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9.01.08
조회 수 31
추천 수 0
댓글 6








97C699E1-F7FE-4DFB-BA54-FE5953ACBC8A.jpeg

 

 

심리학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 nance)라는 개념이 있다. 한 사람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모순된 믿음을 갖게 된 난감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전적인 예는 UFO의 존재를 믿는 미국의 어느 사교집단이다. 이들은 특정한 일시에UFO가 지구를 멸망시키고 자신들만 구제해 줄 거라 굳게 믿었다. 몇몇 종말론 종파에서 설교하는 기독교 ‘휴거론’의 SF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과 달리 예언한 날짜에 UFO는 오지 않았고, 그들의 머릿속에서 ‘UFO가 오리라’는 믿음과 ‘UFO는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 이 부조화의 상태는 물론 해소되어야 한다. 정상인이라면 이 경우 UFO가 오지 않았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UFO가 오리라는 허황한 믿음을 포기할 것이나, 그 사교의 신도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부조화를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길을 택했다. 즉, ‘UFO가 오지 않은 것은 자비로운 외계인이 인류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안에는 더 이상 지구를 망가뜨리지 말고 올바르게 살라는 외계인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자기들 머릿속의 부조화를 해소한 후, 그들은 더욱더 열성적으로 주위에 UFO교 신앙을 전파하고 다녔다고 한다.

사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머릿속도 지금 이와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믿음’은 박근혜가 오직 국가만 생각하는 애국자이자, 그것도 모자라 아예 국가와 결혼한 성처녀라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그녀가 직권남용, 직무 유기, 나아가 뇌물죄의 피의자라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의 머릿속은 전형적인 인지부조화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나의 머릿속에 서로 상반되는 믿음과 사실을 동시에 담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정신분열증에 걸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조화는 어떤 식으로든 해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은 필사적으로 이른바 ‘대안적 사실들’을 창작하고 있다. ‘태블릿 PC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피해자일 뿐이다.’ ‘이 모든 게 누군가의 기획에 따른 음모다.’ 정상인이라면 드러난 사실 앞에서 박근혜 환상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박사모의 마인드는 매우 독특하다. 그들은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을 부정한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근혜가 거짓말을 한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박사모는 결코 자신들의 환상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검찰`특검`국회`언론과 시민사회, 한마디로 세상 전체가 거짓말을 한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들은 대체 왜 그 빌어먹을 환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그 환상이 바로 그들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리라.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주로 1960, 70년대에 국가주의`반공주의 교육의 집중적인 세례를 받은 세대다. 그때가 어떤 시대이던가? 그 시절 모든 국민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나,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닫도록 강요받았다.

당시에 모든 개인은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identify)하는 것을 통해서만 정체성(identity)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한다는 것은 곧 자신을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것을 의미했다.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그의 핏줄을 물려받은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사모 구성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느끼는 강고한 정서적 결속감은 거기서 비롯된다.

‘나=국가=대통령’이기에 박근혜를 부정하는 것은 곧 자신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부정하며 살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부정하는 대신 세상을 부정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들은 평생을 박정희 신화 속에서 살아왔다. 박정희 신화의 붕괴는 그들에게 곧 세상의 붕괴를 의미한다. 태극기 집회는 그 성격이 패닉에 빠진 종말론 교도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집단 히스테리 현상에 가깝다.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추천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200 0 2015.09.21
12402 양카가 존나 무서운 이유. 2 newfile 블레이징 1114 1 2017.08.11
12401 겔럭시 s8 $539.99 에 파네요 2 new WillieLee 93 1 2017.08.10
12400 어제 추적60분 보셨나요? 2 new oldberry1800 163 1 2017.08.10
12399 부동산은 내가써논글 있으니까 6 new 강하게공격하고탈조선하자 127 1 2017.08.10
12398 사진 여자6명중에서 너희들이 원하는 여친은? 부인은? 누구하고싶냐 . 14 new 유신 186 1 2017.08.10
12397 일베를 광주혁명 시민때처럼 존나 죽여야한다 2 new 생각하고살자 65 1 2017.08.10
12396 근데 생각해보면 . new 유신 30 1 2017.08.10
12395 유럽은 동물학대 세계1위국가 1 new 가이우스옥타비아누스 82 1 2017.08.10
12394 솔까 사람보다 동물이 2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배는 잘생김 newfile 가이우스옥타비아누스 69 1 2017.08.10
12393 솔까 서양인의 호감포인트는 안와상융기가아니라 금발에 푸른눈이다 5 newfile 가이우스옥타비아누스 2456 1 2017.08.09
12392 사드배치문제에대한 나의생각 (mc무현을 위하여) 7 new 유신 100 1 2017.08.09
12391 러시아사람들은 생긴것부터 암살자같이생겼다 7 newfile 가이우스옥타비아누스 364 1 2017.08.09
12390 한국에서 실체가 없는 극우가 탄생한 이유 5 new 노인 94 1 2017.08.09
12389 사실 나도 불평불만만 한다고 나아진다고 보진 않는다 . 7 new 유신 78 1 2017.08.09
12388 그럼 가정용전기료인하 하는것에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10 new 유신 65 1 2017.08.09
12387 군대는천민이나가는곳 1 new 생각하고살자 56 1 2017.08.09
12386 헛소리하는 나의 빨갱이 외국친구새끼 어떴게 처리해야됨? 11 newfile 달마시안 97 1 2017.08.09
12385 성남시 1억원 지급추진? 9 new 시리우스☆+나도한마디(비서실장) 93 1 2017.08.09
12384 굴라크 이놈 와 ㅆㅂ 욕나오네. 12 new 달마시안 78 1 2017.08.08
12383 너희들은 왜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그러는것같니? 9 new 유신 154 1 2017.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