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9.01.08
조회 수 179
추천 수 0
댓글 6








97C699E1-F7FE-4DFB-BA54-FE5953ACBC8A.jpeg

 

 

심리학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 nance)라는 개념이 있다. 한 사람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모순된 믿음을 갖게 된 난감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전적인 예는 UFO의 존재를 믿는 미국의 어느 사교집단이다. 이들은 특정한 일시에UFO가 지구를 멸망시키고 자신들만 구제해 줄 거라 굳게 믿었다. 몇몇 종말론 종파에서 설교하는 기독교 ‘휴거론’의 SF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과 달리 예언한 날짜에 UFO는 오지 않았고, 그들의 머릿속에서 ‘UFO가 오리라’는 믿음과 ‘UFO는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 이 부조화의 상태는 물론 해소되어야 한다. 정상인이라면 이 경우 UFO가 오지 않았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UFO가 오리라는 허황한 믿음을 포기할 것이나, 그 사교의 신도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부조화를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길을 택했다. 즉, ‘UFO가 오지 않은 것은 자비로운 외계인이 인류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안에는 더 이상 지구를 망가뜨리지 말고 올바르게 살라는 외계인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자기들 머릿속의 부조화를 해소한 후, 그들은 더욱더 열성적으로 주위에 UFO교 신앙을 전파하고 다녔다고 한다.

사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머릿속도 지금 이와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믿음’은 박근혜가 오직 국가만 생각하는 애국자이자, 그것도 모자라 아예 국가와 결혼한 성처녀라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그녀가 직권남용, 직무 유기, 나아가 뇌물죄의 피의자라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의 머릿속은 전형적인 인지부조화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나의 머릿속에 서로 상반되는 믿음과 사실을 동시에 담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정신분열증에 걸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조화는 어떤 식으로든 해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은 필사적으로 이른바 ‘대안적 사실들’을 창작하고 있다. ‘태블릿 PC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피해자일 뿐이다.’ ‘이 모든 게 누군가의 기획에 따른 음모다.’ 정상인이라면 드러난 사실 앞에서 박근혜 환상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박사모의 마인드는 매우 독특하다. 그들은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을 부정한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근혜가 거짓말을 한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박사모는 결코 자신들의 환상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검찰`특검`국회`언론과 시민사회, 한마디로 세상 전체가 거짓말을 한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들은 대체 왜 그 빌어먹을 환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그 환상이 바로 그들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리라.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주로 1960, 70년대에 국가주의`반공주의 교육의 집중적인 세례를 받은 세대다. 그때가 어떤 시대이던가? 그 시절 모든 국민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나,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닫도록 강요받았다.

당시에 모든 개인은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identify)하는 것을 통해서만 정체성(identity)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한다는 것은 곧 자신을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것을 의미했다.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그의 핏줄을 물려받은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사모 구성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느끼는 강고한 정서적 결속감은 거기서 비롯된다.

‘나=국가=대통령’이기에 박근혜를 부정하는 것은 곧 자신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부정하며 살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부정하는 대신 세상을 부정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들은 평생을 박정희 신화 속에서 살아왔다. 박정희 신화의 붕괴는 그들에게 곧 세상의 붕괴를 의미한다. 태극기 집회는 그 성격이 패닉에 빠진 종말론 교도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집단 히스테리 현상에 가깝다.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71603 0 2015.09.21
19114 영화 추천 2 new 수드라 368 0 2017.01.09
19113 김x춘이가 한말이 소름돋네 6 new 강하게공격하고탈조선하자 428 6 2017.01.09
19112 헬조선에 대한 심판. 3 new 나도한마디(비서실장) 223 0 2017.01.09
19111 日 반발해도 '소녀상' 건립 멈추지 않는다…"인권·평화의 문제.... 60 new 진정한애국이란 443 4 2017.01.09
19110 日자민당 넘버2 한국은 귀찮은 나라…받을 것만 받아... 10 new 진정한애국이란 401 6 2017.01.09
19109 균형된 감각과 역사적 사고, 철학적 통찰...... 19 new 나도한마디(비서실장) 324 0 2017.01.09
19108 조선인들 허구한날 "조선내 모든악의 근본은 일본이다" 타령. 7 new 安倍晴明 399 5 2017.01.10
19107 어쩌다어른 반일센동 4 new 좀비생활 217 2 2017.01.10
19106 한국언론의 수준은 ㅋㅋㅋ 1 new 강하게공격하고탈조선하자 194 1 2017.01.10
19105 헬ㄱ혜 예수,소크라테스 설 3 newfile 좀비생활 230 3 2017.01.10
19104 노르웨이, 스웨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인 이미지 4 newfile 불타오른다 485 0 2017.01.10
19103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의 한 구절 1 new 불타오른다 291 2 2017.01.10
19102 일본도 미개해 8 new 프리글루텐 411 0 2017.01.10
19101 애국국까들아 괜한발악 하지말고 현실을 받아들여라 40 new 다이쪽본시대 368 5 2017.01.10
19100 결론 :일본도 살기 팍팍해 탈조선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국가 38 new 프리글루텐 551 1 2017.01.10
19099 여기 헬조선 사이트는 왜이리 일본 옹호하는 놈들이 많지? 10 new 프리글루텐 287 0 2017.01.10
19098 헬조선의 모든 원흉은 대기업들이다. 17 new 노호호호력 308 6 2017.01.10
19097 박사모에 올라온 애국 강아지 4 newfile 불타오른다 347 5 2017.01.10
19096 근데 재벌3세들도 보면 95 new 불타오른다 594 0 2017.01.10
19095 헬조선을 일본이랑 비교하네 ㅋㅋㅋㅋㅋㅋ 11 new 노호호호력 391 6 2017.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