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고 삼성 반도체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 했다
이에 대해 토론해봅시다
"(삼성전자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반도체 회사에서 폼 나고 고급스럽게 일할 줄 알았어요. 최첨단 산업, 글로벌 기업, 클린 산업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는 (1970-1980년대) '공순이'와 다를 바 없었더라고요." (故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삼성 백혈병' 사건으로 알려진 산재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 세계 전자 산업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이 병들어가는 문제는, '첨단 산업'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묻히곤 했다. '첨단 산업의 그늘'은 시간이 흘러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거쳐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로 넘어왔다.
그러나 한국의 법은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선진국에 대책이 들어섰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죽은 뒤였다. '삼성 백혈병' 사건이 현재 진행형인 이유다. <편집자>
1.반도체 산업의 위험성 대두
반도체 산업의 위험성이 처음 알려진 곳은 미국과 유럽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청정 산업' 단지로 알려졌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였다. 1970년대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단지가 들어서고 이후 노동자들이 병에 걸렸다고 호소하기 전까지, 반도체 기업이 쓰는 화학 물질은 '기업 비밀'로 여겨졌다.
반도체 노동자가 암에 걸렸다는 제보는 이따금 있었지만 이내 묻혔다. 1985년에는 캘리포니아 산 호세(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 기업 IBM의 연구 시설에서 일하는 화학자가 같이 일하던 연구원 12명 가운데 9명이 암에 걸렸다고 IBM 본사에 제보했다. 뇌종양 3명, 림프계암 2명, 위장관계암 2명, 골격계암 2명이었다.
이즈음 반도체 제조에 벤젠, 클로로포름, 디클로로메탄 등 발암 물질이 사용되며, 반도체 노동자 중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자연유산율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졌다. 생산직 노동자도 고통을 호소했다. 스코틀랜드 그리녹에 있던 미국계 기업인 '내셔널반도체'에서 일했던 한 영국 노동자는 1994년 이렇게 회고했다.
"(반도체 공장은) 완전히 도살장입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정말이지 노골적인 살인이었어요. 어린 소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아챌 수 없었고, 그럴 만한 기회조차 없었지요. 납품 기한을 앞두고 있을 때는 화학 경보를 일부러 꺼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소녀들은 온 사방에서 구토를 하곤 했지요. (…) 우리도 화학 증기를 맞곤 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목과 얼굴에 마비가 오지요. (…) 그 작업장에서 22년을 일했지만, 단 한 번도 화학적 노출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것들 때문에 쓰러질 때까지 말입니다." (<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 테드 스미스 외 지음, 공유정옥 외 옮김, 메이데이 펴냄, 266쪽)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던 두 늙은 노동자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였던 IBM을 상대로 소송을 건 때는 그로부터 한참 뒤인 2003년이었다.
IBM에서 27년간 일한 제임스 무어(사망 당시 63세)와 14년간 일한 앨리다 에르난데즈(유방암 진단 당시 73세)는 1995년과 1993년에 각각 비호지킨 림프종과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IBM 공장에서 반도체를 만들었으며, 회사가 위험한 화학 물질을 다룬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면 회사를 그만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퇴사자들이 자신의 병을 직업병이라고 확신한 때는 2000년대 이후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대학의 예방의학자 클랩 박사가 1961-2001년까지 IBM 노동자 3만2000여 명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암에 걸린 반도체 노동자의 수가 일반인보다 남성은 6.9%, 여성은 14.6% 많았다고 발표했다. IBM 산 호세 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렸다고 시민단체에 제보한 노동자는 50여 명이었으며, 선천성 장애아를 낳았다는 노동자도 50여 명이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2004년 소송에서 IBM의 손을 들어줬고, 실리콘밸리의 '첫 세대'였던 제임스 무어는 숨을 거뒀다. 같은 해 IBM은 수익성이 줄어든 PC 사업 전체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2.헬아시아의 반도체 노동자
미국에서 제임스 무어가 희귀병 판정을 받은 지 10년 뒤인 2005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1년 8개월간 일했던 황유미 씨가 21세에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황 씨는 구식 라인인 기흥공장 3라인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화학 약품에 손으로 담갔다 빼는 작업, 일명 '퐁당퐁당' 작업을 했다. 황 씨는 2007년 3월 숨을 거뒀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1990-1991년 태국 테파룩에서 하드디스크를 만들던 노동자 4명이 숨졌고, 200여 명이 납 중독 진단을 받았다. 1993년 람푼 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이 동시에 비슷한 증세를 보이며 연이어 사망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재산권 보호를 이유로 태국 정부가 인정한 조사를 거부했다. (☞ 관련 기사 : "청정산업? IT 산재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 "IBM부터 폭스콘·삼성까지…'죽음의 행진'을 멈춰라")
텔레비전, 비디오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초국적 기업 RCA는 대만에 공장을 세워 위험을 전가했다. 1990년대 RCA의 타오위안 공장에서 전직 노동자 216명이 암으로 숨졌고 1059명이 암에 걸렸다. RCA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은 생리 불순, 조기 폐경, 유산, 난소암 등에 시달렸다.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를 하청 생산하는 대만 기업인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는 2009-2010년 사이에 젊은 노동자 18명이 연쇄 자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폭스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며 유독한 화학 물질에 노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IT산업이 먼저 성행했던 미국이나 영국에서 1980년대에 환경 오염과 에너지 고갈,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이 발생한 이후, 아시아로 넘어온 설비들이 같은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 역시 헬아시아 노동자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40521#08gq