레임드 580 9 2016.04.18
22802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무슨 일이 생길까? 4 new framtid 431 2 2016.04.18
22801 음.. 역시 이런 나라는 빨리 떠나야해. 4 new 교착상태 610 7 2016.04.18
22800 조폭 결혼식장 입구 모습 5 newfile 당신은NERD 626 9 2016.04.19
22799 위플래쉬 헬조선 버젼 I'll cue you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new 당신은NERD 700 9 2016.04.19
22798 진짜 이 장면이 드라마에 나왔다구요? 2 newfile blazing 501 4 2016.04.19
22797 건강보험료 13만원 인상 ㅋㅋㅋ 역시 헬조선 노예들이 만만하지 6 new 헬반도ㅎ 475 8 2016.04.19
22796 요즘 경력자한테도 까다롭게 구는 헬한사회 4 new oldberry1800 410 2 2016.04.19
22795 "짐 올리던 승무원이 머리 건드려" 사무장에 보복폭행.... 4 new 진정한애국이란 487 4 2016.04.19
22794 와 이런 단체도 있었다니... 6 newfile blazing 567 7 2016.04.19
22793 거미 2 new 지옥을노래하는시인 212 2 2016.04.19
22792 마산에서 광주까지 4 new 지옥을노래하는시인 499 7 2016.04.19
22791 여러분 허리띠 정말 졸라 매시기 바랍니다 6 newfile 후진국헬조선 600 7 2016.04.20
22790 헬조선기업의 문제 3 newfile 양송이스프 433 5 201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